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로부터 "인걸은 지령"이라고 했다. 백두대간 설악의 멧부리
예로부터 "인걸은 지령"이라고 했다. 백두대간 설악의 멧부리 ⓒ 박도
도시 집중화 현상의 해결 방안

며칠 전, 앞집 노씨네가 배추를 뽑아서 우리 집 김장용으로 10여 포기 보내왔다.

오늘 아내는 그 배추로 김장을 담근다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했다. 이럴 때 점심 타령 하다가는 부부싸움하기 딱 알맞다. '눈치가 빠르면 절간에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고 하는데, 부부생활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선수를 쳤다. 오늘 외식하자고. 어차피 주머닛돈이 쌈짓돈이 아닌가.

그러자 아내도 마침 방앗간에 고추 빻을 일도 있고, 황토염색 이불 주문받은 것도 택배로 보내야 한다면서 그러자고 했다. 부부가 장터마을로 가서 방앗간과 택배 집에 들른 후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막 들고 있는데 손전화가 왔다.

베이징 따님 댁에 가 있는 선배로부터 온 전화였다. 선배는 나의 근황을 온라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내의 천연염색 작품에 대한 칭찬까지 아끼지 않았다.

나는 강원도 안흥 산골에 살고 있지만,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미국에 있는 동포, 뉴질랜드에 사는 처남, 캐나다에 사는 제자, 키르키즈스탄에 사는 동포들과도 서로 조금의 불편도 없이 전화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이런 지구촌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아직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구집중이 문제가 되고, 경상도네 전라도네 충청도네 하면서 여태 지역을 문제 삼고 있다. 정말 짜증나지 않을 수 없다. 전국토의 17%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전인구의 40%가 몰려 살고 있다니, 이건 엄청 잘못된 기형의 가분수다.

사람이 떠나서 폐허가 된 시골 집
사람이 떠나서 폐허가 된 시골 집 ⓒ 박도
그동안 역대정권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하여 여러 정책을 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 한 후보가 수도권 이전을 공약으로 채택하여 상대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로 당선됐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이전 공약을 실행치 못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행정수도 이전만으로 도시집중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이전을 해봐야 또 다른 지역의 인구 집중을 유발할 뿐이다. 이참에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근원적으로 도시도 시골도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분간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자꾸 개발하여 펼치면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고, 이 방법만이 가장 근원적인 국토 균형 발전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름다운 산촌의 여름, 안흥면 송한리에서 바라본 멧부리
아름다운 산촌의 여름, 안흥면 송한리에서 바라본 멧부리 ⓒ 박도
대자연은 가장 위대한 교과서

사람들의 고향은 대부분 시골이고 엄밀하게 말하면 땅이다. 그런데 요즘 시골마을을 지나치다가 보면 폐가가 된 집들도, 폐교가 된 시골초등학교 분교도 자주 보게 된다.

시골은 나무로 치면 뿌리와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뿌리인 시골이 메마르고 있다. 이러고는 나무가 튼튼히 자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시골이 황폐한 나라에 도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

필자가 서울에서 산골마을로 내려와서 살아보니까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불편함이 적었다. 도시사람들이 시골을 기피하는 이유는 비문명적인 환경 때문이었는데, 요즘의 시골은 도시 못지않게 문명을 누릴 수 있다.

우선 전기, 전화, 인터넷 망이 전 국토에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웬만한 산간도로도 모두 포장돼 있어서 차들의 통행이 자유롭다. 한두 시간이면 대도시로 나갈 수 있다.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가 된 분교,  원래는 유현초등학교 금대분교였다가 지금은 금대자연학교가 되었다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가 된 분교, 원래는 유현초등학교 금대분교였다가 지금은 금대자연학교가 되었다 ⓒ 박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서비스도 엄청 좋아졌다. 노인들이나 학생들을 위하여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는가 하면, 마을에 다리 하나를 놓는데도 어느 지점에 놓아야 좋은지 자치기관에서는 일일이 공청회를 열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

날마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조권 침해네 사생활 침해네 하는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이곳 산촌 생활은 그런 도시와는 별천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과 노인을 위하여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과 노인을 위하여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 ⓒ 박도
며칠 전, 초대받은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사회자가 나에게 많은 시골사람들이 교육문제로 도시로 떠난다고 하면서 내 생각을 물었다. 자녀를 큰 인물로 키우려면 오히려 시골에서 키워야 한다는 평소 내 생각을 밝히자 그에 따른 근거를 물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보라. 서울 출신이 있는가? 그리고 훌륭한 예술가나 학자들의 성장지를 보라. 거의 대부분 산수 좋은 시골이 아닌가?"라는 나의 얘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 이런 해변마을에서 자란 아이가 큰 인물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 이런 해변마을에서 자란 아이가 큰 인물이 될 것이다 ⓒ 박도
'마소의 새끼는 시골로, 사람의 새끼는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이제는 "사람의 새끼도 시골로"로 고쳐야 할 때다. 왜냐하면 시골 학교는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된 학교가 부지기수로 많다. 그만큼 교사로부터 알뜰하게 개인지도도 더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교과서인 대자연으로부터 도시 아이들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문제로 도시로 가려는 분들이여, 자녀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더 큰 인물로 키우려면 그냥 지금 사시는 곳에 그대로 사십시오.

'우애'의 전설이 깃든 안흥 주천강변의 삼형제바위
'우애'의 전설이 깃든 안흥 주천강변의 삼형제바위 ⓒ 박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