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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에서 맞은 새벽의 미명
보리암에서 맞은 새벽의 미명 ⓒ 심은식
남해 금산에 위치한 보리암. 이곳은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세운 보광사가 그 기원이다. 당시 보광사에서 백일기도를 올렸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후 감사의 뜻에서 사찰을 둘러싼 산의 이름을 금산이라 부르게 했다. 1660년 현종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으면서 보리암이란 새 이름을 얻게 되었다.

지난 5일 새벽 남해의 보리암을 찾았다. 보리암은 양양의 낙산사 그리고 석모도의 보문사와 함께 우리 나라 3대 관음도량 가운데 하나이다.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반드시 들어 주는 영험스럽고 자비스런 기도 도량으로도 소문난 사찰이다.

보리암의 해수관음상. 뒤편으로 금산의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리암의 해수관음상. 뒤편으로 금산의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심은식
보리암에는 기이한 현상이 하나 있다. 보리암 내의 삼층석탑 위에 나침반을 놓으면 북쪽을 가르켜야 할 나침반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빙글빙들 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탑 안에 모셔진 진신사리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풍수학적으로 이곳이 용의 머리에 속해 그 기가 뿜어져 나와 그렇다고도 한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신기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만들었다는 보리암 3층 석탑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만들었다는 보리암 3층 석탑 ⓒ 심은식
겨울임에도 밤새 수천번 절을 하다 보면 땀이나 반팔을 입어야 할 만큼 고되다. 무엇을 위해 밤새 그토록 열심히 불공을 드리는지 여쭤 보았다. 대입을 앞둔 자녀라도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명화(법명) 보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애들은 모두 대학교에 갔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빌지는 않아요. 그저 주위 사람들을 위해 빌지요.”

마산에서 오셨다는 그분의 모습이 바로 부처님이 아닐까 싶었다.

밤새 불공을 드리는 신도의 모습
밤새 불공을 드리는 신도의 모습 ⓒ 심은식
이곳 보리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바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해와 금산의 풍광이다. 아래로는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과 작은 섬들이 떠있는 남해 바다가 감탄을 자아낸다. 이를 둘러싼 금산 또한 소금강, 남해 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기암괴석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본 금산과 남해안의 모습
보리암에서 내려다본 금산과 남해안의 모습 ⓒ 심은식
그렇기 때문에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곳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심은식
날이 좋지 않았음에도 섬과 구름이 어우러진 남해 바다의 일출은 동해 바다의 일출과는 또다른 장엄함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연말을 맞아 떠들썩한 송년회며 망년회가 많은 요즘,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보리암에서 바라본 일출
보리암에서 바라본 일출 ⓒ 심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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