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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대장 지우와 콩대장 찬우
달걀대장 지우와 콩대장 찬우 ⓒ 김미옥
올해 다섯 살 된 지우는 달걀 대장입니다. 달걀귀신이라도 달라붙었는지 달걀을 너무 좋아해서 붙은 별명입니다.

딸아이는 16개월까지 모유만을 먹고 자랐습니다. 분유 한 통, 이유식 한 숟가락, 과일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으려 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안 먹는다고 하는 고집에는 별 방법이 없었습니다. 밥 먹게 되면 나아지겠지, 나아질 거야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딸아이는 막상 밥을 먹게 되었어도 반찬은 통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야채를 다져 죽을 쑤어도 안 먹고 연한 된장국을 끓여 줘도 안 먹었습니다. 다시국물로 맛있는 시금치국을 끓여 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맨밥을 물에 말아 주면 그것만 받아먹었습니다.

‘이러다 영양실조라도 걸리면 어쩌지?’

걱정이 깊어만 가던 어느 날, 깜짝 놀라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연히 달걀찜을 넣어 밥을 비벼 먹였더니, 제법 잘 받아먹은 것입니다.

‘달걀은 잘 먹네. 다행이야!’

맨밥만 먹는 딸이 안쓰러웠던 나는 그때부터 달걀 요리를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딸아이는 달걀을 편식하기 시작했고, 얼마 뒤에는 거의 달걀만 먹는 달걀 대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달걀찜, 달걀프라이, 삶은 달걀. 달걀말이…, 딸아이는 그 중에서도 찜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달걀을 세 개든 네 개든 찜을 하면 혼자만 다 먹으려 했고, 밥상은 계란 찜 투성이가 되곤 했습니다.

“지우야. 아빠 달걀찜 좀 줄래?”
“엄마는?”

딸아이는 달걀찜을 엄마 아빠가 애원을 해도 잘 나눠 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엔 달걀을 너무 먹는다 싶어 한 개나 두 개만으로 찜을 해주었습니다. 한 가지 희한한 건 딸아이가 달걀계란프라이를 해주면 노른자만 먹고, 삶아 주면 흰자만 먹는 것이었습니다.

달걀말이는 한두 개 먹으면 끝이었습니다. 찜도 다시마국물이나 야채 등을 넣어 만들면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달걀 반찬을 좀 얻어먹으려면 찜이 아닌 프라이나 달걀말이를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잡곡밥이나 다른 반찬은 잘 먹지 않습니다. 달걀 편식은 여전해서 내년에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응응, 으~응. 엄~마!”

이 말은 태어난 지 15개월 된 찬우가 할 수 있는 말을 최대로 동원해서 하는 부탁입니다.

“콩? 우리 찬우 콩 먹고 싶다고? 콩 주라고요?”

찬우가 고개를 끄덕이면, “알았어요. 엄마가 콩 줄게요” 하고 나서 콩 밑에 밥알을 살짝 숨겨 떠먹여줍니다. 그러면 어찌 알았는지 콩만 살짝 물고 갑니다.

밥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찬우는 밥에 넣은 콩을 무척 좋아합니다. 누나가 달걀대장이라면 찬우는 콩대장입니다.

찬우가 콩을 좋아하는 건 친정에까지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친정어머니께서 손수 심어서 거둬들인 콩을 듬뿍 주셨습니다. 찬우에게 콩밥을 자주 해먹이라고 말씀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콩대장 찬우가 콩을 좋아한다고 해서 편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찬우는 누나와는 달리 다른 반찬도 골고루 잘 먹습니다. 누나가 먹지 않는 시금치나 감자도 잘 먹습니다.

찬우가 뭐든지 잘 먹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아직 이가 다섯 개 밖에 나지 않아 주는 대로 꿀꺽꿀꺽 삼킨다는 것입니다. 어서 빨리 이가 많이 나서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아이들의 편식 문제는 고민거리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이 달걀대장이나 콩대장 하지 말고 뭐든지 골고루 잘 먹는 ‘골고루 대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골고루 대장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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