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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기 전의 콩나물
다듬기 전의 콩나물 ⓒ 허선행
다듬은 후의 콩나물
다듬은 후의 콩나물 ⓒ 허선행
콩나물밥을 할 때는 물의 양을 조금 덜 해야지 안 그러면 밥이 질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아주 신경을 써가며 물을 붓고 밥이 될 때만 기다렸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뱃속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밥 뜸 들이는 냄새도 좋고 양념장도 맛있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물을 적게 부어서 그런지 밥이 생쌀을 면한 정도입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물을 더 넣어야 할 것 같아 조금 더 넣고 보니 더 넣어야 될 것 같아 또 더 넣었습니다. 뜸을 들이며 과연 이 밥이 잘 될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배고픔도 사라지고 오직 밥걱정뿐입니다.

열두 시가 넘어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이상한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정성을 다해서 하느라고 애를 썼는데 "왜, 그냥 밥을 하지 콩나물밥을 했냐?"며 찌개만 먹고 있는 남편의 야속한 말뿐입니다.

맛있게 먹으려 한 음식을 버릴 수도 없고 저는 그냥 조금 먹었습니다. '밥솥 가득 있는 저 밥은 어떻게 처치해야 하나?' '차라리 저 밥으로 콩나물죽을 쑤어 볼까?' 이 궁리 저 궁리를 해 봅니다.

처음 해 본 콩나물밥이 제겐 좋은 경험이 되었답니다. 요리책도 다시 뒤적여 보고 인터넷으로 다시 검색을 해 봅니다. '콩나물밥' 하는 방법이며 양념장 만드는 법은 다 맞는데 물 조절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쌀에 잡곡을 섞어 문제가 더 되지 않았을까? 남은 콩나물도 있으니 다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혼자서 할 게 아니라 친구들을 불러모으려 합니다. 밥이 잘못 되었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남편 흉도 보아가며 맛있는 콩나물밥을 먹을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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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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