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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행복> 표지
ⓒ 호박넝쿨
시인, 문예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요시모토 다카아키 우리에게는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왠지 그 유명한 소설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는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책표지에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라는 문구를 삽입하였다. 상술이겠지만 알아서 나쁘지는 않을 듯. 그러나 요시모토 특유의 신비주의적 색채를 떠올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나라 시인 류시화처럼 사색적이다.

이번 작품 <내 안의 행복>은 제목에서도 연상되듯 일종의 에세이 혹은 산문집으로 봐야 한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엮었다고 하는데, 그저 그의 단편적인 생각을 정리해 놓은 듯, 읽기에는 수월한 편이다. 한 번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결론은 모든 이들이 읽어보길 희망한다는 것, 그만큼 우리 가슴 속에 담아두기에 충분하다.

다카아키는 딸들을 키우며 '아이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자'라는 철칙만은 꼭 지켰다고 한다. 이것이 이 책 전반을 흐르는 키워드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의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배워왔다. 또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정반대이다.

'사회가 다양한 만큼 사람들도 다양하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해도 사람은 다양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소위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졌고, 그것이 우리 나라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단체생활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었고, 그것이 전부인 듯 비추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의 다양성은 존중되지 못하고 내성적이거나 튀는 사람들에게는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저자는 책에서 이야기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성공의 길이라고.

지금 나에게는 딸아이가 둘 있다. 나는 언제나 '이 아이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든, 놀고 있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 있든, 그것은 오직 아이들만의 시간이기 때문에 나는 사소한 심부름이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용건으로 그 시간을 단절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보통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들과 달리 성장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기 쉽다. 아마도 여자아이는 바깥보다 집 안에서 노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딸아이 둘이 집안에서 무엇을 하든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대신 내가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가서 장을 봐오기도 했다. 물론 다른 면에서는 부족하기 그지없는 아버지였지만, '아이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자'라는 철칙만은 꼭 지켰다.(p.18)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드높이는 것과 달리, 저자는 혼자만이 갖는 시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등교 거부에 관한 생각, 집단 따돌림과 이로 인한 자살, 자신의 비사교적 성격에 대한 생각, 현대사회에 대한 단상 등 일본의 교육과 사회현상 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고 있다.

그는 세상에는 드러나게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 존재하고, 그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성향이자 취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절대 소심하거나 자기 주관이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며,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도 새삼 일깨워 준다.

여기에 그는 전제 조건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너그러워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 만큼 자신에게 철저하면서,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누구?

1924년 동경에서 태어나 동경공업대학을 졸업했다. 시인, 사상가, 문예평론가로 활동한다. 소설가로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다. 주요 저서는<공동환상론> <소년> <독서하는 방법> <요시모토 다카아키의 미디어 비평> <나이 먹는 법> 등이 있다. / 강태성
즉, 비사교적인 성격은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놓쳐서는 안 되고, 사회를 견디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너무 너그러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아직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사회의 통념에 맞추어 생각하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고 자아는 무시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다카아키가 이야기 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우리는 이제 사회의 다양성 만큼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때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바나나가 떠오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의 근원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내안의 행복

요시모토 다카아키 지음, 김하경 옮김, 호박넝쿨(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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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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