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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가 16일 각 언론사에 보낸 자료. 사회환원금 감액을 발의한 주주로 한미약품이 지목돼 있다.
ⓒ 신미희

90년 당시 방송허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수익15% 사회환원'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논란을 빚었던 SBS가 이번에는 방송위원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10월 26일 지상파방송 재허가추천 2차심사 결과 발표와 관련, SBS에 대해서는 방송수익 사회환원 약속위배 및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과 지배주주 (주)태영의 하수처리사업 연관의혹 등을 들어 의결을 보류한 채 추가 의견청취 과정을 밟고 있다.

따라서 SBS는 지난 15일 윤세영 회장이 추가 의견청취 과정에 직접 출석, 수익환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사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SBS가 이날 내세운 사유는 ▲IMF 당시 적자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감액 요구 ▲디지털방송 전환계획에 따른 투자소요 증가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등이다.

특히 SBS는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요구로 매년 방송수익의 15%를 사회환원하겠다던 애초 약속을 98년부터 지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BS는 16일 각 언론사로 보낸 자료를 통해 사회환원 감액을 요구한 주주로 한미약품을 지목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98년 3월 총 33명의 주주 중 27명이 참석해 개최된 서울방송 제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주주가 발의한 SBS문화재단 출연금을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한도 내로 조정하는 안이 가결된 바 있습니다. 대주주의 입장에선 경영상황 뿐만 아니라 방송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도 동시에 중요시하지만, 소액주주들은 경영안정을 최우선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미약품 측은 SBS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98년 3월 SBS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한 것은 맞지만 그같은 발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19일 오후 2시30분경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참석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발의를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현재 SBS 지분 1.63%를 갖고 있다.

이 관계자는 "(SBS 자료를) 보고한 뒤 사실여부를 물어봤는데,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한도'라는 용어도 잘 모르는데 무슨 발의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두번째 확인 통화에서도 "오래된 일이지만 그런 발언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거듭 밝혔다.

방송위 "허위자료 제출했다면 심각한 일"...SBS "사실 맞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SBS에서 98년 주주총회 의사록 사본을 별첨해 이같은 의견을 낸 게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SBS가 제출한 자료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검증하는 별도 절차나 방안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해당 언론사가 낸 자료는 사실로 믿고 심사를 했다"면서 "만약 SBS가 허위로 조작한 자료를 심사용으로 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수익환원 약속 파기와는 또다른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SBS는 한미약품 측 주장에 대해 "방송위원회에 낸 자료는 사실"이라며 진위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위에 제출한 것은)98년 주주총회 의사록을 근거로 제출한 것"이라며 "(방송위에) 거짓말했다가는 큰일 난다"고 답했다.

SBS 측에 따르면, 98년 주주총회는 3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시 SBS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에 방송위원회에 제출된 주주총회 의사록은 회의 당일 오후 작성돼서 최소한 다음날 주주나 이사들에게 전달됐다고 SBS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주주총회를 녹음한 자료는 따로 있지 않다고 SBS 측은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논란과 관련, 98년 주주총회 의사록 열람을 요청했으나 SBS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SBS측 관계자는 "의사록을 주면 임성기 회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주주인 임 회장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세시간만에 말 뒤집어

한편 한미약품 측은 SBS와의 확인취재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약품 측 입장은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애초 답변과 다른 입장을 전해왔다. 이정백 한미약품 홍보이사는 19일 오후 5시45분경 <오마이뉴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임 회장은 '오래 전 일이라 발의했느냐 안했느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기록이 그렇게 돼 있다면 맞겠지'라고 말했다"고 정정했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오후 한미약품 측에 SBS가 16일 보내온 '사회환원 약속이 충실히 이행되지 못한 사유', '향후 방송 수익의 사회환원 계획'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 2건 전문을 모두 보낸 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한 바 있다. 한미약품 측은 임성기 회장에게 이번 취재내용을 보고한 뒤 그에 대한 입장을 19일 오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직접 통화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19일 오후 5시30분경 외출 중이어서 연결되지 않았다. 이정백 홍보이사는 임 회장과의 직접 통화를 요구하는 질문에 "지방출장 중이어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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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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