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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안전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ntsb.gov/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ntsb.gov/ ⓒ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일본 '인전의 비'. 참사 유족과 변호사들, 학자들이 결성한 철도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서 '2002년 일본에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생긴 것을 기념'해서 직접 제작했다.
일본 '인전의 비'. 참사 유족과 변호사들, 학자들이 결성한 철도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서 '2002년 일본에 항공철도조사위원회가 생긴 것을 기념'해서 직접 제작했다. ⓒ 이동유 PD
2003~2004년 대구는 '안전'이라는 화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던 한해였다. 대구지하철 참사와 대구지하철노동조합 파업 등. '안전한 지하철'을 요구하는 일부 그룹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정작 '안전'이라는 생활 철학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

CBS대구라디오(FM 103.1Mhz)가 지난 20~22일까지 3부작으로 제작, 방송한 <재난 공화국을 넘어서- 기록과 평가의 문화를 정착시키자>(담당 PD 이동유ㆍ이하 <기록과 평가 정착>)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난의 기록과 평가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동유 PD는 "대형 참사를 다룬 언론도 사고 규모나 관련자 처벌, 국민의 성금 모금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록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체계적 조사와 기록을 토대로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고, 후속 조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언론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누가 잘못했나?→ 어떻게 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나?
누가 나빴나?→ 무엇(시스템)이 나빴는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에서 관계자 인터뷰 중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에서 관계자 인터뷰 중 ⓒ 이동유 PD
3부작 <기록과 평가 정착>은 1부 '안전 지향의 일본인- 시가라키 열차사고를 말한다'와 2부 '비극에서 배운다- 미국의 NTSB(교통안전위원회)의 철학', 3부 '국민의 안전권을 돌려받자-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남긴 교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91년 시가라키 열차 충돌 사고를 통해 일본의 철도 사고 수습과정과 10년에 걸친 끈질긴 재판을 통해 승리한 유족들의 철학을 기록했다. 2부에서는 제3자의 독립조사기관인 NTSB의 사고 조사 시스템을 점검하고 책임자 처벌에만 매몰된 한국 사회의 편협된 사고를 비판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사고 조사와 체계적인 기록 관리만이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져 준다. 또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철도안전법의 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실태조사 및 향후 이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이동유 PD는 "항상 사고만 터지면 언론이나 경찰 모두 다 '누가 범죄자인가'에만 집착한다"라며 "사고 책임자만 찾으면 모든 임무는 끝난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 '무엇이 나빴는가?'등 세심한 기록과 과학적 평가를 통해 사고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사고 조사, 기록,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이 중요"

▲ 이동유 PD
다음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동유 PD와 일문일답

-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대구지하철 참사가 터지고 난 후, 사고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그 기록들이 제대로 남아있는지 추적했지만,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참사 1주기가 되던 날 한국을 방문한 일본 유족들과 교토신문 스즈키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스즈키 기자는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열차충돌사고에 대해 10여년을 취재했고, 교토신문에 4년간 연재를 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편찬했다고 했다.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중에 대형 참사에 대한 조사, 기록, 평가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그들을 통해 다양한 자료 및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 한국에도 철도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3편 마지막 부분에서 잠시 언급한 철도청 산하 '수송안전실'이다. 1963년 철도청이 발족하면서 40여년간 철도안전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었다. 현재는 국회를 통과한 철도안전법에 의해 '철도사고 조사위원회'가 곧 구성될 예정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일본 사례에서도 제시되었지만, 철도사고 조사위원회에 사고조사를 담당할 전문적인 조사관들을 배치, 교육과 조사, 기록 등을 담당하는 것이다. 교수나 업체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즉 조사관이 없는 조사위원회로 전락하면 안될 것이다."

- 3부작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내용은?
"안전은 철학이고 사회의식이며 곧 문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지하철 참사나 한국사회 대형 사고를 처리하는 방식은 '누가 범인인지 찾고 → 책임자 문책 → 처벌'순으로 끝나 버린다. 재발방지는 '누군가가 하겠지'라며 방치해 두는 것이 현재까지의 관행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들이나 행정부 관계자, 언론, 시민단체 등 '안전'을 생활철학으로 수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고를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한 후 이를 기록, 제2,3의 사고를 막겠다는 의지 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 허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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