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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이창희 씨. 가르치랴 작업하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늦어지기 일쑤다
ⓒ 이진희
밤늦도록 현란하기 짝이 없는 천안시 쌍용1동의 먹자골목. 이곳을 지나다보면 인근 업종들과 전혀 무관한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상가하나가 눈에 띈다. 화려한 네온간판들에 비하면 일견 초라하기 그지없는 '가구제작동호회'가 그 곳. 이창희(35·천안쌍용1동)씨가 대표다. 지난 9월부터 문을 열고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는 천안가구제작동호회는 이창희씨가 몇 년 전부터 맘에 담고 있던 바람의 결실이기도 하다.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87년부터 98년까지 가구대리점의 판매원으로 일하던 이씨는 늘 보아오던 가구를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IMF때 쌍용동에 조그만 소품가구점을 열고 직접 운영하기도 했던 이씨는 2003년 자신이 처음 창업한 가게를 사정상 처분하고 가구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단순한 DIY식 조립엔 만족할 수 없던 이씨가 마침내 맘에 맞는 배움터를 찾게 된 곳은 대전의 가구제작 동호회. 그곳에서 제작된 유려한 탁자의 곡선다리를 보고, 직접 만드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천안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면서 6개월을 교육받았다. 관심도 욕심도 많았던 터라 금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투자했던 시간과 비용도 하나하나 작품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 1월 처음 화장대 콘솔과 책상, 5단 서랍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뿌듯한 마음이야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제 첫 작품이라며 친한 친구에게 선물해 줬더니 완전히 감동하더군요. 제 기쁨도 더 하구요"라며 '자기가 만드는 가구'의 즐거움을 전하는 이씨.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의 자신감이 비춰진다.

▲ 자신이 만든 가구와 함께 한 컷.
ⓒ 이진희
안 되면 개인작업실로 쓰자고 생각했던 가게엔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삼삼오오 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직접 만든 가구들을 살펴보며 놀라던 사람들이, 2~3번씩 찾아오게 되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의지를 갖게 되었고, 그렇게 모이기 시작한 회원들이 오픈한지 두 달 만에 벌써 41명에 이른다.

"입소문이 정말 빠릅니다. 회원으로 가입하시고 작품하나를 완성하게 되면 집에 오는 손님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만든 가구라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모인 회원들이 상당수입니다. 사실 동호회라면 인터넷에서 조직되고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 결실을 맺는 게 보통인데 '천안가구제작동호회'는 지금에서야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중이니 아이러니한 일이죠"라고 말하는 이씨는 예상 밖의 호응에 더 흥이 난다고.

현재 30대 초반에서 50대에 이르는 주부들의 호응이 특히 좋다고 한다. 회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교육비와 평생회원비를 합쳐 가입할 때 10만원을 내야하고 일단 회원이 되면 재료비를 제외하곤 추가 비용이 없다.
"재료는 통원목이나 집성원목만을 사용하고 페인트도 손에 묻어도 무해할 정도의 천연페인트를 사용합니다. 특히 아파트 옥탑방 같이 기성가구로는 채우기 힘든 공간을 직접 만든 가구로 채운다면 훨씬 보람되겠죠?"라며 부담 없이 찾아줄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시중의 기성가구들과 가격·디자인 비교하고 따지신다면 별 매력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가구,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에서 앉아도 보고, 책도 읽고, 밥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라는 이씨는 일 자체의 즐거움과 늘어나는 회원들과의 인간관계에서 보람을 찾아가며 매일 저녁 늦게까지 행복이 물씬 묻어있는 가구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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