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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주산 고등어입니다. 색깔이 이렇게 파란 것이 싱싱한 것입니다.
제주산 고등어입니다. 색깔이 이렇게 파란 것이 싱싱한 것입니다. ⓒ 강충민
쌀은 불리지 않고 씻은 다음 물기를 빼서 담아 둡니다.

주재료입니다. 쌀은 씻어서 불리지 않고 건져놓는 것이 씹히는 감촉이 있어서 좋습니다.
주재료입니다. 쌀은 씻어서 불리지 않고 건져놓는 것이 씹히는 감촉이 있어서 좋습니다. ⓒ 강충민
그리고 보통 세 번 정도 쌀을 씻는데 그 세 번째 씻은 물은 냄비에 담아둡니다. 그 쌀뜨물에 고등어를 넣고 끓입니다.

쌀뜨물에 고등어를 넣습니다. 통째로 넣어야 살도 발라내기 쉽습니다. 포를 떠서 넣으면 안됩니다.
쌀뜨물에 고등어를 넣습니다. 통째로 넣어야 살도 발라내기 쉽습니다. 포를 떠서 넣으면 안됩니다. ⓒ 강충민
7분 정도 끓이고 고등어를 건집니다. 고등어를 끓인 물에는 미리 씻어 놓은 쌀을 넣습니다.

죽을 끓일 때 미리 쌀을 불려 놓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불리지는 않습니다. 불리면 쌀알이 너무 퍼져서 씹는 감촉이 덜하더군요. 불리지 않고 씻기만 한 쌀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참 좋습니다.

뼈와 잔 가시를 발라 놓은 고등어 살입니다. 싱싱한 생물이어서 살이 제법 도톰합니다.
뼈와 잔 가시를 발라 놓은 고등어 살입니다. 싱싱한 생물이어서 살이 제법 도톰합니다. ⓒ 강충민
죽을 끓일 때는 넘치거나 냄비가 눌러 붙지 않도록 아예 처음부터 뚜껑을 닫지 않습니다. 뚜껑을 닫지 않아도 충분히 쌀알이 익습니다.

건져놓은 고등어는 살만 따로 발라 놓습니다. 배 부분에 잔가시들이 많은데 꼼꼼히 떼는 것 잊지 마시구요. 어린애들이 먹을 때 목에 가시가 걸리면 정말 불안하죠.

쌀알이 충분히 익어서 어느 정도 죽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 불을 약간 줄이고 잘 발라놓은 고등어 살을 넣습니다. 살을 부수지 않고 넣어도 나무주걱으로 젓다 보면 조금씩 으깨지기 때문에 통째로 넣어도 괜찮습니다.

발라 놓은 고등어 살을 죽에 다시 넣습니다.
발라 놓은 고등어 살을 죽에 다시 넣습니다. ⓒ 강충민
죽 형태가 거의 완성될 즈음 약 3cm 정도로 썰어 놓은 쪽파를 넣습니다.

썰어 놓은 쪽파입니다. 약 3센티정도 될까요? 저 그래도 꽤 칼질 잘 하는 편입니다.
썰어 놓은 쪽파입니다. 약 3센티정도 될까요? 저 그래도 꽤 칼질 잘 하는 편입니다. ⓒ 강충민
제가 쪽파를 넣는 이유는 고등어가 비린 생선이기 때문에 쪽파의 깔끔함이 첨가되어 어느 정도 비릿함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죠.

쪽파는 넉넉히 넣어도 끓는 죽 안에 들어가면 같이 익기 때문에 상큼하고 괜찮습니다. 제가 워낙 쪽파, 양파, 대파와 같은 야채를 좋아하니까 넣은 거구요. 기호에 맞게 넣으면 됩니다. 음식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호니까요.

죽에 쪽파를 넣습니다. 기호에 따라서 쪽파의 양을 조절하세요...
죽에 쪽파를 넣습니다. 기호에 따라서 쪽파의 양을 조절하세요... ⓒ 강충민
아주 약한 불로 뜸을 한 5분 정도 들인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이 때 소금은 김장할 때 사용하는 왕소금으로 합니다. 하얗게 정제된 소금으로 간을 하면 깔끔해 보이기는 한데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왕소금을 사용하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습니다. 왕소금이 없으면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넣으면 됩니다. 이거 만들려고 왕소금을 새로 사자면 다 돈입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한 숟갈 정도 넉넉하게 두르고 마무리합니다. 국산 참기름으로 한다면야 그 향과 맛이 뛰어 나겠지만 없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집에 있는 것을 넣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등어 죽이 완성되었습니다.

완성된 죽입니다. 상큼한 쪽파와 싱싱한 고등어 살, 그리고 쫄깃한 쌀알의 감촉까지... 만원안에서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완성된 죽입니다. 상큼한 쪽파와 싱싱한 고등어 살, 그리고 쫄깃한 쌀알의 감촉까지... 만원안에서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 강충민
앞에서도 얘기했듯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면 절대 이런 음식은 드실 수 없습니다. 저는 보신탕을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을 단 한 번도 "어떻게 개를 먹느냐?"하고 폄하한 적이 없습니다.

제주에는 옥돔죽이라 해서 옥돔으로 죽을 끓여서 먹는데 여기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옥돔으로 끓이려면 아무래도 고등어보다 훨씬 비싸고 살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씹히는 감촉도 덜하기 때문이죠.

맛있냐고요? 글쎄, 저는 맛있는데… 어떨지…. 그건 먹어봐야 맛을 압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자, 그럼 여기에서 응용 메뉴 들어갑니다. 위의 고등어 죽과 똑같은 방식으로 옥돔죽이나 조기죽을 끓여 보는 것도 좋겠지요.

옥돔이나 조기는 흰 살 생선이라 고등어보다는 덜 비리니까 드시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합니다. 쪽파는 넣지 않고요.

한 번 만들어 보시고 드신 다음에 소감 올려주세요. 제가 특허내서 팔아보면 누가 사먹을지 평해 주세요.

주말. 모처럼 퍼지도록 늦잠을 자고 아내와 저는 거의 동시에 일어납니다. 저는 주방 쪽으로 가고 아내는 거실을 박박 닦습니다. 아내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그게 편하고 저는 거실을 닦는 것보다 음식 만드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가끔 아내나 저나 그 두개의 일을 다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두 명 다 힘이 듭니다. 나만 편하면 아내는 두 배로 힘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아내만 편하면 저도 역시 그에 반비례 하여 불쑥 화가 납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 힘들게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딸이 나중에 결혼해서 그렇게 힘들면 아빠인 제가 많이 슬플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요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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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대학원에서 제주설문대설화를 공부했습니다. 호텔리어, 입시학원 강사, 여행사 팀장, 제주향토음식점대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사 등 하고 싶은일, 재미있는 일을 다양하게 했으며 지금은 서귀포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문화관광해설사로 즐거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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