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커다란 나무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커다란 나무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 구동관
당신은 어떤 꽃을 좋아하십니까. 장미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수수한 국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수수한 꽃들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제 스스로 피고, 자연에 무리지어 있는 꽃을 더 좋아합니다만, 오늘은 당신께 하얀 꽃을 선물하겠습니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한 아름 가득 안겨드리겠습니다.

주목의 눈꽃입니다. 탐스러워 보입니다.
주목의 눈꽃입니다. 탐스러워 보입니다. ⓒ 구동관
눈치 채셨습니까? 당신께 드릴 꽃은 하얀 눈꽃입니다. 당신께서도 눈꽃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우리나라는 4계절이 또렷하니 겨울철마다 한두 번쯤은 꼭 눈꽃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눈꽃의 기억이 또렷한가요? 언뜻 떠오르지 않으면, 눈을 깜박거리며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아름다움을 기억해 보십시오. 아름다웠지요?

잣나무의 잎에 핀 눈꽃입니다.
잣나무의 잎에 핀 눈꽃입니다. ⓒ 구동관
지난 16일 전북 무주로 향하는 길에 간간히 눈발이 내렸습니다. 미끄러운 길이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눈을 기다려온 아이들처럼 즐겁기만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눈꽃을 보러 가는 길이었으니, 눈이 날릴수록 좋은 것이었지요. 산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었지만 차림은 가벼웠습니다. 등산으로 산 정상까지 오르려면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편안 여행을 할 작정이었습니다. 무주 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참 편안하게 눈꽃을 볼 수 있답니다.

분홍꽃 대신 하얀 눈꽃이 핀 철쭉입니다.
분홍꽃 대신 하얀 눈꽃이 핀 철쭉입니다. ⓒ 구동관
스키장에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동안 인공 눈을 만들어 스키장의 슬로프를 관리해 왔는데, 이번 눈으로 스키장이 제 모습을 갖췄답니다. 그런 이유로 스키를 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관광곤돌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도 길었습니다. 한시간정도 기다려 곤돌라에 올라 설천봉으로 올랐습니다.

들풀이 서 있던 자리도 눈꽃이 되었습니다.
들풀이 서 있던 자리도 눈꽃이 되었습니다. ⓒ 구동관
설천봉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었습니다. 간간히 눈발도 흩날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으로 거슬러, 겨우 등산로를 찾아내고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향해 올랐습니다. 곤돌라를 타고 내린 곳에서부터 20분 정도 걸으면 향적봉입니다. 걷는 동안 아름다운 눈꽃들을 만났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은 자잘한 잎에 눈이 쌓여 포근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에도 산을 찾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그렇게 추운 날에도 산을 찾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 구동관
작은 관목들의 가지에 얼어붙은 눈꽃들도 탐스러운 모습이어서 차갑게 느껴지기 보다는 포근해 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의 눈꽃을 보며 나무들이 얼어서 춥겠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눈이 달라붙은 나무들은, 눈이 달라붙지 않은 나무에 비해서 추위를 덜 느낀답니다. 그런 눈꽃이 없으면 영하 몇십 도의 차가운 온도를 줄기나 가지에서 직접 느껴야 되지만, 얼음으로 감싸고 있으면 영하 0도 정도의 두꺼운 외투를 입은 셈이기 때문에 추위를 덜 느끼는 것이지요.

덕유산 산장앞에도 잠시 쉬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덕유산 산장앞에도 잠시 쉬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구동관
가끔 바람이 불 때 나무에 쌓여있던 눈들이 흩뿌려 졌습니다. 그때는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추웠습니다. 그래도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옷을 감싸며 즐거운 마음으로 정상을 향했습니다. 정상 역시 뿌연 안개로 싸여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5분정도만 걸으면 덕유산 산장입니다. 그곳에 가서 컵라면 하나를 먹었습니다.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는 맛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눈보라가 치는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
눈보라가 치는 정상으로 향하는 사람들... ⓒ 구동관
컵라면을 먹고 남덕유산쪽으로 잠시 걸었습니다. 그곳에 커다란 주목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날이 맑아지곤 했습니다. 밝은 빛이 비칠 때마다 틈틈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날이 맑아졌습니다. 날이 맑아 있던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한번 바람이 불면 안개가 걷히고, 또 한 번 바람이 불면 다시 안개로 싸였습니다. 오묘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진의 좌측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입니다.
사진의 좌측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입니다. ⓒ 구동관
지금까지 올린 몇 장의 사진들이 그렇게 덕유산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흐린 사진은 안개가 많을 때의 모습이고, 조금 밝은 사진들은 가끔씩 비춰진 햇살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흐리면 흐린 대로 멋이 있었고, 맑으면 더 반짝이며 멋있었던 설경이었습니다. 참, 제가 올린 사진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분도 있을 텐데, 그것은 그날 풍경이 아름답지 못한 것이 아니고 제 사진이 부족한 것이겠지요.

참 아름다웠던 덕유산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웠던 덕유산이었습니다. ⓒ 구동관
처음 산으로 오르며 무주리조트에서 얼음 조각전이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에서 내려와서 그곳을 들려볼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산에서, 변화무쌍한 날씨와 아름다운 눈꽃들을 보고난 뒤 그곳을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람의 재주로는 도저히 만들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덕유산 정상에서 제 마음속에 담아온 아름다운 눈꽃. 당신께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정보 /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설천봉까지 오를 수 있고, 그곳에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관광곤돌라 이용료는 어른 10,000원, 어린이 7,000원(왕복). 겨울동안의 운행시간은 09:00부터 16:00분.(하행은 16:30분까지, 기상 악화시 운행시간 단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