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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부시는 1일 주요 접전지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다른 나라의 의중에 맡기는 것은 위험스런 발상"이라며 "미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사용하는데 있어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의 거부에 결코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달 30일 밤 TV토론에서 케리가 '부시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유엔의 해결책을 경청하지 않은채 서둘러 이라크전을 치렀다'고 공격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부시는 이어 뉴햄프셔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토론에서 케리는 계속해서 상호 모순된 혼란스런 발언을 했다"면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찬성했고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한 후에, 이제 와서는 그게 모두 실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미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장"이라고 케리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케리는 TV토론에서 "미국이 테러전의 초점을 맞추어야 했던 대상은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 빈라덴이었다"면서 "대통령은 엄청난 판단미스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케리 "부시는 자기 자신과 토론하고 있다"

한편 케리는 TV토론이 끝난 후 이틀동안 플로리다주 탬파와 올랜도 지역을 돌며 유세를 벌였다.

특히 케리는 플로리다 유세에서 부시행정부가 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확고한 '경보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긴 최근 정부문서를 공개하고 "이는 (테러전에 대한) 완전한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부시를 공격했다.

케리는 이어 "부시가 TV토론에서 자신이 말한 것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부시는 지금 자기 자신과 토론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지난 1일 플로리다주 사우스플로리다대학에서 선거유세중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연설도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하고있다.
지난 1일 플로리다주 사우스플로리다대학에서 선거유세중인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연설도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하고있다. ⓒ AP/연합뉴스
한편 TV토론 직후 CBS, ABC,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이 1차 TV 토론에서 케리가 승리했다는 보도를 했지만, 신중하게 판단을 보류해왔던 주요 신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케리의 우세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일 "부시 지지자들조차도 대부분 이번 토론에서 케리가 이겼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으며, 인터뷰 결과를 근거로 "일부 연성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케리쪽으로 기울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 LA 타임스 >도 2일치 분석기사에서 "케리는 이번 토론에서 안도할 만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여론조사 분석가의 말을 빌어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해온 골수 부시 지지자들은 이번 토론으로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면서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고 적었다.

AP 통신도 2일 "케리는 '설득 가능한 유권자들'(약 5%의 부동층과 약 15%의 연성 지지자들)의 호감을 샀다"고 보도하고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케리가 이라크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LA 타임스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1차 TV토론에서 케리가 우세를 점했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케리의 가장 큰 성과로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를 '다시 보게 한것'(second look)을 꼽고 있다. 그동안 인지도에 있어 '현직'인 부시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었고, '일관성 없는 지도자'로 각인된데서 다소 벗어나게 된 점이 케리진영으로서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차례의 TV토론 중 1차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2차와 3차가 남아있어 케리 진영이 섣불리 쾌재를 부르기는 이르다. 그동안 미 대선에서는 1차 TV토론에 승리했다가 2차에서 실패해 낙선한 예들이 여럿 있었고, 더구나 TV 토론의 승리가 후보자들의 표심에 100%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유권자들은 종종 '누가 더 대통령 다워 보이는가'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종종 똑똑한 후보보다는 어리숙하고 멍청해 보이는 후보에게 더 호감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토론에서 케리는 내용면으로나 스타일면에 있어 '부시보다 더 대통령 답다'는 여론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케리가 호감도에 있어 부시를 앞질렀는지는 미지수다. 딱딱해 보이는 케리와 달리 부시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인상으로 그동안 대부분의 호감도 조사에서 케리를 압도해 왔다.

케리, 연성 주제 2차토론도 이길까?

오는 8일에 벌어지는 2차 TV토론은 유권자들의 질의에 후보자가 직접 응답하는 식으로 벌어질 예정이며, 토론 내용도 일반 국민생활에 직결된 경제·복지·보험·교육 등 연성 주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일반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있어 유권자들은 대체로 케리의 공약에 더 많은 지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토론 방식이나 내용에 있어 1차토론보다는 후보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점 때문에 후보들은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과연 케리가 토론의 내용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경직돼보이는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게 얼마나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인지, 반면에 부시는 1차토론에서 보여진 빈틈을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로 비쳐지게 하고 내용면에 있어서도 케리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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