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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부른 가수 이안씨가 '힘내세요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100회 무료콘서트 대장정에 나섰다.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부른 가수 이안씨가 '힘내세요 대한민국'이란 제목으로 100회 무료콘서트 대장정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속삭임은 사랑을 부른다
소리는 이웃을 부른다
우레는 비를 부른다
노래는
참된 노래는
우주의 새 삶을 부른다
저기 저 어둠 속에서
등 돌리고 노래하는 사람아
이제는 이쪽보고 하소
이제는 이쪽보고
신명내 하소
- 김지하 '참노래'


대장금 '오나라'의 가수 이안(24)씨. 그는 김지하 시인의 '참노래'를 마음 속에 간직하고 다닌다. 그는 이 시의 구절처럼 '어둠 속에서 등돌리지 않고 이쪽'을 보고 신명나게 노래하기 위해 많은 대중집회 무대에 섰다. '효순·미선 2주기 추모집회',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 그것도 모자라 이젠 각계 각층의 '보통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순회 100회 무료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올해 5월 갓 데뷔한 신인인 그는 음반을 내자마자 한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이달의 신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포털사이트(네이버) 가수10걸에 수개월 동안 이름을 올려놨다. 또 그의 노래 '물고기자리'는 벅스뮤직 8위와 컬러링 다운로드 4위를 차지했다. 최근 일본 공연은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쉬운 길로 갈 수도 있는 그가 왜 모험을 할까. 왜 100회 무료공연이라는 어찌보면 무리한 계획을 세운 걸까?. 일부 공연관계자는 이안씨의 계획이 무모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그는 "공연 주제가 '국민여러분, 힘내세요!'다. 점점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진다고 하는데 삶에 찌든 분들의 어깨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이번 공연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될 것임을 확신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9일 이안씨를 만났다. 100회 무료공연 뿐 아니라 대중가수로서 '집회'에 참석하는 이유, 신인가수로서 느낀 대중음악계, 차기 음반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는 노래는 쓰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선·효순이'를 주제로 한 '미인'이란 노래는 대학생 때 두 학생의 죽음 앞에 충격을 받고 만들었고, '효순·미선 2주기' 때 불렀다"며 앞으로도 대중가수로서 '쓰임'있는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안씨와의 인터뷰 전문.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 13일 지하철 번개 콘서트를 시작으로 100회 전국투어 무료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공연 주제는 '국민여러분, 힘내세요!'다. 점점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진다고 한다. 삶에 찌든 분들의 어깨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사실 대학 때 세계 길거리 공연 여행을 다녔다(이씨는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동남아에서 유럽까지 20여개 나라를 음악여행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거리공연 벌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 '예술의 다리'처럼 문화의 장이 있었으면 했다. 이후 2년이 지났고 내가 먼저 기획사에 (무료공연을)하고 싶다고 했다. 기획사에서는 돈 안 되는 일이라고 망설였을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열렸던 (지난 15일)동대문운동장 지하철역 번개 공연의 반응은 좋았다. 지하철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만난 분들은 처음에는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보더라. 하지만 3곡 정도를 부르니 서로 어울어지고 손뼉 치고 율동도 같이 하고 웃더라. 보람과 힘을 얻었다."

- 어떤 방식으로 공연이 진행되나?
"농촌·어촌·대기업·공장 사회 각계 각층을 찾아가 보려 한다. 지금은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해서 '공연하겠다'고 말한다. '왜 무료로 해주냐'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다.

