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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지시로 기사가 즉각 회사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김 경장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들이 분명합니까?"

"맞는 거 같네요. 멀리까지 간데다 팁까지 두둑이 얹어주셨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합니다."

채유정이 다급하게 물었다.
"두 분을 어디까지 모셔다 드렸습니까?"

그러자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명이 아니고 세 명이었습니다. 여기 두 노인 분 말고 한 명이 더 있었어요."

둘이 동시에 놀라서 물었다.
"뭐라고요? 한 명이 더 있었다구요?"

"네. 분명히 셋이었어요."

"그 한 명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나이는 두 사람보다 훨씬 젊어 보였어요. 하지만 모자를 눌러 쓴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김 경장의 의문은 더 해갔다. 같이 택시를 타고 어딘 가로 향했던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이미 살해당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그 젊은이라고 무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난다 말인가? 도대체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 맞물려 있는 것인가?

어딘가 모르게 수상쩍다는 느낌이 시시각각 정수리께로 몰려들고 있었다. 동시의 호기심도 점차 부풀어 갔다. 그는 세 명의 사람이 어디로 향했는지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이 간 곳으로 우리를 태워주시겠소?"

기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김 경장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보였다.

"오늘 일당은 우리가 책임지겠소."

그제야 기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 경장과 채유정은 그 기사가 모는 택시에 올라탔다. 올라타면서 채유정이 물었다.

"그 세 사람이 어디로 향했던 겁니까?"

"무순으로 갔습니다."

"무순이라구요?"

채유정이 놀란 목소리로 되묻자 김 경장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무순이 어떻다 말입니까?"

"무순은 고조선의 유적이 많은 곳이에요. 고조선 이후로 나타난 부여와 고구려 등도 모두 여기에서 발전해나갔죠."

운전석에서 듣고만 있던 기사가 둘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무순은 누르하치가 커한으로 선포하고 후금을 건국하면서 도읍을 정한 곳이기도 하죠. 누르하치릉과 헤투알라성도 여기에 있는 걸요. 하지만 그분들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무순으로 가신 건 아닙니다."

"그럼 어디로 향했다 말입니까?"

"무순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장당(章黨)에 가셨어요."

채유정이 더욱 흥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당이라면 예전 고조선의 수도이기도 하죠. 한단고기의 삼성기(三聖記) 전편에 보면 기원전 425년에 고조선이 나라 이름을 대부여로 바꾸고 수도를 백악산의 아사달로부터 장당으로 옮겼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렇다면 고조선의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겠군요."

채유정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지는 않아요. 워낙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고조선의 유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대신 고구려의 흔적은 많이 남아 있어요. 고구려 성터와 왕릉이 많이 남아 있죠."

"안 박사님은 고조선을 연구하셨다고 했죠? 그러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는 말이 되는 군요."

"그럴 가능성이 많겠죠?"

"그런데 하필 박사님과 대척점에 서 있는 류허우성 교수와 함께 장당을 찾았을까요?"

"그야 이론적으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가 박사님께서 어떤 증거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같이 갔을 가능성이 많겠죠."

김 경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택시는 무순시의 남역을 지나고 있었다. 심양과 무순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무순은 중국의 큰 도시에 속한 곳이었지만 옆으로 지나는 남역은 작고 초라해 보였다. 일제시대에 지었다는 단층 벽돌 건물로 된 역 주위로 현대화 된 고층 건물과 호텔들이 그와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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