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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종득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어느새 24일이나 지났구나. 요즘 네 울음소리가 많이 커지고, 제법 고집스러워진 것도 24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덕분일 것이다. 그만큼 힘들다는 의사 표시겠지. 아빠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동안 너보다 엄마가 더 많이 지쳐있단다. 항상 엄마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엄마 몸에서 나올 때도 많이 힘들었지? 아빠는 지금도 네가 태어날 때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단다. 아픔 때문에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도, 다정이 너를 생각하며 그 아픔을 참았을 것이다. 무통주사마저도 다정이 너에게 안 좋은 거라며 마다한 엄마란다. 아빠의 손을 잡고 그 아픔을 견디는 엄마 모습을 보는 것이 아빠에게는 고문이었다. 그만큼 다정이도 힘들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 이종득
다정아, 네가 엄마 몸에 잉태되었고,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아빠는 솔직히 두려움이 기쁜 마음보다 더 컸었다. 네가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었지. 다른 무엇보다 네가 이 세상에서 바른 역할을 할 수 있기까지 아주 많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랬단다.

다정아, 아빠는 말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행복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죽을 때까지 키워나갈 수 있기만 해도 참 졿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아빠는 이 세상에서 참 잘 살았다는 마음으로 떠날 것이다.

다정이도 부디 행복한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버리고, 행복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워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이종득
다정아! 네가 태어난 때는 2004년이었는데, 지금은 2005년이다. 불과 24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너는 벌써 두 살이란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보내면서 네가 커가겠지. 아빠 역시 그렇게 한 해 한 해 살아왔단다. 무려 45년이란 시간을 보내고서야 다정이를 만난 것이고. 아빠가 너무 많은 나이에 우리 다정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서 미안하구나.

다정아, 아빠는 45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단다.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다정이의 할아버지께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큰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빠가 두 살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거든. 아빠를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것만 같은 아빠란다. 그런데 이제 다정이한테 아빠라고 불리겠지. 그럼 이 아빠는 다정이에게 아빠 역할을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아빠는 솔직히 자신이 없단다. 우리 다정이가 한 사람으로서 바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 아빠가 보여줄 게 많아야 하는데, 과연 다정에게에게 좋은 아빠의 모습을 늘 보여줄 수 있을까. 꼭 그래야 할 텐데. 많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할게, 다정아.

그리고 다정아, 내일이 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란다. 다른 어떤 것보다 다정이의 탄생이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는 선물이 되었단다. 그동안 산후조리를 하느라 서울에 있던 엄마가 내일은 이곳, 그러니까 다정이가 살아갈 산골마을 집으로 온단다. 이제 다정이는 늘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멋진 산골마을에서 우리 다정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빠가 다정이에게 몇 가지 다짐을 해둔다

1) 다정이보다 항상 먼저 일어날 것이다
2) 잠자는 다정이를 깨우지 않을 것이다
3) 안 된다고 말하기에 앞서 항상 다정이의 눈을 보고 생각할 것이다
4) 아빠의 생각을 다정이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5)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6) 칭찬을 할 때는 구체적으로, 벌을 줄 때는 엄하게 할 것이다
7) 밥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8) 항상 고운말을 쓸 것이다
9) 아빠의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이종득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할 텐데, 지금 아빠의 머릿속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구나. 그리고 다정아. 아빠는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늘 다정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다정아, 사랑한다! 그리고 늘 다정이에게 필요한 아빠로 오래오래 있어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제 글을 읽은 분 중에 좋은 아빠가 되기위해서 해야할 일이 있다면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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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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