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해 12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사과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해 12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사과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열린우리당이 준비중인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 소위 4대 개혁입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시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자,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헌법 소원에 기대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사실상 국회의 입법권을 포기한 자기부정"이라면서 "정당의 대표가 입법논의도 하기 전에 헌법소원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넌센스"라고 성토하고 나서 주목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관훈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준비중인 소위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청산법·언론개혁법)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온 몸으로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시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24일 경기 파주시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서도 "4대 법안은 하나같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주장했다.

이와관련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통해 "민주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로서 당연히 행사해야할 국회의 헌법적 권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에서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한나라당이 4대 개혁법안에 대해 헌법소원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헌법상 규정된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전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적어도 헌법소원 심판은 국회입법에 의해 법률이 제, 개정된 이후 해당 법률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당의 대표가 입법논의도 하기 전에 헌법소원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넌센스이자 헌재와 헌법소원 심판의 취지와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헌재의 관습헌법론을 근거로 한 납득하기 어려운 위헌결정은 사실상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체계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나라당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헌법소원 운운하기 전에 4대 개혁법안에 대한 자신의 당론부터 내놓고 성실하게 국회 입법과정에 임하는 것이 순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입법권은 오직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의기관인 국회가 갖고 법을 만들고 고쳐나가는 과정은 국민의 대표성을 갖는 국회의원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그 과정 또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진행돼야 하는데, 이런 헌법적 규정을 무너뜨리고 국회의 입법권을 선출되지 않은 극소수의 보수적 사법관료에게 넘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참여연대는 "국가와 국민을 규율하는 헌법과 법률의 제·개정이 국민과 대의기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넘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극소수의 사법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26일 박 대표의 입장에 대해 "헌법과 법률의 논리에 반하고 있다. 헌재의 선고 후 완전히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법이 제정되고 나서 그 법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누군가 인권이나 기본권이 침해를 당했을 때에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 위헌심판을 하는 것이다. (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더구나 법률이 그 어떤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사안을 놓고 기본권 침해라고 하면서 위헌 소송을 하는 것은 헌법재판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 사항이다. 위헌소송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이뤄졌을 경우 하는 것이기에 부적법하다."

이어 김 법제이사는 "결국 국회에서 제안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전제로 결정하면서 그런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며 "지금까지 지켜온 기본 논리를 헌재가 형식적 법률을 개조하면서 파괴해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검찰청의 고위 간부도 "법으로 정치를 하려면 안된다"며 "국민의 대의 민주주의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입법을 하는 것이지 법으로 좌지우지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국회에도 입법절차가 있듯이 기본적인 법률 절차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헌법소원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적법 절차에 따라 입법되고 그 법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당사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법조계 한 중견 변호사는 "입법안이 발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발의가 시작된 상태에서 앞서 헌법소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최소한 국회 소위원회 정도는 통과됐다고 했을 때나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몰라도 국회 여·야간에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 거론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헌재의 힘' 빌리려는 것은 결국 자기모순 빠진 것"

한편 국회 법사위 소속의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헌법은 엄격하고 정직하게 객관적으로 해석돼야 하는 것인데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과잉 해석하고 남용 해석하는 시대가 됐다"며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우리나라가 법치국가란 점을 잊고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는 소위 '헌법과잉주의'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이어 최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예를 들면서 "국보법이 자유, 정의에 위배되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이해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있고 교육의 공공성이나 언론의 공공성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입법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항에 대해 벌써부터 헌법소원 이야기를 하는 한나라당의 헌법 의식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기 권한이 뭔지 개념을 모른 것"이라며 "여·야 의원 구분없이 의회 민주주의에 의해 주어진 자신의 권한을 버리는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열린우리당의 4대 입법개혁안을 날치기 통과한 것도 아니고 아직 충분한 토론을 거친 것도 아니다"며 "의회 절차법을 따르는 것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