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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붙은 교육투쟁단체 '무일푼'의 대자보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붙은 교육투쟁단체 '무일푼'의 대자보 ⓒ 정옥재
고교등급제 실시 논란과 관련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회장 배진우, 이하 총학생회)는 12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대학교의 '고교등급제' 실시를 규탄했다.

고교등급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회장 배진우)
고교등급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회장 배진우) ⓒ 정옥재
총학생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교당국은 '고교등급제, 지필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라는 3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학교별 격차반영과 같은 전형기준을 비밀리에 적용한 점"을 들어 학교의 도덕성을 비판했다.

또한 총학생회는 정창영 총장과 백윤수 입학관리처장이 "고교등급제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학교당국이 고교등급제와 관련해 변명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어 총학생회 등 항의방문단은 김한중 행정·대외부총장과 공개면담을 가졌다. 배진우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학교당국의 직접적인 사과와 고교등급제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였다.

총학생회의 항의 방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는 김한중 연세대학교 행정대외부총장
총학생회의 항의 방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는 김한중 연세대학교 행정대외부총장 ⓒ 홍승표
김한중 부총장은 "학생들의 학력편차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고교간 학력격차를 참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문제는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교육부 발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1학기 수시모집은 정당했다"면서도 "2학기 수시 모집 때는 문제가 된 기초서류 평가가 아닌 종합서류 평가로 학생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노당 학생위원회 조성주씨가 "그러면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까"라며 되묻자, 김 부총장은 "학생을 선발할 때 학교의 정보가 중요한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김 부총장은 "우리 학교의 대국민사과를 이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다고 말했다.

최명규 부총학생회장과 부총장이 추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약속과 함께 이날 20여 분간의 공개면담은 마무리되었다.

이 면담을 마치고 항의방문단이 연세대학교 본관을 나설 무렵, 여중생들이 연세대학교를 구경하고 있었다.

소풍을 왔다는 산본중학교 2학년 김단비 외 10여명의 여중생들은 "연세대학교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나 지역으로 입시생을 차별하는 것은 나쁘다"며, "강남에 특혜를 주게 되면, 모든 것이 강남으로 몰리고, 지역 간의 평등한 발전이 저해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고교등급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행정학과 3학년 안상희씨는 "나는 부산출신이라 입학 후 유독 강남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도 "학생을 뽑는 것은 대학자율이고,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졸업생 가운데서도 고교등급제 찬성의견이 있었다. 출장 차 학교에 오게 되었다는 영문과 졸업생 김성환(28)씨도 "수능이나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비슷한 성적이면 합리적으로 고교 간 학력격차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교등급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김원철(사회학 4학년)씨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면, 비평준화 시절의 폐단이 되풀이된다"며, "일류고를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 붐이 일어날 것이고,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균등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당국의 '고교등급제'실시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학교 교육투쟁단체 '무일푼', '학벌없는 모임', '민주노동당 학위', 총학생회 등이 '고교등급제'사태를 공론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학교본관을 항의방문을 마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학교본관을 항의방문을 마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정옥재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배진우(수학과 4학년)씨는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학내단체 및 고대나 이대 총학생회 등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불거진 연세대학교의 '고교등급제'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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