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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학생들의 '안티조선' 모임인 X-조선 회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조선일보> 지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맨왼쪽이 허재훈 강사.
경북대 학생들의 '안티조선' 모임인 X-조선 회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조선일보> 지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맨왼쪽이 허재훈 강사. ⓒ 오마이뉴스 이승욱

"그 가게 <조선일보> 본다고 그래?"
"아~ 그 집…. 물어 봤는데 아저씨가 이젠 안 본다던데."


대구 경북대학교(북구 산격동 소재) 북문 인근의 한 사무실. 초저녁 어스름이 깔릴 무렵 대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책상위로 대학 인근 상가 지도를 펼쳐들고 지도 곳곳에 신문 구독현황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경북대 주변 상가 중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상가를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명 '조선일보 지도 그리기'. 그렇다고 해서 이 대학생들이 조선일보를 홍보하는 '조선맨'들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조선일보 지도' 그리는 안티조선 대학생들

경북대 안티조선 모임 'X-조선' 대학생들은 구호를 외치거나 조선일보를 보지말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단지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경북대 주변 상가를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 나머지 선택은 가게 주인과 대학생들의 몫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이 지도 그리기 작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1월초다. 경북대 교양과목인 '논리와 비판적 사고'라는 강의을 듣고 있던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안티조선으로 의기투합한 것은 이 수업의 '실천적 결과물'이다.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을 주제로 다뤘던 이 수업에서 빠질 수 없었던 것은 왜곡된 현대사의 맥락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역사였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한다.

X-조선 회원들이 <조선일보>를 구독한 학교 주변 상가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다.
X-조선 회원들이 <조선일보>를 구독한 학교 주변 상가를 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도호철(24·기계공학과 98학번)씨는 "최근까지 논란을 빚었던 친일문제나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조선일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확산시키자는 의미로 지도 그리기 작업을 함께 하기로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3일 강의에서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일단 경북대 주변의 상가를 중심으로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가게를 파악하고 지도로 만들어 '정보제공 차원'에서 동료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북대 안티조선 모임 'X-조선'까지 결성한 학생들은 직접 발품을 팔며 경북대 주변 상가를 훑기 시작했다. 경북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술집이나 식당 등 458군데를 일일이 방문해 구독현황을 파악했다.

학생들의 조사결과 전체 458군데 중 약 50% 가량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 이중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곳은 57군데인 것으로 드러났고, 동아일보가 112군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은 조선일보 구독 가게(동아일보 포함)를 표시한 대자보 용지 크기의 대형지도를 만들어 이번주 중으로 학교 곳곳에 부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생들은 현장수업 등을 통해 알게 된 전남대 학생들과 연계해 공동으로 지도 그리기 작업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학생들이 경북대 주변의 '조선일보 지도'를 그리고, 전남대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 주변 '조선일보 지도'를 그려 교환한다는 것.

빠르게 퍼지는 소문... 지도 완성 전부터 영향력 미쳐

ⓒ 오마이뉴스 이승욱
학생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안티조선 운동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도 참여할 방법이 없었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완성된 지도가 게시되기도 전부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X-조선 회원들의 설명이다. 호철씨는 "학교 주변을 다니면서 가게 주인들을 만나 신문구독 현황을 조사한다는 소문이 재빨리 퍼졌다"면서 "우리들이 직접 방문하면 '우리 가게는 앞으로 조선일보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주인들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X-조선의 결성 계기가 됐던 '논리와 비판적 사고' 강의를 맡은 허재훈 강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쏟아내는 왜곡된 정보를 자신의 근거로 파악하는 경우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조선일보 지도 그리기'가 정보유통의 경로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X-조선은 '조선일보 지도'를 붙이는 날, 다음과 같은 성명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전략)… 대학은 진리의 전당이다. 역사를 밝히고 진실을 찾아내는 불빛은 언제나 대학에서부터 시작됐다. … 여전히 대학주변에는 조선일보가 남아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역사를 흔들고 사실을 왜곡한 조선일보를 적어도 대학생은 보지 말아야 한다. 민주와 통일을 위해 젊음을 바친 선배를 기억하자. 지금 비록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대학생이지만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켜야 한다."

"격에 안맞는 큰 힘 지닌 조선... 제자리 찾아줘야"
[일문일답] 경북대 안티조선 모임 도호철(24) 회원

ⓒ이승욱
- '조선일보 지도 그리기'의 목적은?
"우리가 전면적으로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익을 위해서는 민족까지 팔고 친일한 신문이 민족지라고 우기고 있다. 독재정권 때는 사익을 위해 권력을 미화했고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지 않았나. 하지만 그런 신문이 아직도 버젓이 정론지라며 잘못된 역사를 바탕으로해 권력을 행사하고 반북주의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행패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운동 방향은?
"자기에 걸맞지 않은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문제다. 그것은 족벌언론과 거대자본으로 이룩한 역사다. 그들의 주장도 존중해줄 필요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수준에 맞는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본다."

- 조사 결과 조선 구독 상가가 많지는 않은 편인 것 같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조선일보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경북대 주변에서는 동아일보 관계자가 상가번영회와 관계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상징성을 따지면 조선이나 동아나 둘 다 별차이가 없지 않나. 이번 지도 그리기에는 조선일보 뿐만 아니라 동아일보도 함께 포함해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 조사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왜 이런 걸 묻느냐고 따지거나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도를 아시고 동참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분위기를 아시는 분들은 먼저 절독하겠다고 약속하시는 분들도 있어 성과가 있었다."

- 전남대 학생들과 교류도 벌일 계획이라고 하는데.
"대구와 광주는 지역갈등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갈등은 존재하고 있다. 그 중심지의 대학생들이 서로 힘을 합쳐 지역갈등을 조장해온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운동을 공동으로 벌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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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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