"대학 때 20개국 국악 길거리 여행...100회 무료공연 시작"

- 이제 데뷔한지 7개월여 된 것 같다. 현재까지를 스스로 평가 하다면.
"종횡무진 다녔다. 두서가 없었다고 할까. 순서를 몰랐다. 우리 기획사도 처음 음반을 제작했고 가수 홍보도 처음이었다. 이 길이 맞는 건지도 모르고 왔다. 뒤돌아보면 저 때 홍보를 바짝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후회도 한다. 그러나 바짝 하지 못하고 이렇게 멀리 돌아서 왔던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시행착오가 많을수록 추억이 많다고 하지 않나. 하나하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 '돌아갔다'는 의미는?
"다른 매니저들이 때를 결정해 바짝 홍보하고 활동도 바짝하고 쉬면서 하라고 했는데 100회 무료공연을 기획한다고... 보통 우리나라 대중가수들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수의 입장에서는 많은 무대에 서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 대장금 '오나라' 가수라는 수식어는 본인에게 득이자 짐일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한 때 대장금 가수라고 하면 '드라마도 끝났는데 왜 아직도'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안 쓴다. '대장금 가수 이안'은 앞으로 여러 수식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임재범의 칼칼한 목소리를 들으면 순탄치 않은 그의 삶이 배어 나온다. 또 정태춘의 노래에서는 한국사의 치열했던 삶이 느껴진다. 내 경우는 학창시절에 빠졌던 음악이 우리 음악이었고 20대 내내 접해왔다. 그 때문에 내 음악에서 '국악'이 자연스레 묻어나오지 않을까."

ⓒ 오마이뉴스 남소연
- 1집에서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있었고, 실제로 많은 집회 무대에 오르는 걸 봤다.
"그런 질문을 많이 한다.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대중가수로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조언해줬다. 그러나 대중이라는 게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대중 안에 포함된 분들이다. 대중가수는 그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김지하 시인의 '참노래'라는 시가 있다.(외워서 읊음) 이 노래는 내게 '어둠 속에서 (노래)부르는 사람아. 무대를 열어놓고 여기저기서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또 요즘 집회는 문화의 장이 됐다.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노래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어떤 '집회'든 불러주면 간다는 말인가? 지금까지는 주로 소위 '진보, 개혁'적인 주제의 집회엘 다녔는데 반대의 입장에 선 집회도 불러주면 나가겠나?
"사실 총선 때 '오나라'가 드라마 끝나자마자 한나라당 로고송으로 사용됐다. 저작권이 작곡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집회 주최측에서 먼저 나를 섭외한 적은 없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 나는 정치는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서고 싶은 데 서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나는 노래는 쓰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선·효순이'를 주제로 한 '미인'이란 노래는 대학생 때 두 학생의 죽음 앞에 충격을 받고 만들었다. 그 노래는 적합한 장소에서 쓰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효순·미선 2주기' 때 불렀다. 내 노래가 보수 집회에 쓰일 수 있을까. 쓰임이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 대중가수가 그것도 신인가수가 그런 무대(집회 문화공연)에 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도 사랑노래를 부른다. 음반의 대부분 곡들도 사랑과 이별을 다뤘다. 다만 그런(시사적인) 노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부르는 것이고, 서고 싶은 자리에 서다 보니 이미지가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난 대중가수다."

"노래는 쓰임 있어야... 집회 참여자들도 대중, 난 대중가수다"

- 이제 곧 2집도 준비할텐데 2집은 어떤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포함되나?
"'참노래'가 뭘까 고민한다. 사랑노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픔, 이별, 애잔함, 갈망을 준다. 이는 나 이외에도 많은 가수들이 하고 있다. 나 역시 사랑노래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켰을 때 신용불량자가 카드값 때문에 살인, 납치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미국 이야기도 항상 나온다.(웃음) 우리 일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중가수면 사회이야기를 담아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은 사랑노래가 다 자기 이야기처럼 들리듯 신용불량자라면 그런 주제의 노래를 듣고 위로 받을 것이다. 가수는 사람들이 힘들면 위로하고 기쁨은 북돋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음반에선 사람들의 기를 살려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100회 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텐데 그때 많은 이들의 느낌을 공유하려고 한다. 그 내용을 2집에 담을 것이다. 국악은 흥과 한의 음악이다. 예전에는 한의 음악이 강조됐다. 힘들고 지치면 더 슬픈 음악을 들려줘야 치유된다고 한다. 흥겨우면 흥에 더 겨운 음악을 들려줘야 더 신이 난다고 한다. 극과 극을 건드려야 하는 것이 우리 음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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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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