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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희망포럼' 준비위원회 대표단은 12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2005 희망제안'을 전달했다.
ⓒ 오마이뉴스 김진희

사회·경제 양극화 해소를 기치로 내건 '2005 희망제안'이 지난 10일과 11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를 잇따라 방문한데 이어, 이번에는 경영자단체를 찾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결을 위한 협조를 구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이형모 뉴패러다임 포럼 상임대표,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오충일 6월사랑방 대표, 정현백 여성연합 대표 등 '2005 희망포럼' 준비위원회 대표단은 12일 오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2005 희망제안'을 전달했다.

이날 경영자총협회에서는 이수영 회장을 비롯 김영배 상임부회장, 김정태 상무, 류기정 본부장(기획홍보본부), 이동응 상무(정책본부), 황인철 사회정책팀장, 박진수 전문위원 등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경총 임원들은 '2005 희망제안'이 진단한 사회·경제의 양극화 위기의식과 일자리 창출의 시급함에 적극적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해결방식에 대해서는 시각을 달리 했다.

경총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 늘리는 게 우선"

▲ 이수영 경총 회장.
ⓒ 오마이뉴스 김진희
경총은 신자유주의를 한국사회의 경제모델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전제로 ▲과다 기업규제 ▲인건비 상승 ▲불안한 노사관계 등을 해결하는 게 일자리 창출 해법으로 꼽아 '2005 희망제안'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2005 희망제안'은 경총이 우리 경제모델로 꼽는 신자유주의를 양극화를 낳은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2005 희망제안'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승자독식 논리에 근거를 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2005 희망제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과 기업 규제완화, 기업도시 건설, 경기부양을 위한 뉴딜정책 등이 기업의 투자여건을 조성할 수는 있으나 경제와 사회구조를 양극화시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수영 경총 회장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세계적 조류이며 우리나라 경제모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투자 및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시스템 부족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정부보다는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더 낫다"며 기업역할론을 강조하고 "(지금 상황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양측은 서로 시각을 달리 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워크숍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의사를 밝혔다.

한편 '2005 희망제안' 준비위는 지난 10일은 민주노총, 11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노총을 각각 방문했고, 이날은 경총에 이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를 방문해 '2005 희망제안'을 전달했다. '2005 희망제안' 준비위는 앞으로 이해찬 국무총리실도 방문, 희망제안을 전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날 면담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사회가 빈부, 노사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를 끌고 나가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이 적극 끌고 갔으면 좋겠다. 기업 경쟁력은 사람을 덜어내거나 컴퓨터 발달 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곧 경제고 경쟁력의 원천이다.

과로체제를 학습체제로 바꿔 노동자들이 초과근무 대신 학습근무를 하도록 만들어 과로체제에 따른 비용절감, 신규고용 창출 등 경제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사람 덜어내기' 식의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10년이 과거 100년보다 더 빨리 변한다고 본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정권이 경제를 잘 풀어나가지 않으면 정권도 힘들고 남아있는 2년도 희망이 없다. 국민 차원에서도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다."

오충일 목사(6월 사랑방 대표) "근래에 노숙자들을 만나면서 바닥을 경험했다. 이제 더이상은 안된다는 생각이 피부로 오는 것을 느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노·사·정 틀로 정권이 이 문제에 달라붙는 정도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각 분야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종교·사회 각 단체가 힘을 모았다."

정현백 여성연합 대표 "경총이나 기업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 생활이 이제는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릴 수는 없다. 정부나 노조보다는 기업이나 경제가 가장 중요한 주체다.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경영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우리나라의 가장 큰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이는 우리나라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도 경제 가속도가 붙지 않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 안되기 때문이다. 중국, 독일 등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양극화 현상이 우리나라만 심각하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2005 희망제안'은 승자독식 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신자유주의는 전세계적인 조류다. 우리는 세계화에 계속 편승하며 이 원리를 배워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우리나라의 경제모델임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이를 어찌하면 투자로,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의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경총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토의해서 서로 공감대를 가지면 좋을 듯하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아 국민의 행복지수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5 희망제안'의 지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건비가 상승해 회사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그러다 보니 국내 청년실업도 늘어난다. 기업들은 사람을 한번 쓰게 되면 쉽게 내보낼 수 없고 점차 사람을 덜 쓰는 것을 선호하면서 고용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향후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고용을 넓혀가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김정태 경총 상무이사 "'2005 희망 제안'이 이야기하는 위기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투자촉진이 가장 시급하다. 인건비 문제와 더불어 우리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과다한 규제와 인건비 상승, 불안한 노사관계는 문제 해결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투자가 활성화돼서 전체적으로 고용이 늘어나야 한다. 유한킴벌리형 모델은 유한킴벌리 기업에는 맞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중소기업까지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진보진영 "2005 희망제안 성공할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사회원로 및 각계인사 170여명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을 하자는 '2005 희망제안'을 두고, 진보진영에서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의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10일 진보성향의 인터넷사이트 '진보누리'에 쓴 「일자리 나누기 '범국민 사회협약'」이라는 칼럼을 통해 '2005 희망제안'을 비판했다. 허 대표는 '2005 희망제안'이 제안한 사회적 대타협 모델과 일자리 나누기 및 고용의 확대방안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허 대표는 또 "이번 '2005 희망제안'이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전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허 대표는 "희망제안이 제안하는 모델은 노·사·정에다 실업자, 여성, 노인, 시민단체대표를 망라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반적 노사정 모델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 정부가 만나는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허 대표는 '2005 희망제안'의 일자리 나누기 방안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으나, 자본측은 노동시간 단축만큼 노조의 임금 양보가 필요하다며 일자리 효과가 거의 없다고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 대표는 또 정규직 노동자의 협력과 양보를 요구하는 '2005 희망제안'이 기존의 정부 및 재계 입장과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재계는 그동안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과중해 비정규직을 동등하게 대우할 수 없고, 정규직 해고가 어려워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한다고 주장해왔다.

"사회원로 등이 '2005 희망제안'에 들러리 서고 있다"

'진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미디어참세상>은 10일 논평을 통해 '2005 희망제안'과 관련 "사회원로 등이 들러리를 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참세상은 "사회통합 이야기는 아무리 쳐준다 해도 덕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면서 "사회통합에 이르는 구체적인 경로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기획하고, 자본이 화답하고, 원로들이 들러리를 서서 내놓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통합 구상'은 사회통합은 커녕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참세상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은 실업과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사회안전망 관리와 노동유연화 확대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정부는 지난해에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데 힘을 쏟았지만 결과는 고용의 질 악화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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