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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9시 10분. 각 정규 방송에서는 까만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 앵커들이 사회, 정치, 경제 뉴스를 한다. 하지만 EBS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수다를 떠는 <삼색토크-여자>을 방송하고 있다.

<삼색토크>는 레드, 블루, 그린 이렇게 세 가지 코너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레드(RED) 코너는 '붉은 피'를 의미하며 자유를 상징한다. 여기서는 그날의 소재에 따라 자유로운 형식을 띤다. 이 코너는 토크 보다는 메시지가 담긴 음악으로 채워진다. 언더에서 활동 하는 밴드나 대중적인 성격을 지니지 않은 예술가의 음악이 직접 연주되어 스튜디오를 생생한 붉은 열기로 가득 채우곤 한다.

두 번째의 블루(BLUE) 코너는 청바지(Blue jean)를 의미하며 평등을 상징한다. 이 코너에서는 3명의 MC들과 몇몇 게스트들이 음식이 차려져 있는 긴 상에 앉아 편안히 수다를 떠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여자와 남자가 어우러져 솔직하게 마음속에 담아 왔던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그린(GREEN) 코너는 새싹을 의미하며 평화를 상징한다. 여러 거리의 사람들의 짧은 인터뷰를 담은 내용이나 게스트들의 시 낭송 등 평화로운 메시지를 담은 영상으로 채워나가는 코너다.

사실 지난 2000년 10월에 시작된 <삼색토크-여자>는 6개월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었다. 과거 보수적인 풍토와 재정 탓에 도중하차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이 형성되지 않았던 그 당시 ‘브래지어를 벗겨라’와 같은 주제와 그늘 속에만 존재 할 수 있었던 생리대 등의 여성용품을 등장시켰던 까닭이다.

과거 <삼색토크-여자> 보다는 덜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선한 소재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위치를 제대로 정립하려고 하는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

외모나 몸매 보다는 자체가 매력적인 MC들

<삼색토크-여성>은 여성으로만 구성된 3명의 MC로 진행된다는 독특성을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연극배우 정경숙, 웹진 <줌마넷> 편집장 이숙경, 월간 < paper > 기자 정유희다. 이들은 30대를 넘긴 나이에 외모 또한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푸근함이 느껴진다. 날씬하지도 않고, 안경조차도 벗지 않은 채 방송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말은 더욱 솔직하게 다가오며, 매력적으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인간으로 만난 대화의 장

이 프로그램은 두 번째 코너인 블루 코너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 담백한 수다로 이루어진 블루 코너는 예민할 수 있는 여성의 문제를 시원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여성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남성 나아가 인간에 대한 문제로 이끌어 나간다.

<삼색토크-여자>의 블루 코너에서는 인간으로 만나는 남자와 여자이야기를 한다. 제 36회 방송에서는 '살림이스트가 되자'라는 주제로 세상을 살리는 여성성을 언급하면서 여성과 남성 모두 안에 있는 '여신'을 깨우자고 외친다.

제 50회에서는 '남자들의 수다시대'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침묵을 강요당했던 남자들의 사연과 남성과 여성의 수다의 차이점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문제를 여성에 국한시키지 않고 남성, 여성이 같이 풀어 나가며 서로 문제의식을 갖는 장을 열었다는 점 또한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다.

그러나 아직 <삼색토크-여자> 에 바라는 점은 많다. 첨단 디지털 방송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고화질, 고음질의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EBS의 열악한 스튜디오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기는 역부족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주가 되는 블루 코너의 대화 마당은 말 그대로 게스트와 MC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형식이다.

결국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채 난잡한 분위기를 갖기 쉽다. 자막으로 포인트가 나올 때마다 처리해 주는 것이 전부다. 매우 신선한 화재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조금 아쉽다.

페미니즘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오늘날도 여전히 미디어 속에서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로봇처럼 똑같이 웃고 있다. 그럴수록 EBS의 <삼색토크-여자>는 반갑다.

2003년 다시 부활하여 현재 50회 방영하며 남녀평등방송상(여성부 장관상), 평등미디어상(21세기여성미디어네트워크 주관), 미지 여성상(여성신문 주관) 등을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발전 된 모습으로 방송 안에서 자주 보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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