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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유족회원 등은 26일 서울 중구 청구동 JP 자택으로 몰려가 한일협정 진상공개와 사죄를 촉구했다.
태평양전쟁유족회원 등은 26일 서울 중구 청구동 JP 자택으로 몰려가 한일협정 진상공개와 사죄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쾅-쾅-쾅…, 김종필 나와라!"
"굴욕외교 국민기만 김종필은 사죄하라."


서울시 중구 청구동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자택의 철문은 수십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두드려도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태평양유족회 이윤재 부회장이 김종필의 사죄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태평양유족회 이윤재 부회장이 김종필의 사죄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60∼70대의 태평양전쟁 유족회원 등 20여명은 26일 오전 10시경 김 전 총재 자택으로 몰려가 한일협정에 대한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한일협정 문서공개 파동으로 두 차례나 귀국을 연기했던 김종필 전 총재가 전날인 25일 밤 일본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항의차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유운영 전 자민련 대변인이 김 전 총재의 자택에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을 뿐 집 안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에 '올바른 과거사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는 26일 오전 10시 30분 김종필 전 총재 자택 앞에서 '구걸·사기외교 주역 김종필 즉각 사죄와 한일외교 전모공개 촉구 2차 기자회견'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종필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한일협정 진상 즉각 공개하라" "과거사법 즉각 제정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범국민위는 이날 김종필 전 총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에서 낭독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한일협정으로 국민들의 피와 땀과 청춘과 자존심을 팔아 박정희 군사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썼으면서도 피해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는 커녕 그 사실을 40년 동안이나 은폐하고 국민을 기만해 온 데 대해 국민은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범국민위는 특히 "김종필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정권 실세로 한일협정 체결 주역으로서 마땅히 온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고 사죄하며 즉각 한일협정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4개항의 질의서를 낭독했다.

▲'김종필-오히라 메모'에서 합의한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이라는 금액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썼는가?
▲일본의 식민지 침략과 반인도 범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개인청구권의 대상과 범위 등 세부 내용이 있는 비밀문서와 그 내용은 무엇인가?
▲최근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공개한 문건에서 '한일협정 당시 한국정부 실세들에게 일본 대기업들이 100만불씩 걷어 총 6천6백만불의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드러났다. 정치자금을 받은 실세는 누구인가?


유족들 "김종필은 유족에게 나와 공개하라"... JP 25일 밤 귀국, 문 잠근 채 침묵

유족회 측이 '한일협정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초인종을 수십 차례 눌렀지만 JP측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족회 측이 '한일협정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초인종을 수십 차례 눌렀지만 JP측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윤재(63·여·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 부회장)씨는 "일본의 사망확인서를 확인한 결과, 남양군도로 끌려갔던 아버지(이화섭·당시 23)는 조선으로 돌아오다 배가 침몰했다"며 "김 전 총재가 아버지의 한을 일본에 팔아 넘겼다"고 성토했다.

이씨는 또 "아버지가 일본에 끌려가 고기밥이 됐는데 그렇게 받은 돈을(한일협정 청구자금을) 어떻게 썼는지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며 "모든 것을 감추고 '할 말이 없다'고만 하면 되느냐, 유족들은 피가 끓는다, 빨리 나와 사죄하라"며 목청을 높였다.

정해열(여·71·대전유족회원)씨는 "(태평양전쟁에서의) 천만 희생자의 목숨을 팔아 넘긴 김종필이 떳떳하게 사는데 대해 통분한다"며 "김종필은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윤갑진(70·괴산군사리면유족회 고문)씨는 "밀실협상의 당사자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어 진실을 밝히는데 시일이 촉박하다"며 "김종필은 유족들의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보공개청구로 한일협정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할 것"

범국민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일협정 질의서'를 김 전 총재에게 전달하기 위해 수십 차례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면서 "김종필 나오라"고 고함을 쳤지만 김 전 총재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유족회원들은 대문 밑으로 질의서를 밀어 넣은 뒤 "김종필은 유족에게 나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0여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창수 범국민위 정책기획실장은 "5.16쿠데타의 주역 김종필은 당시 유족회 활동을 무참히 짓밟고 한일협정 밀실협상으로 일본에게 타낸 자금을 권력영달을 위해 썼다"며 "과거청산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유족의 고통과 한이 담긴 현재의 문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62년 11월 12일 김종필 전 중앙정보부장(왼쪽)과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이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있는 모습. 이들은 이날 '김종필-오히라 메모'에 합의했다.
지난 1962년 11월 12일 김종필 전 중앙정보부장(왼쪽)과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이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있는 모습. 이들은 이날 '김종필-오히라 메모'에 합의했다.
이 실장은 또 "김종필 측은 1차에 이어 2차에서도 질의서를 전달받지 않았다.

내일(27일) 내용증명을 통해 우편으로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라며 "중앙정보부와 외교부 등에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협정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시도해 역사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수십 명을 김 전 총재 자택 주변에 배치했지만 기자회견을 막지는 않았다. 유족회원들은 김 전 총재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시간여동안 시위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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