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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인 나의 식판-오늘의 메뉴는 계란국, 비빕밥, 김치, 요구르트, 만두
담임인 나의 식판-오늘의 메뉴는 계란국, 비빕밥, 김치, 요구르트, 만두 ⓒ 송주현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나서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는 풍경은 이제 사라진지 오랩니다. 대신 아이가 학교에서 무얼, 어떻게 먹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초등학교는 급식실 설비와 급식실에서 일하시는 분(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의 인건비 일부는 모두 정부에서 지원합니다(우리 학교의 경우 조리종사원 즉, 음식 조리를 직접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8분이신데 그 중 4분은 교육청 예산에서, 나머지 4분은 급식비에서 지원됩니다).

어린이들이 내는 급식비(한 끼에 1000원~1300원 정도로 교육 당사자가 정하기 나름인데 우리 학교는 1320원)는 음식재료를 구입하는데 쓰입니다(조리종사원 4분의 인건비로 1인당 140원씩 지출).

그러니까 우리 학교의 경우(이는 대부분의 학교가 같은 상황) 1320원 중에서 140원을 제외한 나머지 액수를 재료비 구입에 모두 투자하기 때문에 적은 급식비로도 질좋은 식사가 가능한 것이지요. 어른들보다는 어린이 취향의 식단이라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친환경 농산물만을 구매해서 조리하도록 하고 있지요.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가끔 결석을 하는 아이는 먹고 싶은 점심을 먹지 못하게 될까봐 안타까워 하는 일도 있습니다. 학교 밥이 더 맛있을리도 없을텐데 아마 친구들과 함께 먹는 분위기가 재미있어서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는 잘 안먹는다는 아이들도 여럿이 어울려 먹어서 대체로 잘 먹습니다.

점심시간인 12시 20분이 되면 책상위를 정리합니다. 그러면 교실은 순식간에 식당으로 변신합니다. 급식실에 가서 줄을 서서 밥을 배식받는 학교도 있지만 급식실이 따로 없는 우리 학교는 각 교실로 밥을 날라다 먹습니다. 그 뜨거운 국을 어떻게 운반하냐고요?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 엘리베이터와 급식차입니다.

급식차
급식차 ⓒ 송주현
급식차는 어린이들에게 뜨겁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데 각 층별로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로 운반한 후 각 교실로 급식차가 한대씩 배정됩니다. 급식차 속에는 음식들이 흐르지 않도록 방수처리된 통에 따로따로 담겨 있고 식판과 주걱, 국자 등 배식에 필요한 도구들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수저와 물은 개인이 가져옵니다. 층마다 냉온수 정수기가 있었지만 위생관리는 공동생활구역에서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 지참으로 바꾸었습니다. 물론 가끔 수저를 안가져오는 아이들을 위해 급식실에서 여분의 수저를 준비하고 물도 급수실이 있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인물병 지참을 권장합니다.

개인 수저와 물은 각자 가지고 옵니다.
개인 수저와 물은 각자 가지고 옵니다. ⓒ 송주현
음식의 양은 학생의 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개별 배식을 해야 하는 떡이나 과일 등은 인원수보다 약간의 여유가 있습니다(보통 급식 당번 어린이에게 더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선생님이 학생수에 맞게 미리 선을 그어 나누어주면 한칸씩 밥을 퍼 줍니다.
선생님이 학생수에 맞게 미리 선을 그어 나누어주면 한칸씩 밥을 퍼 줍니다. ⓒ 송주현
메뉴를 한번 볼까요?
오늘은 요구르트, 비빕밥, 계란국, 나물볶음이군요.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학교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그렇다면 1학년 어린 아이들이 직접 배식을 하는 게 사실일까요? 사실입니다.

어른처럼 빠르거나 깔끔하지 못하지만 잘 합니다. 국을 퍼주는 아이, 밥을 퍼주는 아이, 반찬, 후식을 나눠주는 아이 등은 서로 하겠다고(밥을 꼴찌로 먹어야 하는데도 아이들은 소꿉놀이로 생각하는지 너무나 하고 싶어 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서 돌아가면서 시켜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서 제법 전문적이라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경쟁이 심한 급식당번
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경쟁이 심한 급식당번 ⓒ 송주현
배식할 땐 담임인 제가 먼저 밥을 우리 반 학생 수에 맞게 나눕니다. 주걱으로 금을 그어 주는데 가로 세로로 6개씩 구분을 해 놓습니다. 모두 36칸의 밥이 되지요. 우리 반 학생은 32명인데 각각 한 칸씩 받고 더 먹을 친구를 위하여 4-5인분의 여유를 둡니다. 많이 먹는 사람은 2인분을, 적게 먹는 사람은 반인분을 가져가는데 더 먹고 싶은 사람은 더 먹는데도 매일 1-2인분 정도는 남습니다. 가끔 정말 궁금한 건 어떻게 밥과 반찬의 양을 잘 가늠해서 밥을 하길래 거의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배식이 가능한가 하는 겁니다.

배식이 모두 끝난 후의 급식차. 김치는 잠시 후 다 먹은 아이들이 더 받으러 옵니다.
배식이 모두 끝난 후의 급식차. 김치는 잠시 후 다 먹은 아이들이 더 받으러 옵니다. ⓒ 송주현
밥을 남기지 않고 잘 먹게 하는 일로 아이들과 저는 신경전을 자주 벌이지만 특별히 몸이 안좋은 날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대부분 잘 먹습니다.

캔디형 자일리톨-충치예방
캔디형 자일리톨-충치예방 ⓒ 송주현
밥을 다 먹으면 양치를 하고 자일리톨을 먹습니다. 보통은 껌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학교에서 쓰는 건 캔디형(사탕모양)입니다. 전교생이 매일 하나씩 먹기 때문에 껌으로 하는 것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교육을 한다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껌을 뱉는 상황까지 막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밥을 다 먹으면 빈 그릇을 저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밥풀을 깨끗하게 먹었는가를 보는데 학기초에는 대부분 밥풀을 남기고 먹어서 다시 자리에 가서 깨끗하게 먹어야 했지만 이젠 습관이 되어 한 알의 밥풀도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로 대부분 만족스럽습니다.

밥을 다 먹으면 빈 반찬 그릇을 다시 급식차에 담아서 엘리베이터 앞에 끌어다 놓습니다. 이렇게 점심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저희 반(2학년)이 약 40분입니다. 고학년은 이보다 더 빨리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서 놀고 저학년은 밥 먹으면 바로 집으로 갑니다.

아, 먹는 이야기를 했더니 또다시 배가 고파집니다. 내일 메뉴가 뭐더라…

엘리베이터 앞에 끌어다 놓은 급식차
엘리베이터 앞에 끌어다 놓은 급식차 ⓒ 송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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