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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호계중 학부모 명예교사가 감독 교사와 함께 2학기 기말고사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마산 호계중 학부모 명예교사가 감독 교사와 함께 2학기 기말고사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 황원판
이러한 학부모의 학교 정기고사 감독 참여는 도시를 중심으로 이곳저곳에서 드물게 시행되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제도지만 최근 수능 부정 이후 학교 시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드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학부모 시험 감독 참여의 필요성과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년째 희망하는 학부모들에게 시험 감독 기회를 개방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마산시 소재 신설학교인 호계중학교(교장 주종돈)를 취재했다.

지난 9일부터 3일간 기말고사를 실시하고 있는 이 학교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이 진지하게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한 반에 시험 감독이 두 명씩 있다는 점. 한 사람은 교사고 다른 한 사람은 학부모.

이 학교는 올해 초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여 학부모에게 정기고사 감독 참여 신청을 받은 후 희망자 35명을 '명예교사'로 위촉하여 시험 감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이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감독하는 모습이 새로운 '학교 풍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험부정 방지와 정서적 안정감 부여

"커닝은 양심상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만, 엄마가 지켜보는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교실에 와서 계시니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지난 11일 시험이 끝난 후 만난 2학년 권기근군의 이 말에서 학부모 감독이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나 본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시험 부정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학생도 많았지만 특히 "부모님이 지켜봐 든든한 마음으로 시험을 칠 수 있었다"는 학생과 "부모님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학생도 많아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시험의 투명성과 신뢰성 높여

지난 해 이 신설 학교에 부임한 후 지금까지 학교 시험을 학부모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주종돈 교장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보았다.

"고입 내신에 반영되는 중요한 학교 시험에서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교사 1명과 참여를 희망하는 학부모 1명으로 2명의 복수 감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희망하는 학부모님이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부모 명예교사 감독은 이제 꼭 필요한 교사의 시험 감독 '파트너'로서 △ 시험지와 답안지 배부·회수를 돕는 일 △ 학생의 답안지 교체를 돕는 일 △ 교실 뒤편에서 교사와 함께 감독 활동을 하는 일 △ 환자 발생 등 각종 상황 발생시 감독교사의 조치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는 시험 감독 전에 미리 '부정행위에 관한 규정'과 '부정행위 유형과 사례'에 대한 연수 자료를 제작, 배부하여 학부모들이 스스로 시험 감독 능력을 기르도록 했다. 또 1학년 학부모는 2학년 감독으로, 2학년 학부모는 1학년 감독으로 서로 교차 편성하여 감독의 공정성을 기했다.

시험 중 각종 상황 대처에도 효과적

이 학교 김문길 교무부장은 학교 시험 개방이 시험 부정 방지에도 효과가 있지만 시험 중 발생하는 각종 갑작스런 상황 대처에도 매우 효과적임을 강조하였다.

"학생들 중에는 시험 불안으로 시험을 치르는 중에 구토 증세를 일으켜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경우와 같은 갑작스런 상황이 흔히 발생하는데 학부모 감독께서 이런 학생을 화장실에 데려갔다 와 큰 도움이 됩니다."

학부모 명예교사가 시험중 갑자기 '시험 불안'으로 구토 증세를 보이는 한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서 등을 두드려 주며 정성껏 간호하고 있다.
학부모 명예교사가 시험중 갑자기 '시험 불안'으로 구토 증세를 보이는 한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서 등을 두드려 주며 정성껏 간호하고 있다. ⓒ 황원판
이 학교에서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이경은 교사도 "시험 중에 OMR카드가 부족하거나 시험지 확인이 필요하여 교무실에 다녀와야 하는 경우에 학부모 감독의 도움이 매우 절실한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 감독 제도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복수감독'하려면 학부모 참여가 대안

최근 수능 부정 이후 학교 시험에서도 교실별 교사 2명으로 '복수 감독'을 운영해 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시험 감독 시간표 편성을 담당한 이은숙 교사는 복수 감독을 위한 교사 부족을 학부모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사 2명으로 복수 감독을 편성하여 시험 감독을 강화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중학교 교사 정원이 학급당 1.5명이라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본교의 경우도 16학급에 교사 24명인데 교무실에서 비상 대기를 해야 하는 교과 담당교사 2∼3명을 제외하면 모든 교사가 시험 감독에 들어가도 복수 감독 운영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만약 시험 감독 강화를 위해 '복수 감독'을 실시하려고 한다면 학부모 명예교사의 참여가 부족한 교사 수를 보충하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교 실정과 교사 고충 이해 계기 되기도

이 학교의 양태인 교사는 학부모 시험 감독이 학교 불신 해소와 신뢰 증진에도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선, 학부모가 교육의 한 주체로서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하고 학교 시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의의가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로부터 '시험 감독을 직접 해보니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알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시험 문제지와 자녀의 시험 보는 모습, 시험 진행 전 과정, 나아가 학교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직접 보심으로써 학교 실정과 교사들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봅니다."

'감독'보다 '예방' 위한 인성교육이 우선

한편, 이 학교에서는 시험 전날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1시간 동안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시험 부정 행위가 왜 나쁜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실시하여 시험 부정의 나쁜 점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한창이었다.

시험부정 '예방'을 위한 철저한 인성교육이 '감독과 처벌'보다 우선이라는 인식하에 '수험생 유의사항 교육'과 함께 '정직하고 떳떳하고 양심적인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 시간을 사전에 마련하여 부정 방지에 만전을 기한 것이다.

이 학교는 만화, 예화로 구성한 '신세대 눈높이' 인성교육 학습지를 제작해 학생에게 배부하여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시간에는 '시험부정 예방 표어 만들기 대회'도 마련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끌었다.

다음은 이 학교 학생들이 만든 '톡톡 튀는' 신세대 표어.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학생들의 '양심'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바늘 곁눈질이 소 곁눈질 된다"(2학년 박창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보고 있다."(2학년 조혜지)

"남의 답을 보기보다 나의 양심을 보자."(1학년 김은식)

"뿌린 만큼 거두자."(2학년 한원희)

"한 번의 부정행위가 평생을 부끄럽게 한다."(2학년 진봉민)

"적은 부정행위, 커져 가는 죄책감"(1학년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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