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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리오 미술관의 독특한 팜플렛 진열 모습
온타리오 미술관의 독특한 팜플렛 진열 모습 ⓒ 강지이
온타리오 미술관의 건물 외관
온타리오 미술관의 건물 외관 ⓒ 강지이
온타리오 미술관의 내부 홀 모습
온타리오 미술관의 내부 홀 모습 ⓒ 강지이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의 자랑은 우선 헨리 무어의 특별관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영국 태생의 이 유명 현대 조각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의 작품 제작 도구들까지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해부학 교실이나 조각 설명회도 항상 기획된다.

헨리 무어는 1974년에 300점이나 되는 자신의 작품들을 이 미술관에 기증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헨리 무어만의 전시관이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어린이들은 이 미술관 견학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접하고 제작 과정을 엿볼 수가 있다.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 ⓒ 강지이
헨리 무어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
헨리 무어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 ⓒ 강지이
내가 방문한 여름 기간 동안 이곳은 모네 등의 유명 인상파 화가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미술관에서 이들의 작품을 보아온 나는 그냥 캐나다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상설 전시 입장권만을 끊었다.

특별전의 입장료는 엄청나게 비싼 데다가 아직까지 다양한 작품을 접하지 못하고 지내온 캐나다 현지인들을 위한 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면에 상설 전시는 캐나다 출신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여 구성되어 있었다. 결국 이곳의 문화를 느끼려면 유명 작가의 특별전보다 상설 전시를 보는 것이 더 낫다.

상설 전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작품들이 많고 생소한 이름의 작가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캐나다 작가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는 뜻일 것이다. 캐나다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그들의 작품이 여러 곳에서 많이 전시된다면 그 작품들의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지극히 '캐나다적인' 작품들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 현대 미술 또한 미국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캐나다 출신 작가들의 독특하고 뛰어난 작품들은 묻히고 만다. 이게 캐나다만의 현실은 아닐 것이어서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나도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캐나다 여류 작가의 작품
캐나다 여류 작가의 작품 ⓒ 강지이
캐나다가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들 1
캐나다가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들 1 ⓒ 강지이
캐나다가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들 2
캐나다가 자랑하는 작가의 작품들 2 ⓒ 강지이
캐나다의 온타리오 미술관과 대비될 수 있는 좋은 예는 바로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이다. 운 좋게도 나는 이번 여행에서 이 두 미술관을 모두 가 볼 수 있었다. 가장 캐나다적인 작품을 소유한 곳과 가장 미국적인 작품을 소유한 곳. 이 두 장소를 통해 캐나다를 느끼고 미국을 본다.

뉴욕 중심부에 위치한 휘트니 미술관은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자연사 박물관 등 엄청나게 큰 규모의 미술관에 묻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 여행 중 만난 세 명의 영국 친구들에게 이곳을 간다고 했더니 '거기가 어디냐'고 의아해 한다.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을 느끼고 싶다면 휘트니 미술관을 꼭 방문하길 권하고 싶다. 그녀 자신이 미술가이기도 한 휘트니라는 사람이 설립한 이곳은 미국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미술사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디안들을 무참히 짓밟던 백인들, 미국의 황금만능주의, 자본주의 물결로 인한 향락의 세계 등을 그린 그림들. 이곳에는 비판적인 성향의 그림들과 새로운 현대 미술을 주도하는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그래서 이름도 '미국 미술에 관한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rt)'이다.

그리고 특별 전시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새롭게 부각되는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많다. 미국의 많은 작가들은 이곳에서 열리는 특별전에 자신의 작품을 내걸고 싶어한다. 그만큼 이곳은 철저히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만을 위한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다.

휘트니 미술관의 외부 모습
휘트니 미술관의 외부 모습 ⓒ 강지이
휘트니 미술관의 내부 모습 - 전구들이 독특하다
휘트니 미술관의 내부 모습 - 전구들이 독특하다 ⓒ 강지이
자국 문화를 자부하는 이 두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란 바로 우리 미술관들의 현실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의 다양한 미술관들이야 각자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국립 미술관의 경우 얼마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 창작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유명세를 타게 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이미 '성공'이라는 한 단계의 열쇠를 거머쥐지 않았는가. 오히려 새롭게 부각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후원하여 사주는 미술관의 배려와 그들의 작업 활동을 지원하는 많은 후원자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미술가들은 자비를 털어 소규모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야만 한다. 그들은 유명세를 타고 자신의 작품들이 팔릴 때까지 끊임없는 재정적 곤란에 시달린다. 새로운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여 그들의 작품을 사 들이고 전시해 주는 작업, 이것이야말로 우리 국립 미술관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휘트니 미술관은 한 열정적인 미술가의 다른 미술가에 대한 후원과 작품 수집이라는 작은 출발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미국적인 작품들을 많이 소유한 미술관이 되었다. 현재까지도 이 미술관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들의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후원 작업은 휘트니 미술관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이곳은 미국적이면서도 다양한 작품을 보유하는 공간으로 재생산되었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미술에 대한 인식을 핑계삼을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노력하고 바꾸지 않는다면 열악한 우리 미술관은 언제나 지금의 그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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