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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찬성이든 반대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별 문제없이 수용될 것이라 예상한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더 더욱 충격이 큰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 중앙언론과 지방언론의 보도태도가 다르고, 지역 언론 가운데도 또 보도태도가 달라 눈길을 끈다.

헌재 판결에 관한 중앙언론의 보도태도

동아일보

10월 25일 [與圈일각 국정 대폭 쇄신 촉구]
10월 23일 [與圈, 헌재 결정에 정면반발]
10월 23일 [청와대 ‘헌재 결정’ 수용 왜 미루나]
10월 22일 [{수도이전 위헌}본보 헌소 제기서 선고까지]

▲ 조선일보 10월 23일 8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10월25일 [노대통령 시정연설 오늘 이총리 대독:헌재결정 수용여부 언급 안할듯]
10월 23일 [날벼락 충청...“땅팔겠다” 전화만 요란]
10월 23일 [공주 연기 “잘못된 일” 65%, “개헌” 61%]


우선 중앙일간지는 이 판결에 대해 그것이 수도권과 지방의 장래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기보다는 이 판결에 대해 청와대, 즉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할건지 않을건지(조선일보 10월 25일), 그 결정을 왜 빨리 수용하지 않는지(동아일보 10월 23일)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여권 일부가 헌재의 결정에 부분적으로도 아니고 정면 반발하고 있음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동아일보 10월 23일). 심지어는 자기네가 가장 처음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부각시켜 일등공신임을 자랑스레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은 들어맞지 않았고, 여권 일각이 정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도 침소봉대의 과장이며, 현 상황을 읽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과 지방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의 장래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보다는 철저히 정치적인 쟁점으로 처음부터 제기했고, 끝까지 그런 관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껏 지방의 관점이라고는 충청권이 어떤 반발을 보이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었다(조선일보 10월 23일). 그들에게는 수도권 이전은 이렇게 하나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은 소재였다.

헌재 판결에 관한 지역 언론의 보도

매일신문

10월 22일 [분권·공공기관 이전 차질 없어야]
10월 25일 [노 대통령 '헌재결정 수용' 배경-정면 승부땐 '정국 격동' 부담]

영남일보

10월 23일 [사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대안이다]
10월 25일 ['위헌'대안 뭘 내놓나] (연합뉴스)


그런데 아쉽게도 지역 신문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가 나타나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노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기 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인가(매일신문 10월 25일), 행정수도 이전 문제 때문에 여권과 야권이 어떻게 울고 웃고 해왔는가(매일신문 10월 23일) 등과 같이 과연 지역 언론이 현 시점에서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아직 주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에 비해 같은 지역 언론 가운데에는 헌재의 결정 이후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다음 지방의 발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끈질기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있어서, 지역 언론이 가져야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영남일보 10월 23일, 25일).

물론 여기서 열거한 것들 외에도 다른 기사 혹은 사설과 칼럼들도 있어서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기는 하지만 헌재의 결정 이후 27일까지의 각 일간신문을 살펴보면 대체로 이러한 경향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

▲ 매일신문 10월 22일 1면
ⓒ 매일신문

지금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많은 토론이 있었다. 충분한 토론이 없었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다양한 자리에서 토론이 있었고 그것들은 또 다양한 매체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그 중 중복을 가급적 피하는 선에서 몇 가지 쟁점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법리적 논쟁은 법률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여기에서는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미 지난 일이라 치부하고 묻어둘 수도 있겠지만 차분한 토론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의미에서 다시 정리해보기로 한다.

우선 수도 이전의 비용이 얼마냐 하는 문제다.

그 액수를 따지기 이전에 그것이 순전히 비용의 관점에서 취급되는 것은 그야말로 문제였다. 남북한 통일에 관해서도 통일비용이 너무 많아서 통일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논의가 한 때 있었는데, 순전히 소모되어 버리는 비용과 투자는 구분되는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용어지만 하나의 사업을 했을 때에 그 사업 자체의 결과가 가져다주는 성과도 중요하고, 그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은 투자의 성격을 띠는 것이어서 국민경제에 승수효과와 가속도효과를 통해서 총생산과 총소득 증대에 기여를 하기 마련이다.

둘째, 수도권의 생산성이 높은데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구가 지방으로 이동하면 그만큼 경제성장과 소득이 줄어든다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주요 기관과 인구의 지방 이동에 따른 지방의 생산성 증대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특히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의 생산지로 물적 요소의 이전이 따라가는 경향이 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정보 생산자인 중추관리기능의 지방 이전이 지방의 생산성을 얼마나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지 그들 주장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주요 기관의 이전에 따라 사업장을 지방에 둔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같이 지방으로 이전할 것을 생각하면 지방에서의 생산성 상승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셋째, 그 주장의 근거에는 모든 시장이 완전경쟁상태임을 전제로 하고 추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그 입지상의 프리미엄으로 인해 막대한 지대수익, 직접적인 부동산가격 상승 외에도 생활 전반에서 누리는 포괄적인 사회적 지대를 누리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런 지대효과는 전혀 비생산적인 것이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익이어서 사회정의와 경제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한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프리미엄을 누리고 반면 한쪽에서는 훨씬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벽을 뛰어넘기 어려워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시장의 실패를 시스템의 실패로 되지 않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것이었다.

넷째, 또 생산성 차이를 중심으로 하는 그런 논의는 기본적으로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전혀 배제한 것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생산성이란 잣대만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거대도시의 빌딩과 아스팔트 속에 인간성이 배제된 각박한 생존경쟁의 아수라장은 자연과 어우러진 삶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진정한 평화로움이나 성실함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그런 각박한 삶에 염증을 느끼고 해외로 탈출하는, 이른바 탈남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런 현실의 수술은 반대하면서 그들의 자식들은 해외로 내보내는 모순적인 행태들이 무수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모두 좀더 솔직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때가 온 것이다.

다섯째, 행정수도 이전이 권한의 지방 분산, 재정의 지방 분산과 함께 이전되는지를 문제삼아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측면의 지방 분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주장 속에는 실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의 실상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하는 의도도 있고, 그러면서 현상유지를 바라는 의도가 숨김없이 깔려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는 우리 사회의 오랜 '불문헌법' 때문에 어쨌든 간에 서울이 갖는 쉽게 깨질 수 없는 프리미엄을 어떻게 수술할 것이냐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부재함을 발견하게 된다.

여섯째, 오늘날 세계가 무한경쟁의 와중에 있으며, 그 경쟁은 국가의 경쟁력이 곧 대도시의 경쟁력임을 내세워 서울의 경쟁력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훼손됨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에 워싱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경쟁력 훼손을 얘기하지 않고, 중국에 북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해의 경쟁력이 문제라 주장하는 사람은 그 아무도 없다. 행정수도 이전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경제의 중심지로 상해와 동경, 오사카,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경쟁을 하는 체제로 갔어야 하는 것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전국 각 지역에 각 분야별로 행정-연구-교육-산업이 한 묶음이 된 분야별 중심지를 형성해가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수도권은 제한된 자원으로 북한과의 체제경쟁에 대한 과시용으로 급조된 유리성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그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성 바깥에 안락하고 쾌적한 생산-생활-주거 공간을 만들 절호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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