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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고등훈련기(T-50)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와관련 감사원은 KAI 관계자와 군 관계자들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 변경 과정에서 부당하게 8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정부에게 부담케했다는 등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검찰이 수사중이다. <오마이뉴스>는 세차례에 걸친 T-50 사업에 대한 기획기사를 통해 방산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편집자주

▲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자체개발하고 있는 T-50의 주날개 부분의 결함 문제가 제기됐다.
ⓒ KAI의 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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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시스템은 현재 진행중인 사업의 수주에 '김'의 역할이 다대했음을 인정하여 회사 재정 여건상 다음과 같이 지급하고자 한다.
(1)S시스템은 본 사업과 관련하여 2001년 8월부터 2005년 9월까지 매월 2백만원을 '김'에게 매달 25일이 포함된 토요일에 현찰로 지급한다.
(2)S시스템은 2003년 12월말에 일시불로 '김'에게 2억원을 지급한다."


▲ S시스템과 김 중령이 맺은 '뇌물 계약서'.
현역 장교와 한 업체가 작성한 소위 '뇌물계약서'의 일부이다. (주)S시스템은 공군 고등훈련기(T-50)의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CBT)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하청받은 업체이다. 여기서 '김'은 공군 항공사업단에서 유관업무를 해왔던 김창호 중령(구속)을 지칭한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측을 통해 입수한 A4용지 1쪽짜리 문서는 '합의서'란 제목이 달려있다. 하지만 이는 김 중령이 부당한 방법으로 T-50 조종사 훈련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S시스템이 하청받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겠다는 서면각서이다. 김 중령이 따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은 5년여에 걸쳐 30여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이 문서는 (주)S시스템의 대표이사와 최대주주인 정아무개씨의 대리인이자 남편인 김 중령이 지난 2001년 9월8일 체결했다.

이른바 '뇌물 계약서'에는 하청을 받는 과정에서 김씨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만일 기일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당시의 정기예금 이자를 기간이자로 계상하여 지급한다"고 적시, 돈을 받기 위한 치밀한 절차까지 명시하고 있다.

또 "'김'의 역할에 의해 수주하게 될 차기 사업에 대한 지분은 S시스템과 '김'간의 별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김씨가 현역에 있으면서도 S시스템이 하청을 받는 데 모종의 역할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 이 합의서에서는 "정아무개씨의 주식중 2만5000주는 '김'(남편)의 원하는 시기에 반환한다"고 적혀 있어 주식의 원 소유자는 김 중령임을 추측할 수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문건을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했으며, 김 중령이 S시스템으로부터 일시불로 받기로 했던 2억원중 5000만원과 구속되기 전까지 매달 300만원씩 총 8000여만원을 S시스템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S시스템은 T-50 훈련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하청받는 대가로 김 중령에게 매월 일정액의 돈을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결국 그는 지난 8월말경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최재천 의원은 "국가안보를 위한 방산산업이 개인의 사적 이익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대표적인 예"라면서 "조달업무의 확립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군의 한 관계자는 "현직에 있으면서 특정 업체를 끌어들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는 것은 군 조달업무의 부패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간 군내외에 퍼져있던 조달업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 계약서' 쓴 김 중령, 주익담당 맡은 뒤 T-50사업 일사천리

공군 항공사업단 고등훈련기처 사업관리과에 있으면서 S시스템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김창호 중령은 지난해 1월 공군 항공사업단 고등훈련기처 양산과 주익 담당을 맡았다.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 변경 과정에서 8000만 달러라는 돈을 정부에게 부담케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던 T-50사업은 김 중령이 주익 담당을 맡은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 중령의 전임자, 즉 주익 담당자는 홍 아무개 소령이었다. 홍 소령은 8000만 달러와 관련, 지난 2002년 9월과 12월 두차례의 보고서를 공군에 제출했다. 그 골자는 ①KAI는 '국익' 차원에서 록히드마틴으로부터 T-50의 주익 생산 납품권을 가져오겠다고 하고 있으나 추가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②공군이 KAI와 록히드마틴과의 협상 과정에 참가해야 한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 소령은 KAI가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주익 생산 납품권을 가져오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공군 일각에서는 홍 소령을 김 중령으로 대체한 것은 KAI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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