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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일 방영을 앞두고 있는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
ⓒ KBS 제공

대표적 보수 종교단체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총연합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한기총 소속 교인 1500여명이 30일 KBS 앞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연출 이광록, 강성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일 저녁 8시 방영될 '한국교회는 위기인가' 편은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고속성장을 이룬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한국교회의 규모는 국민의 1/4이 개신교도이자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라는 외형에서 잘 나타난다. 또 세계 10대 대형 교회 중 5개가 한국교회다. 국회의원 255명 중 120명이 개신교 신자며, 상장기업 임원의 43%가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놀라운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의 교인 수와 헌금 액수가 최근 급속히 줄고 있다.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신도들간 잦은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사회를 말한다> 취재진은 이같은 원인으로 목사세습 논란, 재정운영과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 등을 지목하고 있다. 성장제일주의, 대형화 경쟁 속에 일부 대형교회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목사직 세습논란, 일부 제왕적 목사를 중심으로 한 불투명한 재정운영, 끊이지 앟는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친일부역 등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참회하자는 목소리도 전달할 예정이다.
ⓒ KBS 제공

취재진은 강남의 한 교회를 직접 찾아가 교회를 사적 소유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큰 목사직 세습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교회는 양측 신도들이 주일만 되면 다른 문을 이용할 정도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신도들은 1층 예배를 보는 측과 2층 예배를 보는 측으로 나뉘었다. 일부 신도들은 후임 목사의 자질이 부족해 재신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담임 목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재신임을 거부하고 있다.

불투명한 교회재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교회 돈 31억을 개인의 선거자금, 불륜 합의금, 개인용도 건물 건축 등에 유용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대형교회의 목사 사례가 소개된다.

또 교회재산을 담보로 아들의 사업자금을 대출받은 것도 모자라 교회 근저당설정으로 수십억을 대출받아 아들 명의의 회사에 지원했던 또다른 대형교회 목사 사례도 인용된다. 취재진은 교회의 투명한 재정운영을 위해 민주적 정관 마련, 공인회계사의 재정 감사 등 제도적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선교 12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의 영욕의 역사도 조명된다. 구한말 복음이 전파된 이래 교회는 한국의 근대화와 민주화, 사회복지에 큰 기여를 했다. 반면 일제식민 시대 신사참배, 친일을 위시해 권위주의 시절 독재권력과의 유착 등 부끄러운 길을 걷기도 했다.

취재진은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과 함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참회하자는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민주적이고 투명한 교회 운영을 위한 노력을 통해 거듭나는 교회, 위기를 극복하는 교회를 보여줄 계획이다.

"한국교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59.3%
여론조사에 나타난 한국교회의 자화상

<한국사회를 말한다> 제작진이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 20일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31.3%) 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59.3%)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응답자들은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종교로 기독교(42.7%)를 으뜸으로 꼽았고 이어 불교(31.9%), 천주교(11.3%) 등의 순서로 답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잘하고 있는 점으로 '이웃돕기·봉사활동'(47.3%)을 가장 많이 들었으며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제공'(14.9%), '지역공동체 형성'(12.4%), '인권·복지활동'(8.9%), '남북교류활동'(4.5%) 등으로 답했다.

반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자기교파·자기교회중심'(40.3%), '교회의 대형화 등 성장제일주의'(23.9%), '자격이 부족한 목회자'(12.6%), '비민주적 의사결정·불투명한 재정운영'(9.5%), '세습'(5.8%) 등을 지적했다.

또 한국교회의 정치적 성향으로 '보수적'(47.6%)이라는 응답이 '중립적'(22.2%), '진보적'(18.1)에 비해 앞도적으로 높았다. 일제시대 한국교회의 친일부역,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나 청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필요하다'(53.1%)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39.8%)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한 비례할당 및 체계적 추출법으로 표본오차는 ±2.53% 포인트(95% 신뢰수준) 이다. 조사방식은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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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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