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산은 언제 보아도 말이 없고 늘 푸릅니다. 남산은 마치 병아리를 품에 안은 어미닭처럼 보였습니다. 강한 생명력으로 서울 도심을 지키고 있는 남산, 산은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허리도 굽고 다리가 다소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케이블카를 이용하였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니 꼭 어렸을 적 어머니 등에 업힌 기분입니다.
어머니 등에 업혀 칭얼대던 아들이 어느덧 장성하여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여름처럼 기운이 무성하던 어머니는 가을산처럼 늙으셨고 키도 더 작아진 느낌입니다. 이제 아들이 어머니를 업어드려야 합니다.
한 때는 봉수대가 긴요한 연락체계이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과거를 추억하는 유물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긴요한 연락체계 수단인 휴대전화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유물이 되겠지요?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당신의 호흡을 느끼고, 얼굴도 좀더 많이 보아두어야겠습니다.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언젠가는 사진을 보며 어머니를 추억하는 날이 올 테니까요.
어머니는 한옥을 닮았습니다. 자식들은 아무래도 현대식 건물에 가깝습니다. 한옥 있던 자리에 다들 '나 잘 낫다'고 우뚝우뚝 일어선 서울 시내 빌딩들. 그래 보았자 이 남산 팔각정 아래입니다.
제 눈에는 하늘을 찌르듯 곧추 선 서울타워도 팔각정보다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하늘과 같아서 그 길이를 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갑자기 애국가의 한 소절이 생각났습니다. 소나무 역시 어머니와 같은 존재입니다. 상록수와 같은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남산 위의 소나무가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풍상을 몸으로 겪으며 지켜보았듯이 어머니도 늘 푸르름을 간직한 채 6남매의 성장과정과 우여곡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발로 굴러서 솜사탕을 만드는 광경을 보니, 마치 옛날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사주신 솜사탕은 정말 꿀맛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맛이 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어머니께 솜사탕 사달라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젊은 여인은 아름답다. 그러나 나이 든 여인은 더욱 아름답다"고 노래한 어느 미국 시인의 시구가 생각났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새싹도 아름답고 꽃도 아름답지만 마지막을 곱게 물들인 단풍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세상 어머니들은 단풍과 같아서 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이 묻어납니다. 아니 뚝뚝 떨어집니다.
단풍과 어머니를 보며 나도 '단풍처럼, 학처럼 곱게 늙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 2부 <한옥마을> 편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