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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돔을 배경으로 원폭투하 59돌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원폭이 투하된지 59년만에 한국인 강제징용 피폭자에 대한 배상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2004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돔을 배경으로 원폭투하 59돌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원폭이 투하된지 59년만에 한국인 강제징용 피폭자에 대한 배상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 AP/연합뉴스
최근 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일본의 과거사 배상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본 법원이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 강제징용자에게 인도적 차원의 배상을 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19일 오후 히로시마(廣島) 고등법원은 강제징용을 당해 원폭피해를 입은 한국인 이근목(78·경기도 평택)씨 등 강제징용자 40명이 일본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2심에서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히로시마 지방법원에서 기각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일본 정부에 대해 원고 1인당 120만엔(한화 1200만원 상당)씩 총 4천800만엔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판결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 출국해 외국에 거주하더라도 원폭피해자보호법(원호법) 등 관련법 규정에 따라 수당 수급권을 잃도록 한 옛 후생성 통지 402호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원고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미]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일본정부 배상에 새로운 전기

이번 판결로 후생성 통지 402호의 효력성이 사실상 상실되게 되면서 한국인 원폭피해자 등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후생성 통지 402호는 지난 74년 일본 국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피폭자들에 대해 "일본 영토밖 거주자에 대한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일본 원호법에 따른 배상 및 수당지급을 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내부 지침이다. 후생성 통지 402호는 지난 74년 4월 30일 손진두씨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강수첩을 지급받는 소송에서 승소하자 후생성 당시 국장의 지시로 내려졌다. 후생성 통지 402호는 지금까지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대일 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논거로 사용돼왔다.

지난 2002년 12월 한국인 피폭자인 곽기훈(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씨가 오사카(大阪) 고등법원에서 원호법 적용확인 소송에서 승소, 일본 국외 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수당을 지급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보다 더 나아가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원호법 적용 뿐만 아니라 위자료 등 배상 판결의 길을 열어주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게 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방치한 부분에 대한 배상일 뿐 식민지 지배 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는 평가다.

히로시마 고등법원도 "원고를 일본 정부가 후생성 통지 402호를 이유로 방치한 것은 의무를 방기한 부분에 대한 배상 결정"이라며 "강제징용은 불법행위는 인정하더라도 20년 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청구권은 없다"고 밝혔다. 또 미쓰비시 중공업에 대한 청구도 시효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원폭 피해부분의 인도적 지원은 인정하더라도 강제연행과 임금 미지급 문제 등은 한일협정 등 정치적 부분이 있어 배상 대상에서는 제외된다는 판단이다.

[한계] 인도적 지원 방치한데 대한 배상... 식민지 지배 등 인정 안해

한국의 원폭피해자 구원을 위한 시민회 이치바 준코(市場渟子) 회장은 이날 재판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원폭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판결"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길도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제징용 등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은 아닌 만큼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배상을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내 원폭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대구KYC 김동렬 사무처장도 "논란 빚고 있는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원폭피해자 등 식민지배에 의한 희생자들은 지금까지 끝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고 이번 판결도 그 일부"라면서 "일본 정부도 이번 판결을 존중해서 적극적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본 국내에서는 이번 미쓰비시 한국인 강제징용자 소송이 관심을 받아왔으며 특히 강제징용 부분 등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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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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