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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프로그램을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볼 수 있고 다양한 맛집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맛집들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뉘지만, 섭외를 하는 입장에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그 집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며 방송 촬영을 요청할 때 적극적으로 승낙을 하는 집과 오히려 우리 집은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잘되고 있으니까 제발 오지 말라는 집, 귀찮지만 그래도 소개한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 마지못해 응하는 집들, 약간 느낌은 다르지만 다양한 언론 매체에 자주 소개되어 오히려 관심을 끄는 맛집들이 있다.

다양함이 있는 음식점, 우슬이네

이 중 나의 관심을 끄는 집들은 아무리 방송 출연을 요청해도 거절하는 집들과 많은 음식을 다루는 매체들에서 앞 다투어 소개가 되는 맛 집들이다. 오늘 이야기를 할 일산 자유로를 달리다가 볼 수 있는 <우슬이네>는 후자에 속하는 맛집이다.

이곳은 내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음식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각종 신문, 잡지 등에도 소개가 안된 곳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도대체 이 집의 무엇이 언론인들에게 주목 받게 하는 것일까.

▲ 낙지가 있는 전복참게보약닭
ⓒ 김영주
일단 '버라이어티'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맛집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보양식이라는 건강 컨셉트에, 토종닭 농장이 있고, 삼계탕이나 냉면 등 일반적인 음식이 아닌 전복대계탕, 고추장백숙전복참게보약닭 등 토종닭을 기본으로 한 몸에 좋은 여러 가지 재료들을 결합한 음식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여기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흑산도 홍어까지 내놓고 있다. 또 방송 출연을 자주해서인가, 이 집을 일군 김종원 사장은 이제는 어엿한 방송인이 되어 자신의 끼를 보여 주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집의 역사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김종원씨가 <백운촌 한방보약닭>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연 때는 1992년이었다. 백운이라는 상호에서 얼핏 일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운 계곡을 떠올릴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곳은 아니다. 바로 김종원씨가 태어난 바로 전라도 광주 백운동의 '백운'이다. 3대 독자로 태어난 김종원씨는 불과 6살 때 잘 나가던 아버지의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갑자기 가세가 기울게 되고 아버지의 방황과 어머니의 가출이라는 큰 시련을 맞이했다.

그 후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는 것은 짐작할 만하다. 87년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정도로 청년 김종원의 방황도 깊었다. 하지만 김종원씨에게 새 출발을 하게 만든 곳은 우연히 들르게 된 어느 시장이었다. 바로 약재를 발견한 것이다. 김종원씨는 어릴 적 동네에 5일장이 서면 유난히 약재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런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김종원씨는 약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그마한 건재 약재상을 차려 한의원에 약재를 납품하게 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약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김종원씨는 식당을 차리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약재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음식을 결합하면 뭔가 좋은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닭을 떠올리고 여러 날의 연구 끝에 92년 보약닭이라는 아이템으로 일산으로 올라와 식당 사업에 첫 발을 내딛뎠다. 보약닭을 구상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기존의 백숙이 가지고 있는 기름이 둥둥 뜨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닭과 한약재가 결합한 보약닭의 맛이 나쁘진 않았는지 <스포츠조선>의 한 기자가 소개하게 되면서 '백운촌'은 일정 정도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전복과 닭이 만났을 때, 전복대계탕

하지만 97년 IMF로 위기를 맞고 김종원씨는 98년 9월 지금의 자리인 자유로 변에 와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본격적인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그것이 바로 '전복대계탕'이었고 이것이 이른바 대박이 터졌다. 93년 당시에는 하루 매출이 20~30만원이면 잘된 정도였는데, 이때는 하루에 400 ~ 500만원도 거뜬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2001년 9월에 상호를 <우슬이네>로 바꾸었는데 바로 '우슬초'라는 약재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슬초는 흔하고 값이 싸지만 노인들에겐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겨지는 약재다.

그렇다면 김종원씨는 어떻게 전복대계탕을 생각해 낸 것일까. 닭과 결합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것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MBC의 <고향은 지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리포터가 어떤 섬을 찾아가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곳의 부녀회에서 백숙과 비슷한 음식을 하는데 닭에 전복을 넣는 게 아닌가?

