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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해 '나만의 특종'은 뭘까'하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글공부를 전혀 한 적이 없는 내가 오마이뉴스 기자가 된 것일까. 아니면 월간 해피데이스 책자 한 페이지에 글이 실린 것일까'하고요.

그런데, 방금 전 설거지를 하면서 진짜 '나만의 특종'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올해는 다행히(?) 남편이 옥살이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두 번이나 구속돼 지난해 만기 출소하기 전까지 남편은 푸른 수의를 입고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남편이 곁에 없는 수많은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마음고생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가끔 죽은 자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환청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저는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우울증, 피해사고, 신경쇠약, 적응장애 등으로….

너무 억울하고 분통터져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웃어보려고 코미디 프로를 봐도 하나도 우습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구속은 억울함이 얼마나 참기 힘든 고통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처럼 힘없고 '빽'도 없는 사람은 억울해도 말 한 마디하지 못하고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았더라면 이토록 힘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겁도 없이 감히 상대도 안 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맞선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남들의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가족 모두 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것도 큰 기쁨이요,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정말 큰 행복이니까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무력감에 지쳐 있다 무심코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그 날 이후,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하찮은 돌멩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풀에도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소중했습니다.

남편을 면회 할 때마다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아크릴과 쇠창살. 딸아이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당시, 7살이었던 딸아이가 제게 남긴 말입니다.

"아빠, 손 한번 잡아보고 싶은데…, 엄마, 나 아빠 얼굴 다 안보여서 기분이 안 좋다."

어린 것이 얼마나 가슴 아파 했는지…. 아이를 안아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또한, 남편이 곁에 있었을 때 말 한마디 부드럽게 건네지 못한 제 자신도 미웠습니다. 남편의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투쟁에 여전히 따라 붙는 고소, 고발로 남편은 또 명예훼손으로 사건 계류 중에 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직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적당히 긴장하면 건강하다고 하는데 남편이 많이 아파 조금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직도 가슴의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족 모두 함께 밥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던 올 한해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마주 보는 얼굴 앞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고, 같은 공간 안에서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이 행복이 계속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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