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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한국 방송이며 신문에서 '일본열도 한류열풍'이라는 선정적(?) 타이틀을 전했다. 중국이나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한류'라는 뉴스는 쉽사리 들어왔지만 일본에서 한류라니 의심 먼저 하고 본다.

일본이라는 섬나라, 한국과는 정말이지 청산해야 할 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도 많아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곳.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한국에 열광한다는 신문이나 방송 소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힘들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일본과 북한의 정상회담 이후 '납북자' 문제로 일본인에게 총련으로 대표되는 재일동포들이 고통받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던 곳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하여 '조그만 이벤트를 크게 부풀린 한국식 기사'겠거니 생각하던 찰라,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욘사마'를 언급하고 최지우를 보고 싶어한단다. '어라?'하는 질문과 동시에 언젠가 KBS가 특집 방영하는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을 봤다.

'잃어버린 일본의 옛 정서를 되살려 줘서 기뻐요'라는 말로 대표되는 일본 발 중년 여성들의 외침으로 대표되는 한류열풍, 그 근원은 <겨울연가(WINTER SONATA)>라는 드라마란다. 하여 배용준(사실 통신원은 그를 한국에선 한물간 연예인으로 생각한다. 통신원이 고등학교 때 최고 인기인 아니었나)은 일본 중년 여성들에게 가슴 속 '백마 탄 왕자;가 됐다. '<겨울연가> 드라마 성공 이후에 따른 부수적 한류가 지금 일 열도를 뒤덮고 있다'는 식으로 특집 다큐는 끝을 맺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들리는 일본 소식을 믿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았다. '과연 그런가? 알게 모르게 재일동포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일본인들인데….'

일본 젊은이들, '한류'를 말하다

그러던 와중, 이곳(미국)에 나와 일본인을 만나게 되면서 가장 처음 듣게 된 질문이 '배용준 아느냐?'다. 중년여성도 아닌 내 또래 젊은이들이 묻는다. 직접 듣고 보니 신기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중년 여성들이 이끌어 나간다는 한류, 일본도 아닌 한국도 아닌 제 3국에서 만난 일본 젊은이들이 보는 '한류'를 들여다보자.

컁 미온(20·오키나와)

▲ 미온
ⓒ 김형재
"배용준? 그저 그런데… 아 이곳에 와서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 봤는데 장동건 참 쿨하게 잘 생겼다. 드라마는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드라마 보고 또 한국 사람들 직접 만나보니 일본이랑 많이 비슷하다. 한국 패션, 생김새, 행동 등 많이 비슷하지 않은가. 일본에서 요즘 한국 드라마, 영화 좋아하는 이유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한국을 어떻게 생각느냐고 묻는다면 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좋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도자이모 에이지(22·나고야)

▲ 에이지
ⓒ 김형재
"한국노래 정말 좋다. 보아 아는가? 노래 잘한다. 일본 남자들에게 윤손하도 인기 있고, 나는 선동렬, 이승엽이 좋더라. 아 한국음식 맛있다. 김치, 라면, 김밥 등. 배용준은 알고 있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남자들 내가 생각해도 잘 생겼다.

한국인 직접 만나고 느낀 건 참 친근하다. 일본이랑 여러 면에서 비슷한 거 같다. 요즘엔 친구들이 한국 자주 여행 가는데 아마도 가깝고 싸서 쉽게 갈 수 있는 것 같다."

타키모토 마도카(26·나고야)

▲ 마도카
ⓒ 김형재
"내가 아는 한국은 '겨울연가'를 통해서다. 1-2개 채널에서 방영해주기 때문에 볼 수 있다. 나도 배용준 좋아한다. 얼굴이 참 깨끗하고…(웃음) 잘 생겼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게 된 지는 3-4년 된 것 같다. 보아나 윤손하는 그때부터 인기 있었으니까.

지금 일본에서의 한국드라마 열풍(한류)은 일종의 붐(BOOM)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타쿠(열성적 마니아)'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중년여성에서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전 세대 여성에게 인기 많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단지 영화, 드라마에 국한된다고 본다. 나나 친구들이나 한국이 가까운 나라라는 것을 알지만 보다 세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친구들 보면 놀랍다. 참 많이 오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쿠마모도 미사(23· 쿠마모토)

▲ 미사(미국 인디아나)
ⓒ 김형재
"한국에 대해 알게 된 건 대학교 때 친구가 한국관련 수업을 들어서 알게 됐다. 일본에 있을 때 '겨울연가' 정말 재밌게 봤다. 배용준 잘 생기지 않았나. 일본에서 인기 정말 많다. 잘 생기고 예의바르고 부드러우니까. 아 '호텔리어'도 재밌다. 한국 드라마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좋다. 사랑하고 있으면 한쪽에서는 싸우고 그러다 풀어지고….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열풍(한류)은 하나의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중년 여성들이 있지만 지금은 나나 친구들, 60대들도 좋아한다."

카라사와 이코(22·사이타마)

▲ 이코
ⓒ 김형재
"일본을 떠나오기 전 한국 영화나 드라마 3번 정도 봤다. 영화관에서 본 건 아니고 TV로 봤다. 최근에 들어서 한국드라마에 관심이 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배용준? 이름을 알지만 나는 잘 모른다. 중년 여성들에게 미칠 정도로(Be crazy about something) 인기 많다. 나는 코미디나 액션을 좋아하는데 '화산고'라는 영화 재밌더라.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남한(South Korea)만을 인식하는 거 같다. 북한에 대해서는 두렵게 생각한다. 나는 한국 사람들 좋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역사 때문이지 않을까… 역사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웃음)."


단순한 한류, 그 이상의 양국 교류를 바란다

이상 외국에 나와 있는 일본 젊은이들을 만나 물어본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류? 현재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본다'와 '드라마, 영화, 연예계에 한정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라는 사실.

이들이 말하는 '한류'는 연예계 소식이며, 일본 젊은이들은 이것을 단지 하나의 유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소수의 이야기지만 일본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한류를 참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연예계 소식을 넘어서는 한국을 이들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북한(김정일)은 미친 국가'라는 말을 듣고 왜 그러한지 물어보니 "일본인을 납치해 가지 않았느냐"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역사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최근 배우 최민식이 "얼굴이 잘 생겨서 인기있는 것은 진정한 한류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단다.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물론 현재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단순한 현상에 기분 좋아하기엔 아래의 최근 외신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게 다가온다.

(중략) TV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상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양국은 서로 상대국 대중문화에 대해 점점 더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일본거주 한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일본 내 한국인들은 여전히 직업과 취업에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더욱이 짧은 주기로 유행이 변화하는 일본인들의 경향으로 볼 때 이같은 추세가 얼마나 오래 갈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서구쪽에 눈을 돌렸던 일본이 이웃나라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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