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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잔잔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단다. 이 작품은 원작 다나카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연애소설 단편집을 영화한 것으로 일본 내에서는 원작이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에게는 낯선 작가이지만 다나코 세이코는 일본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졌으며 일본 문학계를 이끄는 여성작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간사이 사투리를 쓴 연애소설로 유명하다.

이번 소설 또한 사투리를 쓰고 있으며 9편의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특별한 것은 독특한 캐릭터들과 소설 전반이 여성의 심리 묘사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기존 소설에서는 남녀간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었지만 이번 작품은 남성의 심리를 최대한 절제한 채 여성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또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게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스냅사진 같은 한 편의 추억을 되살리며 당시의 주인공들의 일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생을 관통하는 듯한 유머,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로 사랑을 재정의하고 있다.

또한 뜨악하고 사랑의 환상과 거리가 먼 우리 일상의 연애사를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예리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어 주인공들이 실제 살아 숨쉬는 듯하다.

9편의 작품들 속에 주인공들은 독특한 캐릭터를 지녔다. 그렇다고 해서 신비적이거나 몽환적이기보다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소위 사람들이 정해 놓은 상식에 의해서 움직이는 인물들은 아니다.

그래서 독특함이 묻어 나오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모든 등장 인물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 속에 남녀 모두의 시선이 아닌 여성의 시선에서 그들이 느낀 희노애락이 묘사되어 있다.

먼저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조제와 그를 사랑하는 츠네오의 사랑이야기이다. 우선 조제는 아버지에 버려지고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그녀는 스스로 삶을 오만함과 도도함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그녀가 느끼는 무서움과 두려움 등은 비뚤어진 행동에서 드러난다. 그녀의 특별한 이름 조제 말이다.

츠네오는 슬그머니 그 이름을 지은 연유를 물어보았다.
소설을 좋아하는 조제는 시청에서 운영하는 순회부인문고에서 소설책을 자주 빌려 읽는데(장애인은 무료),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추리소설인 줄 알고 빌렸는데,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몇 권이나 빌려 보게 되었다.
그 프랑수아즈라는 여류작가는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조제라고 하는 경우가 많앗다. 조제는 이 작가의 소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츠네오는 슬그머니 그 이름을 지은 연유를 물어보았다.

야마무라 구미코라는 이름보다, 야마무라 조제가 훨씬 더 멋있어 보였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아니 분명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조제라는 이름이 그런 행운을 가져다 준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일이란, 그녀 앞에 츠네오가 나타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츠네오는, 조제라니 참 이상한 이름이야, 라고 말했지만,(소설도 별로 읽지 않고, 그 이름을 혀로 굴려 발음해봐도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새 그 이름에 감화되어 "어이, 조제"하고 부르게 되었다.


또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라는 작품에서는 항상 상상만으로 모든 것에 대해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을 느끼는 여성이 나온다. 이렇듯 작품에서 상처를 받은 여성들 그리고 그들과 관계되는 모든 이들은 여성들에 의해서 그려지고 그들 모두 독특한 캐릭터로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일본 소설가 야마다 에이미는 이 작품을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짜증이 나거나 우울할 때면 다나베 세이코의 책을 펼쳐 든다. 그리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해도 그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어려운 이론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다나베 세이코의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 너무 아깝다."

작품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언뜻 다른 색체로 그려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야마다 에이미가 이야기하듯 어렵지 않지만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독특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또한 영화와 함께 책과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그저 그렇게 읽고 넘길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어쩐지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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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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