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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병명을 확인한 응아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일주일만에 450만원이 넘게 나온 입원비를 보면 응아씨는 한숨만 나옵니다.
해외투자법인 산업연수생은 국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하루 12-13시간씩 일하면서 받았던 돈은 고작 월 7-8만원이었고, 매달 20만원씩 강제 적립되었던 돈을 업체가 돌려준다고 해도 병원비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부담이 너무 커지자, 병원에서는 좀더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양에 있는 샘안양병원(원장 박상은)을 소개해줬다고 합니다.
샘안양병원에서는 귀국 예정일인 2월까지 약 300만원이 드는데, 일단 상황이 어려우니 귀국할 때까지 후원자들을 알아보고, 치료비는 퇴원할 때 갚는 방향으로 하자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최홍진씨는 "다른 사람들이야 쫓겨난다 어쩐다 해도 살아서 나가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죽어 나갈 사람입니다. 죽더라도 고향에서 죽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최씨는 베트남 태권도협회 사범으로 7년 반 일했던 인연으로 급한 일이 있는 베트남인들에게 도움 의뢰를 많이 받는 사람입니다.
최씨는 이 일로 베트남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대사관측은 "대사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 환자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건 법적 문제가 아니라 당장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고, 자국민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건데, 대사관이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설령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다 해도 뒷감당이 안 될 만치 걱정이 태산입니다. 알다시피 베트남에는 관련의료장비도 부족하고 치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귀국하면 당장 죽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일 텐데 엄마 아빠라도 만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죽더라도 집에서 죽어야지요."
"응아가 두 달만이라도 맘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최씨의 말을 들으면서 사회 소외 계층에 대한 제도적인 의료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