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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을이 주렁주렁 | | ⓒ 김강임 | | 시뻘건 단풍소식이 남녘 끝에서 꼬리를 내민다. 주인을 잃은 가을이 텅 빈 하늘 아래 우두커니 서 있다.
봄바람에 바람난 처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주말, 발길 닿는 곳이 모두 가을이다. 그 텅 빔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여행이 최고다.
사람마다 여행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내가 즐기는 여행은 꼭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그저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발길 닿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나는 좋아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어쩌다가 조수석에 말벗이 되어 줄 사람이 있으면 더욱 신이 난다. 그런데 오늘은 그 조수석에 가을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 ▲ 국화꽃길을 따라 | | ⓒ 김강임 | | 제주시에서 서쪽 방면으로 가는 12번 도로에는 키 작은 가을꽃이 무리를 이뤘다. 12번 도로 왼쪽에 피어있는 빨간 꽃, 노란 꽃들이 가을 마중을 나왔다. 누군가가 마중을 나왔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어깨가 으쓱하다.
| | ▲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 | ⓒ 김강임 | | 가을꽃은 뭐니뭐니 해도 국화가 아닌가 싶다.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는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텅 빈 가을하늘에 수를 놓은 것처럼, 송이송이 꽃망울을 터트린 노란 소국이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 | ▲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 | ⓒ 김강임 | | 국화 향기만큼이나 진한 커피를 자판기에서 빼든 친구는 커피를 한 모금 목에 축이기도 전에 노란 소국에 코를 들이대며 냄새를 맡아본다. 그가 맡아본 국화 향기는 어떤 색깔이었을까?
| | ▲ 형형색색 피어있는 10만송이 국화 | | ⓒ 김강임 | | 빨강, 주황, 노랑, 하양. 마치 가을 하늘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 10만 송이 국화 꽃송이가 국화거리를 만들었다. 그 꽃길 사이를 걸어 볼 수 있는 여유가 늦가을이 주는 특별함이다.
보송보송 깔아 놓은 융단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보기만 해도 푹신푹신하게 느껴지는 아득함을 국화 꽃송이에서 느껴본다.
| | ▲ 호랑나비도 쉬어가는 | | ⓒ 김강임 | | 벌과 나비도 제철을 만난 듯 이 꽃, 저 꽃을 옮겨 다니며 꿀을 딴다. 그 모습을 보니, 세상에서 가장 달짝지근한 맛, 그 맛을 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한 마리 호랑나비가 깊은 가을 잠에 빠져 있다. 휴식을 취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국화 꽃잎과 사랑을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 | ▲ 흰구름 아래 가을 | | ⓒ 김강임 | | 국화꽃 사이를 걷다보니, 가을 하늘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또 하나의 계절이 있다. 보기만 해도 풍요로워지는 풍경이 가을 하늘을 수놓는다.
| | ▲ 꽃탑은 종착역 | | ⓒ 김강임 | | 하늘을 찌르는 꽃 탑은 계절의 종착역이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그리고 정겨운 사람들끼리 카메라를 들이대며 추억을 나누는 광경이 인상적이다.
| | ▲ 억새와 소국 | | ⓒ 김강임 | |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종착역을 향해 줄달음쳐 왔다. 그래서 인지 꽃 탑 아래 서 있으니 내 마음속에 꽃 탑을 쌓는 것처럼 느껴진다.
| | ▲ 늦가을과 만추 | | ⓒ 김강임 | | 가을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한림공원 국화전시장에서 꽃길을 걷다 보니 짧은 가을 해는 어느덧 늦가을 속으로 떠나고 있었다. 계절의 환절기에 형형색색 그림을 그리는 국화꽃 송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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