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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에 반대하며 지율 스님이 8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17일 오전 지율 스님의 동생이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도롱뇽 종이접기를 하며 공사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단식을 시작한지 17일로 83일째.

지율 스님은 현재 '이미 죽은 몸'이라는 의사 진단이 나올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이며, 외부와 연락을 일절 끊고 마지막 신변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11월 말 서울로 올라와 모처 수녀원에서 지내다가 지난달 7일 종로구 통의동으로 거처를 옮겨 친동생 조경자(36)씨와 함께 지내왔다. 지율 스님은 지난 13일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과 회견을 한 뒤, 현재 통의동 거처에서 홀로 지내며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지난 15일부터 청와대 앞 '효자동 사랑방' 근처에서 종이로 도롱뇽을 접으며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조씨를 만났다.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정성스레 도롱뇽을 접어나가던 조씨는 "지율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면서 백만 마리 도롱뇽을 접어 법원에 보내자고 함께 얘기한 적이 있었다"면서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데 백만 마리 도롱뇽을 접어 법원에 보내면 우리 마음도 전해지지 않을까"라며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조씨는 "마지막까지도 천성산과 도롱뇽을 놓지 못하는 지율 스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도롱뇽을 접어 (대법원 판사에게) 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주변에서 지율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생으로서 어떤 심정인가.
"전화만 와도 놀라곤 한다. 혹시 지율 스님이 잘못됐다는 전화일까봐.. 어머님도 많이 아프신 상태다. 지율 스님이 오지 말라고 해서 가족들도 오지 못하고 있다. (가족관계는) 3남3녀이며 언니는 둘째, 나는 다섯째다. 둘 다 닭띠, 띠 동갑이다."

- 지율 스님과 연락은 일절 끊어진 상태인가.
"그동안 지율 스님과 함께 통의동 거처에 있었으나 5-6일 전부터는 지율 스님 혼자 계신다. 지율 스님은 현재 나를 포함,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은 상태다. 지금은 전화연락도 하지 않고 이메일로 대략 상황을 주고 받는다. 어제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일을 받았다."

- 종이로 도룡뇽을 접어 보낼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천성산 살리기 도롱뇽 소송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지율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면서 100만 마리 도롱뇽을 접어 법원에 보내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동안 구체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실행하게 됐다. 천 마리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했는데 천 명의 사람이 천 마리씩, 백만 마리 도롱뇽을 접어 판사에게 보내면 우리 마음도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천성산과 도롱뇽을 놓지 못하는 지율 스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도롱뇽을 접어서 보내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재검토하자는 것뿐"

- 하루에 도롱뇽은 몇 마리 정도 접나.
"정오쯤 청와대 사랑방 앞에 나와서 종이를 접다가 두시 쯤 들어간다. 하루에 200마리정도 접는데, 학 접는 것보다는 쉽다. '도롱뇽의 친구들'(도롱뇽 살리기 100만인 소송인단) 등이 전국에서 도롱뇽을 접어 보내오고 있다. 보내온 종이 도롱뇽은 '풀꽃 세상' 사무실 등에서 취합한다."

- 언제까지 도롱뇽 접기를 계속 할 것인가.
"'언제까지'라는 특별한 예정은 없지만 지율 스님의 단식이 끝날 때까지가 아닐까."

- 정부나 청와대는 이렇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나.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보고는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지율 스님의 동생 조경자씨가 종이로 도롱뇽을 접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지나가면서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었나.
"어떤 사람은 대신 석고대죄한다며 시를 써서 주고 가더라. 지율 스님 애쓴다고 안부 전해달라는 격려의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너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지율 스님이 단식을 하고 내가 1인 시위를 하는 중에도).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다. 이는 상식을 넘어선 수준 아닌가."

- 단식 83일째인 지율 스님의 건강상태가 몹시 위험하다. 왜 이렇게까지 단식을 계속한다고 보는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달라는 것뿐이다. 4년 동안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뿐이다. 이 정도로 단식을 했으면 사과 한마디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다."

- 지율 스님은 홀로 방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
"누워 있으면 오히려 몸이 힘들다고 하면서 가능한 몸을 움직이려 한다. 그동안 여러 언론사 등에서 기자들이 왔다갔다 했고 단식도 길어져 말을 많이 하면 힘든 상태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컴퓨터로 메일 정도만 확인하고 있다. 방에는 조그만 싱크대와 화장실, 컴퓨터가 놓여 있는 책상이 있다. 차가운 물을 먹으면 안되기 때문에 버너로 물을 따뜻하게 데워 죽염소금을 넣어 마시고 있다."

-지율 스님이 환경단체와 연대하지 않고 홀로 힘겹게 투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부분은 내가 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말하기 곤란하다. 단지 모든 사람들이 우리 자연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율 스님의 단식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한다."

▲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에 반대하며 지율 스님이 8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17일 오전 지율 스님의 동생이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도롱뇽 종이접기를 하며 공사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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