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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사립대와 국립대 비율은 약 85:15다. 이처럼 사립대는 대학 교육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지만 그 동안 그에 버금가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왔다.

사립대의 운영 예산은 학생 등록금, 정보 보조금, 재단 전입금 그리고 기타 발전 기금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반면에 국립대는 순전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 예산에서 학생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미미한 보조금 지원을 구실로 사립대에 온갖 간섭과 규제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학 정원과 입학생 수' 역전 현상 속에서 사립대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대학의 사활을 걸고 있지만 국립대는 등록금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팔짱을 낀 채 강 건너 불구경하며 무임 승차를 하고 있을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프로젝트 수주, 국책 사업, 그리고 정부, 지방자치 단체의 각종 위원회 등에서도 사립대에 비해 국립대 교수들은 더 많은 특혜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그 동안 국립대가 우리나라 대학 발전에 기여해 온 공로를 폄하하거나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립대와 국립대의 구도는 공정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최근 영국의 <더 타임스>가 세계 50대 대학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여기에 하나도 끼이지 못했다. 서울대가 겨우 113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반면에 일본의 도쿄대는 12위, 중국의 베이징대는 17위, 그리고 대학이 단 두 개뿐인 싱가포르의 경우 국립대는 18위, 난양대는 50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그 동안 우리나라 대학들은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팽창했으나 질적으로는 세계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국립대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호 속에 온갖 특혜와 기득권을 누리며 안주해 왔다. 그러나 21세기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도 이와 같이 20세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고집한다면 우리 대학의 미래는 없다.

따라서 사립대와 국립대가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국립대가 많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립대들은 민영화하든지 아니면 미국의 주립대와 같은 형태의 도립대나 시립대로 전환해야 옳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천문학적인 국립대 지원 예산으로 한 두 개 정도의 초일류 국립대를 육성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사립대를 지원한다면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은 그 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국립대가 인접해 있음으로 해서 많은 사립대들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등록금이 싸고 국립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더 선호하고 있는 까닭이다.

결국 대학이 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따라서 국립대 문제는 나라의 사활을 걸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21세기 준비를 위해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과감하게 나서고 있음을 눈 여겨 볼 일이다.

현재와 같이 통합·연합 따위의 논의로 세월을 낭비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구조 조정으로는 사립대도 국립대도 모두 살릴 수 없다. 나아가 세계적 대학 육성의 꿈도, 노벨상 수상의 꿈도 한낱 허상일 뿐이다. 대학은 자율과 경쟁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자생력을 갖고 일어 설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1월 5일자 <한국일보>에도 기고한 칼럼 원문입니다.

이윤배 기자는 조선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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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저는 중앙 주요 일간지 및 지방지에 많은 칼럼을 써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신문들의 오만함과 횡포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신문이란 매체를 통해 보다 폭넓게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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