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80일 동안의 농성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해단식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380일 동안의 농성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은 해단식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28일 이주노동자 농성단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가자 이길을'을 부르고 있다.
28일 이주노동자 농성단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가자 이길을'을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우리의 눈물은 단지 피부가 다르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탄압과 고통 주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인간은 불법이 아니다. 특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더 열심히 투쟁할 것이다."


28일 어두워진 명동성당 앞. 380일 동안 성당 들머리에서 농성을 벌였던 이주노동자들은 '해단식'을 갖고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1년이 넘게 단지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주장했던 이들이지만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동안 14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자살을 했고 많은 노동자들이 강제추방을 당했다. 건강이 악화된 이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특히 이들은 한국사회에 '이주노동자 인권문제'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눈물바다 된 380일 이주노동자 농성단 해단식

지난해 11월 '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저지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를 위해 농성에 들어간 이주노동자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농성을 지속해왔다. 100여명으로 시작한 농성단은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추방 등으로 최근에는 20여명 안팎이 농성장을 지켜왔다.

특히 올해 2월 샤말 타파 대표가 긴급 연행된 뒤 4월 1일 강제추방 된 뒤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농성단은 지역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농성을 접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28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전국 이주노동자 투쟁결의대회'를 열었고 명동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해단식을 가졌다.

그러나 380일이라는 시간은 이들에게 피보다 진한 끈끈한 동료애를 심어줬다. 이들은 하나같이 소중한 '동료애'를 경험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자히드(방글라데시)씨는 "그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혼자 방을 써왔던 내가 동지들과 함께 지냈다"며 "지역에 가서 돈도 벌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뻐야 하지만 헤어지는 생각에 더 힘들다"고 고개를 떨궜다.

해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흘렸던 카리브(방글라데시)씨 역시 "우리는 불법체류자라고 하는데 우리 역시 한국노동자와 같이 열심히 일한다"며 "오늘의 헤어짐이 끝이 아닌 것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농성단원은 "정부의 탄압을 힘겹게 견뎌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특히 샤말 타파 대표가 연행됐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 동안 몸이 많이 안 좋아졌지만 끝까지 투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노와르 위원장이 28일 '투쟁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아노와르 위원장이 28일 '투쟁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1년여 농성, 끈끈한 동료애 심어줘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날 해단식에는 200여명의 이주노동자 및 지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아노와르 명동성단 투쟁단 대표(방글라데시)는 "가시적으로 바뀐 것은 거의 없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를 사회에 알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이주노동자 역사상 가장 큰 투쟁의 기록으로 남겼다"이라고 자평한 뒤 "지역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인간사냥식 단속이 지속되고 있다. 또 산업재해는 늘어나고 체불임금 역시 많아 (노동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을 '감옥생활'에 비유했다. 그는 "이제 지역, 현장은 거의 감옥과 같다"며 "전국적으로 조직을 강화해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처럼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힘을 잃지 말고 함께 단결해 새로운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이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반인권적 인간사냥 단속추방 중단하라'는 등 피켓을 흔든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곳곳에서 가스총을 쏘고 폭력을 행사하며 노동자들을 추방했다. 또 고용허가제를 위해 단속을 더 강화했다"며 "그러나 이미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현재 18만명을 넘어 이전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강제추방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의 고용허가제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를 값싸게 일 시켜먹고 단물이 빠지면 쓰레기통에 버리듯 내쫓아 버리려는 것"이라며 "380일 간의 농성투쟁을 마치지만 우리는 40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을 넘어 전국에서 들불처럼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명동성당 380일 농성 풀어

농성장 천막 앞에 붙은 숫자는 '380'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더해지지 않을 것이다.
농성장 천막 앞에 붙은 숫자는 '380'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더해지지 않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날 해단식에 앞서 이들은 종묘공원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의팔(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목사는 연대사를 통해 "민주노총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게 됐고, 정부에서도 농성에 참여한 여러분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됐다. 또 스스로 인간답게 노동권을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 자체도 큰 성과"라고 380일 동안의 농성을 평가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오늘 해단식은 산모가 어려움과 힘든 고통을 참고 해산한 것과 같다. 산고 끝에 새 생명을 낳는 것 같이 우리 스스로도 힘들지만 새로운 노동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낳았다"고 밝혔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으로 도보 행진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이주노동자의 합법화의 필연성'을 알렸다.

28일 결의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참가자들이 명동성당으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28일 결의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참가자들이 명동성당으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