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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 노숙자들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21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 노숙자들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해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거리에서 죽어나간' 한 노숙자의 영정 앞에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거리에서 죽어나간' 한 노숙자의 영정 앞에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4년간 1600명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어갔다. 정부의 노숙인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문헌준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노인실) 대표의 하소연이다. 21일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행사장에서 만난 문 대표는 "정부는 노숙인에 관심이 없다"며 "일하지 않는 노숙인에 대해 비난하기 앞서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을 줄일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노숙인 관련 예산이 모두 지방으로 떨어져 나가면 예산조차 따내지 못할 것"이라고 한숨을 쉰 뒤 "특히 의료 구호비가 턱없이 부족한데, 노숙인 중 50%가 넘는 주민등록말소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무료 진료소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 추모제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문 대표에 따르면 지난 98년 정부는 노숙인들의 증가가 IMF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지난 2001년 복지부는 "노숙인이 1670여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인실측이 사망 노숙인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조사해본 결과, 매년 300~400여명의 노숙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결국 4년 동안 1600여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라며 "정부에 노숙인 사망자와 의료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기 위해 추모제를 준비했다"고 추모제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추모제에선 '당사자모임'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4년 전 이혼과 실직으로 어쩔 수 없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김종언 당사자모임 대표는 "당사자모임은 지난 7월 서울역 청사 직원들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문아무개씨 사건에 대한 서울역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시작하면서 구성됐다"고 모임 구성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역 광장을 바삐 지나는 시민들 사이로 한 노숙자가 배회하고 있다.
서울역 광장을 바삐 지나는 시민들 사이로 한 노숙자가 배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한 선교단체가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점심을 들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한 선교단체가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점심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 대표는 "예전에 의류업체에서 일했지만 노숙생활을 한 뒤에는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며 "교회에서 구제금(일명 '꼬지')을 받아 생활해왔지만 지금은 그도 끊긴 상황"이라고 한숨쉬었다. 꼬지는 교회나 성당 등을 돌며 돈을 얻는 행위로 그나마 최근에는 하루를 돌아도 5000원도 얻기 힘들다고 한다.

그는 "노숙인들도 예전에는 떳떳한 직장인이었고 사회인이었다"며 "지금은 비록 밖에 나와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모임은 "노숙인들 중 70%는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노숙인들이 술에 절어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김 대표는 "우리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달라.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노숙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재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고향인 안동을 떠나 10대부터 노숙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권오대 사무국장은 "당사자모임은 '노숙인 인권 공동실천단'과 함께 매주 목요일 노숙이들의 어려움에 대해 상담을 한다"며 "병원에 같이 간다든지 말동무가 돼 (노숙인들의)이야기를 들어준다"고 설명했다.

"노숙인 70%, 사회 복귀 위해 노력"

노숙인 추모제는 옛 서울역 광장에서 노인실, 노숙인 당사자모임 등 주최로 21일 오전부터 저녁 8시까지 열렸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주최측은 기억마당·체험마당·권리마당·나눔마당·전시마당 등 5개의 다양한 테마로 사전행사를 준비했다.

사진전, 홈리스 주거대책 마련 캠페인, 동료들의 수기집 배포 등으로 구성된 전시마당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서 단체 관계자들이 노숙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쪽방과 박스집을 만들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서 단체 관계자들이 노숙인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쪽방과 박스집을 만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역 광장에 마련한 천막 스튜디오에서 사진가 이재훈씨가 희망하는 노숙자들에 한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한 천막 스튜디오에서 사진가 이재훈씨가 희망하는 노숙자들에 한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억마당은 노숙인들의 영정사진와 영정그리기 행사. 노숙인들이 병 등으로 병원 후송 도중 사망하거나 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주최측은 영정을 필요로 하는 희망자들에게 사진을 찍어줬다.

현장에선 열악한 환경의 쪽방과 박스집을 직접 체험하는 체험마당도 함께 진행됐다. 박스집을 만들고 있는 한 노숙인은 기자에게 "박스집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또 주민등록말소 상담과 복원비용을 지원하는 권리마당은 노숙인들에게 생존과 관련된 도움을 줬다. 이와 함께 나눔마당을 농해 동지팥죽과 목도리 나누기도 됐다.

사전행사가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진행됐다.

"전국 노숙인 4256명, 노숙인 예산 96억"
복지부 "보호시설에도 신경 쓰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전국의 노숙인은 4256명. 이중 전국 104개 쉼터에 입소된 노숙인이 2270명이고 거리 노숙자는 886명이다. 지난 9월까지 거리 노숙인이 증가돼 왔지만 11월 이후에 감소추세라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는 96억원의 예산을 투입,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고 강조한 뒤 "내년 초에는 노숙인들을 포함한 '부랑인 및 보호시설 설치운영 규칙'이 제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쉼터에서는 무료 진료를 하고 있고 거리에서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무료 진료를 해주고 있다"며 "쉼터 이외에 문턱을 낮춘 상담보호센터도 6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쉼터를 부담스러워 하는 노숙인들이 쉽게 찾아가 잠자리를 제공받고 목욕, 세탁 등도 할 수 있는 곳이 상담보호센터다. 이곳을 방문한 노숙인들은 상담을 통해 쉼터에 입소하거나 사회복귀할 수 있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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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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