그 장면을 본 김종원씨는 눈이 번쩍 뜨였고, 당장 그 곳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무려 3개월 동안의 수소문 끝에 그분들을 만나게 됐다. 그런데 쉽사리 방법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바닷물로 간을 하는 것까진 알았는데 한약재를 접목하려니 한약의 냄새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전복과 닭이 들어가는 탕의 육수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바지락도 추가해 보고, 재첩도 넣어 보고 북어도 넣어 보고 오골계까지도 육수를 만드는 데 넣었다. 진한 맛을 위해 다시마도 넣었다. 이렇게 해서 최상의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의 최종 리스트가 완성이 되기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먼저 물이 끓으면 한약재를 넣는다. 한약재는 황기, 당귀, 구기자, 천궁, 복분자, 삼지구엽초 등 총 43가지가 들어간다. 이것이 끓으면 이번엔 오골계를 넣는다. 또 끓으면 이번엔 각종 해산물을 넣는데 여기에는 바지락, 재첩, 북어, 다시마 등과 절대 밝힐 수 없는 2가지가 더 들어간다. 육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전복대계탕이 나왔다. 그 후에도 계속적인 메뉴 개발로 전복참게닭이 나왔고, 최근에는 오골계전복참게보약닭과 고추장백숙전복참게보약닭 등도 결실을 맺었다.

▲ 흑산도 홍어삼합
ⓒ 김영주
그런데 이곳은 어떻게 해서 홍어까지 판매하게 된 것일까? 훌륭한 CEO는 위기 상황에서 자질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김종원씨의 위기 대처 능력의 결실이 바로 흑산도 홍어다.

위기 대처의 결실, 흑산도 홍어

2003년 조류독감이 한국을 휩쓸자 그렇게 잘 나가던 전복대계탕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삼계탕 마니아들이 먹으러 온 것이 하루에 고작 한두 개밖에 되지 않아 뭔가 타개책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생각한 새로운 메뉴가 홍어였다. 김종원씨 고향이 전라도 광주라 어릴 적부터 홍어를 많이 먹었고, 홍어를 좋아하고 익히 아는지라 자신 있게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홍어라는 메뉴는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기에 기존의 홍어 맛집을 뛰어넘을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필요했다. 첫번째는 반드시 흑산도 홍어만 쓴다는 것. 그리고 일단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저희가 보약닭뿐만 아니라 홍어도 팝니다"라고 얘기하면 "한점만 줘 봐"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손님들에게 돈을 받고 팔 수는 없는 노릇.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홍어를 맛보기로 퍼 주었더니, 홍어 맛에 인이 박힌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10명이 먹으면 그 가운데 1, 2명이 요즘 세상에 진짜 흑산도 홍어가 어디 있냐는 말을 했지만, 홍어를 삭히는 방을 보여 주는 방법으로 믿음을 키워나갔다.

두번째 차별화 방법은 홍어를 삭힐 때 옥돌을 밑에 까는 방법으로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김종원씨는 일본에 갔다가 옥돌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옥돌을 바닷물에 담갔다가 물이 마를 때쯤 생선회를 그 위에 올리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 봤더니 옥돌은 살아 있는 돌이라 육질의 신선도를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어에 도입해 봤더니 역시 홍어의 색깔이 변하지 않았다. 김종원씨는 바로 옥돌 1.5톤을 구입했다. 홍어를 삭힐 때 맨 밑에 옥돌을 깔고 그 위에 짚, 그 위에 홍어, 그 위에 짚을 덮고 최소한 10일은 삭힌다. 이렇게 해서 조류독감 열풍은 한쪽에서는 불닭 바람이 불게 했지만, 우슬이네에서는 홍어 바람을 불게 한 것이다.

김종원씨는 식당 사장에 머무르지 않고 방송 출연도 즐겨 한다. 3년 전 경인방송의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식보감>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방송의 매력을 흠뻑 느낀 것이다. 그래서 MBC의 <늘 푸른 인생>을 거쳐 현재 KBS의 <6시 내 고향>에서 ‘사랑의 밥상’이라는 코너에서 재미있는 요리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코너에는 요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버스가 있는데 놀랍게도 김종원씨가 자비 1억원을 들여서 중고 버스를 구입하여 주방 시설을 갖춘 것이다.

맛집이 성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우슬이네'의 방법이다. 사장 자신과 맛집의 분위기와 음식을 버라이어티하게 가는 것이다. 방송인으로 거듭 나고 있는 식당 사장님과 한약재 40여가지를 분말로 하여 사료와 함께 배합한 것을 먹고 자라 10여m를 훌쩍 뛰어 넘는 토종닭들과 5천여 마리의 오골계가 있고, 식당 입구엔 참게와 낙지, 전복 등이 꿈틀거리는 곳.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각종 보양 음식들이 다양한 메뉴로 구비되어 있는 곳. 이 정도라면 성공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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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관심이 많습니다.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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