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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용산5가동 주민들은 민원인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용산구청장과 박아무개 용산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용산구 용산5가동 주민들은 민원인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용산구청장과 박아무개 용산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석희열
14일 서울 용산경찰서와 용산5가동 주민들에 따르면 도심재개발지역인 용산구 용산5가동에 사는 김옥순(67)씨가 박아무개 용산구청장과 박아무개 용산구의회 의원을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장은 떠밀고, 구의원은 '원투펀치'?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2시 김옥순씨를 비롯한 주민 10명이 용산구청 도시관리국장실에 들러 주거대책에 대해 국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때마침 방문한 구청장에게 김씨가 대화를 요구하자 구청장이 김씨를 떠밀어 넘어지게 했다는 것.

주민들은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는 김씨에게 구청장이 '니가 뭔데 앉으라 마라 하느냐'는 폭언과 함께 밀쳐 김씨가 뒤로 넘어졌다"며 "김씨가 '왜 욕을 하느냐'고 항의하자 이번에는 구의원이 넘어진 김씨를 일으켜세워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쪽은 사실무근이라며 김씨를 상대로 맞고소할 뜻을 내비쳐 논란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손주를 보살피며 파출부 일로 생계를 꾸려온 김씨는 지난 11월 20일 병원에 입원해 현재 4주째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의 집은 최근 철거반원들이 전기마저 끊어버리는 바람에 두 아이는 이웃 주민들이 돌보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들, 구청장과 구의원의 사퇴 촉구

빈철연 소속 주민 등 150여 명은 14일 낮 용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용산구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빈철연 소속 주민 등 150여 명은 14일 낮 용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용산구청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 석희열
이런 가운데 빈민해방철거민연합(빈철연)과 서울중부지구 민중연대 소속 회원 150여 명은 14일 낮(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용산구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주민을 폭행한 폭력 구청장과 구의원은 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아놓은 구청장과 구의원이 민원을 해결하러간 주민을 향해 '원투펀치'를 날리는 희한한 사건이 대낮에 일어났다"면서 "이를 지켜보던 30~40명의 공무원들도 밀고 당기는 폭행에 가세함으로써 용산구청이 마침내 폭력의 소굴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용산5가 철거민대책위원회 권오창 위원장은 "주민에 대한 폭행사건이 발생한 뒤 구청장과 구의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저쪽에서도 맞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 홍성준 부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인 노인을 폭력하는 구청장과 구의원이 있는 지역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면서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구청장과 폭력을 일삼고도 반성하지 않는 자들을 당장 끌어내야 한다"고 규탄했다.

가재웅 빈철연 지도위원은 "원인 모를 방화가 5번이나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며 마을에 상주하고 있는 철거용역반의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구청은 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날 용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용산구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 용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용산구의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 석희열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20분께 용산구청 앞을 출발하여 용산2지역 도심재개발 사무실과 용산구의회 등을 돌며 2시간 동안 거리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박아무개 구의원의 공개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며 용산구의회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용산구청 "손으로 살짝 밀친 것일 뿐 폭력은 아니었다"

주민들의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용산구청 쪽은 "폭력행위는 절대로 없었다"고 강조하고 "더군다나 누워 있는 할머니를 일으켜세워 주먹으로 가격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박기순 총무과장은 "구청 건물의 방음벽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구청장과 구의원이 함께 도시관리국장실로 올라갔다"면서 "그 자리에서 주민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구청장이 국장실을 나오려는데 김옥순씨가 가로막아 손으로 살짝 밀친 것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과장은 "구청장이 국장실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가자 뒤따라나온 김씨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질렀고, 직원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며 "직원들과 옥신각신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함께 온 주민들이 '누워, 누워' 하니까 김씨가 복도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과장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직원들 얘기로는 김씨가 구의원의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 마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관리국장 "주민대표와 재개발조합 만남 주선하겠다"

주민대표들이 이날 오후 용산구청장실을 방문하려다 이를 막는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주민대표들이 이날 오후 용산구청장실을 방문하려다 이를 막는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석희열
김경옥 도시관리국장은 "그날 보건소 직원이 김씨를 진찰해본 결과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다음날 김씨가 입원했다"고 지적하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도 않았고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날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수용단지는 구청이 아니라 재개발조합쪽에서 해야하는 일"이라며 "조합쪽과 주민대표들이 만나서 가수용단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생계대책에 대해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조만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구청 도시관리국장실을 방문한 주민대표들이 김경옥 국장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구청 도시관리국장실을 방문한 주민대표들이 김경옥 국장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석희열
한편 용산5가동 19번지 일대 도심재개발지역에는 오는 2007년까지 30~40층 규모의 대형 주상복합 6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00여 세대가 모여 살았으나 철거반의 대형 망치소리에 놀라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35가구만 남아 구청과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생존권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가수용단지(임시주택) 보장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 마련 ▲철거용역반 완전 철거 ▲방화 위협 중단 등을 재개발조합 쪽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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