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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문>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일본 여류 3대 소설가로 꼽히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일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그녀. 에쿠니 가오리의 독특한 감성을 닮아 있으면서도 에쿠니와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초연자연적인 인물들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 속에서 상처를 가진 두 영혼의 사랑이나 혹은 서로 보듬어 안기를 만화적인 상상력을 덧칠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이후 일본문학은 교양주의와 엄숙주의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소위 하위문화로 치부됐던 팝이나 영화 따위의 대중문화 장르와 결합을 시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한 편의 순정만화를 보는 듯 이야기 구조는 편안하고 그 속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향기롭다.

몽환적이며 향기로운 책이 여러 개 있지만 그 중에서도 <허니문>이란 소설을 들 수 있다. 이 소설은 기존의 <치킨> <도마뱀>처럼 주인공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진 영혼들이고 그들은 서로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사랑한다. 그러면서 한 뼘 정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의 내용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히로시와 그의 옆집에 사는 소녀 마나카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히로시의 부모는 사교에 빠져 미국서 집단자살하고, 마나카는 어릴 적에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새엄마와 살고 있다. 열여덟 살에 결혼한 어린 커플은 서로의 상처를 고 보듬으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간다.

죽은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우울해하던 히로시와 마나카는 그녀의 친엄마가 살고 있는 호주로 허니문을 떠나고, 그곳에서 어른으로 변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누구든, 저 밀리서 보면 가혹하고 차갑고 거친 바다 속, 회색 파도에 휩싸여, 헤엄치고, 놀다가, 마침내 없어져 이 거대한 세계 어딘가로 녹아든다. 아까 바람을 맞으며 회색 바다에서 노니는 돌고래를 바라본 우리들이 숨을 삼켰던 것처럼, 우리들의 생 역시, 분명,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리라.'

이 소설은 영화를 보거나 감상적인 노래를 듣는 듯한 편안함과 함께 젊은 세대의 구미를 소설 안으로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현실적인 사랑의 이별과 아픔을 그려냈다면 바나나는 좀 더 동화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색채와 함께 <허니문>의 또 다른 큰 축은 바로 가족의 파괴 속에서 묻어 나오는 따뜻함이다. 우리가 흔히 가족 하면 피를 나누는 사람들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가족은 자신들의 피가 섞여야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관계로 치부해 버린다.

이런 면에서 <허니문>을 본다면 사람들이 정해 놓은 정상적인 가족관계는 아니다. 또한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혼의 경험이 있는 마나카 부모와 새엄마, 하지만 마나카와 새엄마의 관계나 아버지와 친엄마, 친엄마와 새엄마, 마나카와 친엄마나 새아버지(?)의 관계는 따뜻하고 편안하다

이렇듯 바나나는 가족관계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밝은 생각과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사실 사전적인 가족의 의미에는 혈연 지향적인 모습이 나타나 있지 않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면 ‘이해관계나 뜻을 같이하여 맺어진 사람들’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바나나가 그리고 있는 가족도 평범한 사랑을 하고 있는 가족임에 틀림없다.

이런 면을 그리고 있기에 상처를 받은 영혼들이 서로 사랑의 힘으로 치유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것이 바나나의 주요 테마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늘 말한다.

나는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나에게는 6번째 같이 살고 있는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죠. 그는 자전거 수리공이에요. 또 나에게는 오랫동안 길러온 개가 두 마리 있는데 나는 그 애들을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나의 남자친구는 나에게 그 개들과 같은 존재예요. '개 같은' 존재로서의 남자친구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녀의 소설은 고전적인 교양 그리고 품위를 따위는 생각해서 안 된다. 그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서로의 것을 찾고 그 속에서 위안을 받으면 그 뿐이다.

에쿠니는 항상 자신 소설 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것을 느끼길 바란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소설은 안성맞춤이다. 소설 <허니문>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이렇게 신비하면서도 서로의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은가.

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민음사(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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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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