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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측 사진은 모래포집기로 모래 유실이 적은 삼봉해수욕장, 오른편은 해안옹벽 등으로 모래유실이 심해 암초를 들어낸 백사장해수욕장.
왼측 사진은 모래포집기로 모래 유실이 적은 삼봉해수욕장, 오른편은 해안옹벽 등으로 모래유실이 심해 암초를 들어낸 백사장해수욕장. ⓒ 조혜진
지난 14일 오전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20여명은 태안군 삼봉해수욕장과 백사장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 작은 동산에 올랐다.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왼편의 삼봉해수욕장은 모래밭이 넓게 펼쳐진 조용한 해안가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백사장해수욕장은 모래가 적지 않게 유실되어 검붉은 암초가 다 드러나 보였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아름다운 모래밭을 자랑하던 백사장해수욕장은 해안옹벽 설치와 태안군의 무분별한 바다모래채취 허가 때문에 9년여 만에 자갈밭 해수욕장으로 변해버렸다”면서 “이를 우려해 해안옹벽 대신 모래포집기를 설치한 반대편의 삼봉해수욕장은 하얀 모래밭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해안옹벽과 자연스러운 모래쌓임도움막(모래포집기)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 광경을 바라본 초록행동단은 “골재채취로 인한 모래유실 때문에 바다와 육지를 잇는 해안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골재채취와 해안선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연기념물 해양생태계 보전지역 파괴하는 골프장 건설

지난 2001년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해안신두사구 주변에 골프장이 건설될 계획이다.
지난 2001년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해안신두사구 주변에 골프장이 건설될 계획이다. ⓒ 조혜진
이와 함께 온 국토가 골프장 난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해안가도 예외는 아니다.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일대에 들어설 계획인 24홀 규모의 ‘태안 웨스트비치 골프장’은 천연기념물 제 431호 ‘신두리 사구’(2001년 문화재청 지정)와 불과 8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 예정지가 선정돼, 해안생태계 보전 지역의 파괴가 예상되고 있다.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상아빛 모래밭과 갈대, 갯그령 등 사구 생태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신두리 사구.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상아빛 모래밭과 갈대, 갯그령 등 사구 생태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신두리 사구. ⓒ 조혜진

1만5천여년동안 바닷바람에 밀려와 쌓이면서 세계적으로도 흔히 볼 수 없는 해안 사구가 형성되었다.
1만5천여년동안 바닷바람에 밀려와 쌓이면서 세계적으로도 흔히 볼 수 없는 해안 사구가 형성되었다. ⓒ 조혜진
초록행동단과 원북면 골프장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 (사)내셔널트러스트는 14일 원북면 신두리 사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름다운 신두리 사구를 골프장 건설로부터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천연기념물 해양생태계 보전 지역인 신두리 사구 인근 환경에 골프장 건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되는 피해 사례가 어떤 것인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골프장 건설이 추진된다면 주변 환경과 지역 주민의 생계에 큰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과 원북면 골프장 반대 대책위, (사)내셔널트러스트 등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연기념물 해양생태계 보전 지역인 신두리 사구 주변에 골프장 건설 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과 원북면 골프장 반대 대책위, (사)내셔널트러스트 등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연기념물 해양생태계 보전 지역인 신두리 사구 주변에 골프장 건설 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혜진
실제로 신두리 해안사구 주변 골프장 건설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과 주민의 피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주민이 있는 반면,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어 서로의 입장과 요구가 다르다.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는 ‘원북면 골프장 추진대책위원회’측은 신두리 사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지역의 토지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피해의식이 강한 탓에 신두리 사구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사)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간사는 “보호야생동물인 금개구리,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특정야생동물 표범장지뱀 등이 출현하는 신두리 사구에 골프장 건설이 어떤 위협을 주겠는가. 볼 보듯 뻔하다. 천연기념물 해양생태계 지역을 보존하면서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며, 골프장 건설 반대를 호소했다.

초록행동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개발 행위에 생명을 빼앗긴 뭇 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묵상을 진행했다.
초록행동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개발 행위에 생명을 빼앗긴 뭇 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묵상을 진행했다. ⓒ 조혜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신두리 사구는 그 지역의 사구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전 지구의 사구이다. 육지와 바다가 서로 모래를 주고받는 사이 형성된 모래밭은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면서, “골프장 건설 문제는 토론회 등을 걸쳐 지역 주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조혜진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인터넷기자입니다. 환경비상시국회의 초록행동단 미디어팀에 함께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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