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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내부사진입니다.
도서관내부사진입니다. ⓒ 이선미
"꾸러기어린이도서관인데요. 사립문고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거긴 지난번에도 신청하려고 했는데요."

"네. 그런데 0.5평이 모자라서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그 기준에 꼭 맞아야 하는 건가요? 0.5평이면 별 차이도 안 나는데요."
"저희는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는 법대로 하는 거라서요."

"그럼 어떻게 해야 사립문고 신청이 가능한가요?"
"법을 바꾸셔야죠."

며칠 전 다른 지역 어린이도서관 사서분과 메일을 주고받던 중, 0.5평 때문에 사립문고 등록이 안된 우리 도서관 사정을 알고는 다시 한번 항의해 보라고 하셨다. 이미 다른 지역은 사립문고 지원비를 고정적으로 받아 문고 구입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 쪽도 사립문고 지원비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 뒤 춘천시 시립도서관 관계자와 통화하고 다시 한번 맥이 빠지고 말았다. 법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해줄 것이 없으며 혹시 지원비 때문에 한사코 사립문고를 등록하려는 것이라면 춘천시는 지원비가 없으니 그냥 도서관 활동을 해도 별 무리 없을 것이라는 난데없는 조언까지 들어야 했다.

춘천에는 도서관이 세 군데 있기는 하나 전부 외곽에 위치해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가기에는 번거로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차를 끌지 않는 이상 아이들은 멀리 있는 도서관에 가기도 전에 진이 빠져 툴툴거리기 일쑤고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마을에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하나하나 세우겠다고 춘천시 후평2동에 도서관 문을 연 지 이제 1년이 되었다. 맞벌이 부부와 젊은 부부들이 많은 곳이라 지난 10월 개관이래 어린이 1100명이 도서회원이 되었다.

이 곳을 정류장처럼 여기는 아이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에 학원을 2개 정도 다니는 아이들이다. 가방을 맡겨놓고 "선생님 운동장에서 놀다 올게요." "학원 다녀올게요." 일일이 가는 곳을 다 이야기하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왔다갔다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이 아이들에게는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았다. 감기몸살을 앓아 아픈데도 아이들은 한사코 집에 가지 않고 이 곳에 와서 바닥에 누워 있다. 어떤 아이들은 이불도 가지고 온다. 텅빈 집에 있는 것보다 이곳에서 친구들도 보고 내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부모가 맞벌이라 방치된 아이들을 보면 경제적 어려움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같이 비슷한 환경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가 동네에 많이 생겨야 할텐데 우리네 실상으로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의 든든한 쉼터를 마련하려고 하는 사서의 노력보다 0.5평 그 한 끗 차이가 더 중요한가?

동네마다 생기는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보다는 사립문고의 평수와 같은 행정적인 요소가 우선이 되는 현실이나 지자체마다 차이가 나는 사립문고 지원비 같은 문제는 시정돼야 한다.

하루빨리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어 우리 도서관같은 작은 도서관이 동네방네 생길수 있는 그런 꿈같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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