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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기자.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거리에서.
자전거와 기자.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거리에서. ⓒ 김학수
물론 경비가 많이 드는 화려한 여행도 아니고 따로 계획을 세운 여행도 아니다. 그냥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카메라 하나와 작은 메모수첩만을 주머니에 넣고서, 서민들의 삶이 제일 먼저 묻어 나는 순천 역전 새벽시장과 재래시장을 자전거 하나로 오가며 나와 이웃이 하나될 수 있는 작은 활력소를 찾는 것이 오늘 여행의 주목적이었다.

순천 새벽시장 사람들은 아침을 두 번 맞이한다.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은 따뜻한 남도의 기온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차갑기만 할텐데….

비단 하루 이틀 동안 있어 왔던 일도 아닐텐데 순천시 덕월동 역전시장 주변에는 새벽 2시만 되면 벌써부터 인근 농촌 보따리장사 아주머니들의 바쁜 자리다툼 경쟁이 시작된다.

물론 중간상인에게 물건을 받아 소매업을 하는 일부 소상인들도 더러 있지만 거의 모든 상인들이 집에서 직접 가꾸어낸 각종 채소며 양념류, 그리고 곡물에서 두부와 도토리묵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

방금 만들어낸 쑥 인절미.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방금 만들어낸 쑥 인절미.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 김학수
멀리 벌교, 광양, 여수, 고흥과 구례에서까지 순천 역전시장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인지 날마다 새벽시장이 열리는 순천의 역전시장에는 날마다 공급되는 싱싱한 식자재들을 싼값에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순천의 새벽 역전시장
순천의 새벽 역전시장 ⓒ 김학수
지역의 특성상 역전시장에는 각종 해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김장철을 맞이해 여자만과 득량만 일대에서 대량으로 출하되는 굴은 전국적으로도 그 맛이 유명하다.

순천역전 새벽시장의 청과 경매 모습
순천역전 새벽시장의 청과 경매 모습 ⓒ 김학수
1kg 기준으로 자연산 만원, 양식굴 오천원선에 거래되는 굴(석화)을 판매하는 순천시 해룡면 신성포 이순심(66) 할머니의 말이다.

"요거이 바다의 인삼과 우유여…. 그런게 사람헌티 그렇게 좋제…. 우리는 쩍읍시 지물에다가 대여섯번씩 깨깟이 씻어갖고 바로 갖고 나온게 참말로 맛이 좋당게…. 하나 먹어볼라요?"

평소 안면이 있던 터라 굴을 까던 아주머니는 상큼함이 묻어나는 굴을 대뜸 입에 넣어 주신다.

여수 율촌 조하리 득촌마을 할머니의 굴 자랑은 남다르다.
여수 율촌 조하리 득촌마을 할머니의 굴 자랑은 남다르다. ⓒ 김학수
석화는 지금이 맛이 최고다. 11월부터 2, 3월까지는 이 맛이 계속되지만 6월쯤 되면 굴이 산란기에 접어들게 되므로 애린(쓰고 톡 쏘는) 맛이 나게 되고 탄력이 없어 이때부터는 대개 굴이 젓갈용으로 사용되는 시기이다.

순천은 이 외에도 두 번의 5일장이 열린다. 2일과 7일에는 아랫시장이 열리고 5일과 10일에는 윗시장이 열린다. 그 중에서도 그 크기와 규모가 아랫시장이 우선이다.

작은 소도시인 순천은 장 서는 날이 각각 다르다지만 거의 자전거로 5분 거리 이내에 늘어서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이처럼 풋풋한 우리의 정과 인심이 살아있는 재래시장을 즐겨 찾는다.

순천 아랫시장의 곡물전
순천 아랫시장의 곡물전 ⓒ 김학수
순천의 5일장에는 여느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엿장수 엿가위 소리며 튀밥 튀는 풍경들이 옛 모습 그대로 잘 간직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꼭 많은 물건을 사러 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죽마고우를 만나 머리고기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모든 게 좋은 그런 야릇한 정이 넘쳐난다.

돈만 많으면 뭐 한다요?? 할머니는 즐겁기만 하다.
돈만 많으면 뭐 한다요?? 할머니는 즐겁기만 하다. ⓒ 김학수
멀리 시집간 딸자식의 소식도 장에서는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내일모레 장가보낼 이웃마을 김노인네 소식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요놈이 벌교 뻘 낙자인디… 한 마리 이천원여~~
요놈이 벌교 뻘 낙자인디… 한 마리 이천원여~~ ⓒ 김학수
소담스럽게 보따리 하나 하나에 싸온 물건들을 동네사람들끼리 팔러 나왔다가 함께 먹는 도시락….

시장 상인들의 식사시간(순천 승주 쌍암 주민들).
시장 상인들의 식사시간(순천 승주 쌍암 주민들). ⓒ 김학수
진수성찬이 무슨 소용이 있것는가…. 김장김치 한쪽을 쭉 찢어서 먹는 밥맛이 최고제!!

쌀쌀한 날씨지만 이웃들의 온정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따 !! 겁나게 맛나요!
아따 !! 겁나게 맛나요! ⓒ 김학수
그래서 이웃은 항상 미덥고 사랑스럽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을 무렵이면 이들은 다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되돌아 갈 것이다. 아무런 욕심도 사심도 없이…. 그들이 이웃들과 함께 의지하며 나섰던 그 길을 다시금 되밟으면서….

하나가 부족하면 어떠하고 하나가 더하면 어떠하겠는가? 큰 것에 시샘하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 기자가 본 순천시 승주읍 쌍암면 사람들의 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만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쌀 수입개방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이들의 깊게 파인 주름들이 더 이상 깊은 골로 남겨져서는 안될 것 같은데….

요만큼 혀서 만원밖에 안해!! 할머니의 표정이 무겁다.
요만큼 혀서 만원밖에 안해!! 할머니의 표정이 무겁다. ⓒ 김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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