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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가는 길의 단풍
수종사가는 길의 단풍 ⓒ 이은화


가을이 부르기에 가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 바람이 쐬고 싶다고 하셔서 시간을 내서 찾아간 곳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라는 사찰이었습니다.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지나치기 쉽지만 사전정보에 의해 어렵지 않게 수종사의 오르는 산길에 도착하니 이미 상큼한 가을바람이 마중 나와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목은 단 하나. 많은 사람들이 차를 산 아래에 정차시키고 등산복차림으로 수줍게 붉어지고 있는 숲길을 따라 오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길이라 우린 차를 가지고 올라가는데 다행히도 자동차가 오를 수 있도록 길이 잘 닦여 있었습니다. 한참을 마치 하늘로 가는 길을 따라 오르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길이 가파르고 힘들었습니다. 차가 헐떡이면서 간신히 수종사의 입구까지 오르고 보니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있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듯싶었습니다.

수종사길목에 산사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상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관음보살상
수종사길목에 산사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상한 미소로 맞이해주는 관음보살상 ⓒ 이은화


차를 주차시키고 걸음이 힘드신 부모님과 함께 쉬엄쉬엄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만치 커다란 관음보살상이 환한 미소로 속세에서 올라오는 힘겨운 이들을 자상하게 맞이합니다. 그 곳을 지나쳐 조금 더 오르니 오른쪽으로 수종사로 갈 수 있는 울퉁불퉁한 돌계단들이 나오고 수종사에 대한 안내판이 나옵니다. 돌계단이라 잠시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 때문에 걱정이 앞섰지만 다행히도 두 분이 쉬엄쉬엄 쉬어가시면서 천천히 오르십니다. 힘이 드실까봐 뒤에서 아버지의 등을 살짝살짝 밀어드리면서 왠지 모르게 맘이 아파옵니다. 눈물이 나오고 목이 메어오는데 감추려고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우리아버지! 언제 이렇게 노인네가 되었대요? 여든도 안 되셨는데 정정해야지요!"

"그러게 말이다, 이제 노인네가 다 되었구나. 허허."

단풍속에 자리잡은 하늘아래의 절 수종사
단풍속에 자리잡은 하늘아래의 절 수종사 ⓒ 이은화


고요하고 아담한 수종사의 전경
고요하고 아담한 수종사의 전경 ⓒ 이은화


그래도 두 분이 가파른 계단길 이었지만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보니, 평화롭고 고요하고 아담한 수종사가 반가이 맞아줍니다. 첫 입구에 '묵언'이라는 푯말을 세워두었는데 아마도 이곳 스님이 묵언수행 중이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종사입구에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 결 같이 조용조용하게 다니는 모습이 마치, 수행자 같습니다. 고요함속에 간혹 바람결의 들리는 풍경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경내에 흐를 뿐입니다.

수종사에서 바라본 북한강의 전경
수종사에서 바라본 북한강의 전경 ⓒ 이은화


큰 한숨 내쉬고 경내로 들어서니 발아래에 훤히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보이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가 된다는 뜻의 다실..삼정원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가 된다는 뜻의 다실..삼정원 ⓒ 이은화


아담한 사찰과 주변의 단풍을 바라보며 이곳이 마치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더군요. 더구나 삼정원이라는 다실에서 북한강의 전경을 바라보니 절로 시 한 수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곳의 풍경을 이곳 스님이신 동산스님이 시로 쓰셨는데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바람은 절로 불어 오고
해맑은 물소리는 종소리를 내며
향기로운 차 한잔 우려 내는 곳
자네는 이 맛을 아시겠는가!
기쁘고 기쁨이
이보다 더 할까 보냐!


수종사내의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수종사내의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 이은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니 마치 승무를 추는 듯 하늘을 향해 가지를 펼치고 있는 500년 수령의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은행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었는데 역사를 품고 있을 것 같은 그 모습에 숙연해집니다.

바람이 불어오니 은행알이 노란 은행잎 낙엽위로 와르르 쏟아집니다. 일부 아녀자들이 떨어진 은행알을 줍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500년 수령의 오래된 은행나무아래를 지팡이를 짚고 걷고 계시는 76세의 아버지의 모습과 은행나무는 닮았습니다.

대웅전
대웅전 ⓒ 이은화


수종사 요사채
수종사 요사채 ⓒ 이은화


수종사의 이름은 옛날 세조가 병을 고치기 위하여 치료차 오대산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 양수리에 머물게 되었는데 밤에 어디선가 들여오는 종소리가 있어 사람을 시켜 종소리를 따라 올라가게 해보니 지금의 수종사자리에 작은 토굴이 있고 토굴 안에는 18나한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종소리가 나기에 그 자리에 절을 짓고 나한상을 모시고 절의 이름을 수종사라고 하였답니다.

한 곳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
한 곳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 ⓒ 이은화


평생을 한 곳을 나란히 바라보며 반려자로 살아오셨을 두 분의 모습을 짠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두 분이 아무쪼록 건강하게 오래도록 사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을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리며 간절히 기원하며 내려오는 산길은 평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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