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많은 종류의 차들이 밀폐된 용기 속에 보관되어 있다
많은 종류의 차들이 밀폐된 용기 속에 보관되어 있다 ⓒ 정호갑
작가 한비야가 쓴 <중국견문록>에 이런 말이 있다.

중국에 오니 아쉬운 게 많다는 사람들이 흔하다. 석회수가 많이 섞인 물도 좋지 않고, 공기가 건조해서 잔주름이 쉽게 생기고, 아이들 다닐 학교도 마땅치 않고, 미술 시간에 쓸 색종이도 없고, 겨울에 온돌방에 몸을 지졌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없고, 김, 미역, 멸치 등도 귀하고, 읽을 만한 책 구하기도 힘들고, 산이 없어 허전하고, 친구가 없어 심심하고 ….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이 한도 끝도 없다. …(가운데 줄임)…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 그래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풍요로워지는 것.(235- 237쪽)

맞는 말이다. 중국에 살게 된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불만을 늘어놓기보다는 차라리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는 것이 낯선 땅에서의 삶을 더욱 더 넉넉하게 해 줄 것이다.

중국에 온 단체 여행객들이 빠뜨리지 않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찻집 둘러보기이다. 여행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한 잔의 차로 풀어주고자 마련한 것이리라. 물론 여행사에 따르는 수입도 있겠지만, 그만큼 중국 여행에서 차 맛보기는 내놓을 수 없는 감초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차의 나라라 해도 좋을 만큼 많은 종류의 차가 있다. 우롱차, 녹차, 말리화차, 보이차, 국화차 등등. 어디를 가더라도 이러한 차를 쉽게 살 수 있고, 사람들의 손에는 이러한 차를 우려낸 차병이 들려 있다. 우리가 물을 마시듯 그들은 차를 마시며, 차에 자신의 건강을 맡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서 차 구입하기

중국에 와서 처음 차를 살 때 집 근처에 있는 큰 시장에서 구입하였다. 그 곳에 가면 개인이 차 가게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괜찮은 차는 값이 한국과 큰 차이가 없어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마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중국 생활이 조금 익숙해짐에 따라 시내로 눈으로 돌리니 찻집 체인점이 있었다. 찻집도 크고 친절하며 차의 품질에도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다양한 차를 원하는 데까지 맛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얼마 동안 차를 구입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곳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차 종류에 따라 다양한 찻잔들이 진열되어 있다
차 종류에 따라 다양한 찻잔들이 진열되어 있다 ⓒ 정호갑
우연히 들른 개인이 경영하는 전문 찻집에서는 이곳의 절반 값으로 비슷한 품질의 차를 살 수 있었다. 단골을 정해놓고 그곳에서 차를 구입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차 도매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차 도매 시장인 마련도(馬連島)에 가니 정말 많은 종류의 차와 온갖 다구들이 다 있었다. 가격도 단골집의 절반 정도면 가장 좋은 차를 살 수 있었다.

먼저 찻집에 들러 가장 좋은 차를 맛본다. 그리고 다시 확인한다. 이 집에서 가장 좋은 차가 맞느냐고. 그리고 흥정에 들어간다. 처음에 이 집에서 가장 좋은 우롱차를 500g를 800위안이라 불렀는데, 흥정하여 200위안에 샀다. 아마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내려갈 것이라 생각한다.

마련도는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차 향기를 맡으며 차를 맛보고, 많은 종류의 다구를 둘러보는 것 또한 하루 나들이로도 좋아 그 뒤부터 마련도에서 차를 구입하고 있다.

우롱차로 즐기는 중국살이

한국에서는 녹차를 즐겨 마셨는데, 이곳에서는 우롱차를 즐겨 마신다. 물론 입맛이 한국 녹차 맛에 길들여지기도 했겠지만, 이곳의 녹차는 색이 우리보다 연하고 뒷맛의 은은함이 덜하다. 또한 우려내는 맛도 우리보다 떨어져 우롱차로 바꾸었다.

우롱차는 한국의 녹차보다 향이 조금 진하나, 말리화차보다는 연하다. 색이 맑고 깨끗하며 입안에 여운이 오랫동안 남아 있어 좋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가 우롱차라고 한다. 중국이라는 곳에 사는 이상 중국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나 또한 즐기고 싶었다.

삶의 터전이 바뀌니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사람도 말도 그리고 주변의 물리적 환경도. 그러니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내 뜻을 밖으로 쉽게 드러낼 수도 없다. 이러할 때일수록 움츠려들지 않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 자신감의 출발은 바로 가정에서 나온다. 가족과 나누는 대화는 서로를 북돋워 준다. 거기서 받은 힘은 자연스레 낯선 땅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롱차는 몇 번이나 우려내면서 마셔야 하기에 자연스레 가족이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 그때 나누는 이야기는 서로의 삶을 북돋워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더구나 우롱차에는 노화를 늦추어주고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좋다는 성분이 있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우롱차 마시는 방법

처음 중국에 와서 차를 마시는데 첫잔은 찻잔을 데우고 난 뒤 바로 버리는 것이었다. 꽤 비싼 차인데도 버리는데 주저함이 전혀 없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차를 만드는 과정에 먼지 등의 불순물이 차에 섞여있기에 차를 씻어 주기 위해서 그런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구입한 다구가 차판이다. 한국에서는 쓰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첫잔을 비우기 위해 꼭 필요하다. 차판에 그대로 물을 부으면 틈 사이로 물이 빠지고 나중에 받침만 빼어 고인 물을 버리면 된다.

우롱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들
우롱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들 ⓒ 정호갑
그리고 우롱차는 다른 차와 달리 잔이 두개이다. 긴 찻잔과 보통 찻잔이 있다. 먼저 긴 잔에 차를 따르고 다른 찻잔으로 뚜껑을 대신한다. 그리고 1분 가량 지나서 긴 찻잔의 차를 다른 찻잔으로 옮기고 데워진 긴 찻잔을 손으로 비비며 향을 맡는다.

손바닥으로 비비며 손을 따뜻하게 하고, 향기를 맡는 과정이 삶의 긴장을 풀어준다. 차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을 배웠다. 우롱차의 색깔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향을 맡으면서 잠깐 동안 그 향에 취하고 담백한 맛에서 꾸미지 않음을 배운다.

찬 한 잔을 마시면서 낯선 땅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삶을 충전하여 내일을 맞이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