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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온 하무디 자심 바그다드대 예술대학 교수(오른쪽)와 하이다르 M 다파르 감독.
이라크에서 온 하무디 자심 바그다드대 예술대학 교수(오른쪽)와 하이다르 M 다파르 감독.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주일 전 지상파 방송에서 폭발이 발생해 7명의 미군이 죽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이라크인이 더 많이 죽었지만 보도에는 3명뿐이라고 했다. 이 방송은 미군의 사망자가 더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고의 화면까지 짜깁기해 내보냈다… (이런 식으로)14개 지상파 방송은 미국에 의해 통제 받는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시민영상제, 이라크를 만나다'(주최 민언련)에 초청된 이라크 바그다드 대학의 하무디 자심(48) 교수는 현 이라크의 언론 상황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매체는 이라크에 대한 정보를 왜곡한다. 우리 상황은 미국 매체에 의해 왜곡된 모습이지 실제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우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와 함께 초청된 영상운동가 하이다르 디파르(33)씨 역시 "이라크는 미국에 이용당하고 있다. 부시에 놀아나고 있고 미국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한 그는 카메라를 잡은 지는 4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 영상운동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영화감독이자 알 니렌 TV의 카메라 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영상제에 '참새의 꿈'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인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미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담아냈다"며 "이라크 민중들의 인터뷰를 통해 반사담 정서와 반미정서를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무디 교수는 오는 28일 '이라크 미디어의 딜레마'(The Dilemma of the Iraqi Media)란 제목의 초청강연회에서 정치·사회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라크 언론, 영화계의 고민을 알릴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바그다드 대학의 제자들이 만든 5편의 영화도 상영된다.

한국엔 처음 방문했다는 이들은 27일 오후 2시간에 걸쳐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서 이들은 이라크 영화계의 상황, 언론과 표현의 자유, 미국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주로 하무디 교수가 답을 했기 때문에 하이다르씨의 답변 앞에만 이름을 적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 언론통제 심각... 민주주의 아니다"

- 이라크 영화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이라크 영화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제도에 대한 홍보용 영화가 전부였다. '이라크 국민의식을 부양하기 위한' 홍보영화였다. 상업용 영화는 없었다."

- 전쟁 때문에 창작 어려움은 없나?
"사담 후세인 정부에서는 이라크 사회 문제에 대한 것 말고는 영화화하지 못했다. 이라크 패망 뒤엔 코미디 등 타 장르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

- 이번 영상제는 '시민참여'가 중심이다. 이라크에서 시민들의 영화참여 수준은?
"이라크에는 아마추어 영화인이 없다. 영화인은 '이라크 영화 연합'이라는 비영리 영화 단체에 속해 있다. 특히 전쟁 중에는 다큐멘터리식 영화를 많이 다룬다. 우리 연합은 이라크 영화가 부흥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라크 문화 산업 발전 위해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보가 거의 없다. 이라크 정치 상황은 불안정한 정글 같다. 오스카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그런 영화제에 대해 상상도 못한다."

- 이번에 상영될 하이다르씨의 '참새의 꿈'에 대해 설명해달라.
(하이다르)"미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담아냈다. 이라크 민중들의 인터뷰를 통해 반사담 정서와 반미정서를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 영화에서 미국에 대한 감정들은 어떻게 표현되나?
(하이다르)"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라크인들은 석유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 석유를 가지고 있다. 미 체제 하에서 우리에게 석유는 매우 제한적으로 공급된다. 한 예로 이번 영화에는 주유소 앞에서 기름을 받으려고 수백미터 이상 줄 서있는 장면도 있다. 또 하나는 100만명 이상 되는 무직자 문제다. 이들은 전쟁 이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특히 지식인들과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의 문제는 심각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미군 피해 늘리려 다른 화면 짜깁기까지"

- 후세인 정권 때 검열이 심했을 텐데 미군정 하에서는 어떤가?
"영화 연합은 지난 2003년 생겼다. 이전엔 검열이 심했다. 그땐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지만 가슴 속엔 '표현의 자유'가 떠올랐다.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

- 하무디 교수는 내일 강연회에 나선다고 하는데.
"내일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말할 것이다. 사실 이라크에서 정치, 국제, 사회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 이라크 미디어의 딜레마다. 부시는 이라크 정치에 적대적이다. 미국의 모든 매체는 이라크에 대한 정보를 왜곡한다. 우리 상황은 미국 매체에 의해 왜곡된 모습이지 실제가 아니다."

- 최근 미 언론에 의해 왜곡된 사례가 있나?
"일주일 전 지상파 방송에서 폭발이 발생해 7명의 미군이 죽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이라크인이 더 많이 죽었지만 보도에는 3명뿐이라고 했다. 이 방송은 미군의 사망자를 더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고의 화면까지 짜깁기해 내보냈다. 하지만 위성방송인 알 아라비아 방송은 이를 제대로 보도했다."

- 미국에 의해 심하게 간섭받는 것 같다.
"맞다. 14개 지상파 방송은 미국에 의해 통제 받는다. 방송인들은 이런 것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힘이 없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현재 리비아의 LBC 방송에서 미국의 왜곡보도를 다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14개 지상파 방송과 다르게 알 자지라, 알 아라비아 방송 등은 위성 방송으로 할 말을 한다. 이라크인들은 지상파 방송은 보지 않는다. 이미 이란-이라크전 때부터 이런 왜곡 겪었다. 무시한다. 오히려 위성방송을 주로 본다. 지금 우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 이라크 인들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 이라크인들이 사담 정권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권의 지배 역시 싫어한다. 미국 외 점령군도 이라크에서 목숨을 많이 잃었다. 사담 정권이 무너진 뒤 표현의 자유는 늘었지만 매일 미국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일본 지배 시 한국과 비슷"

- 개인적으로 미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이다르)"일본에 지배를 받았던 한국인들이 일본에 가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적대적이다. 이라크는 미국에 이용당하고 있다. 부시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보호하고 있지 않다. 이는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바그다드에는 탱크와 무장군인, 구급차가 수없이 지나다니고 있다. 생각해 보라. 이것이 보호인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우리에게 법적으로 인권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가지지 못하고 있다."

- 언론인, 영화인들의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이라크 도시를 재건하는 것이다. 언론과 비영리단체 등에서 함께 해야 한다. 나는 새로 수립된 이라크를 상상하곤 한다. 외국에서는 우리를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다. 우린 과도기에 있다. 다만 미국은 하루 빨리 이라크를 떠나서 우리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퍼블릭 액세스 - 시민영상제, 이라크를 만나다

1. 하무디 자심 교수와의 대화

일자 : 2004년 10월 28일(목) 오후 2:00
장소 : 한백교회(서대문역 1번출구)
주최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초청강연자 : 하무디 자심 바그다드대학교 예술대학 교수/하이다르 디파르 감독

2. 퍼블릭 액세스 '시민영상제 이라크를 만나다

일시 : 2004년 10월 29일(금) ∼ 31(일)
장소 : 오재미동(3,4호선 충무로역사 내)
문의 : 02-392-0181/ www.publicacces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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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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