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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을 모두 합해도 11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마을 중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전북학생회관에서 열린 '전북중등학생 예능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창단되면서부터 지역 예능경연대회 리코더 부문에서 2년 연속 금상과 은상을 휩쓸고 있는 군산시 선유도중학교(교장 조시창) 리코더부.

선유도중학교에서 음악을 맡고 있는 조성국(41) 교사가 지난해 이 학교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가르치기 위해 사재 300여만원을 털어 악기를 구입하고, 섬마을 최초의 리코더부를 창단했다.

처음 리코더부를 창단할 당시, 섬마을의 학부모들은 리코더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 뿐 더러 뭍에 있는 동료 음악교사들조차도 50~60명이 있어야 가능한 리코더 연주를 전교생이 10여명 안팎인 섬마을 중학교에서 시도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 교사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차근차근 음악을 통한 대화를 시작했으며, 창단 첫 해인 지난해 군산시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조시창(57) 교장이 부임하고, 임기옥 교감(57)이 선유도중학교에 오면서 리코더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전교생이 11명인 선유도중학교 리코더부는 학교의 관심과 조 교사의 열성, 학생들의 순수함이 어우러져 올해도 군산시 대회에서 은상을 타고 도 대회에 출전해 장려상을 거머쥐었다.

고군산 열도 속에 무녀도, 신시도, 장자도 등과 함께 서해 바다에 떠 있는 선유도의 중학교 학생들이 해낼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일을 작은 섬마을의 천사들이 영혼의 하모니를 통해 이뤄냈다.

"선유도중 리코더부 최고"
[인터뷰] 선유도중학교 조시창 교장

“우리 학교 리코더부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선유도중학교 조시창(57·사진) 교장은 기적과 같은 성과를 이뤄낸 11명 리코더부 학생들이 무척이나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현재 선유도중학교와 초등학교의 통합 교장을 맡고 있는 조 교장은 “교육인생 36년동안 이렇게 기쁜 일도 드물 것이다”면서 “학업에 대한 성취만큼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큰 교육이다”고 말한다.

지난 46년과 72년에 각각 처음 문을 연 선유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개교 당시에는 초등학교가 6학급, 중학교는 3학급으로 도서지역 학교로는 작지 않은 규모였으나 점차 줄어들어 92년에는 인근의 명도와 방축도의 초등학교 분교를 폐교한 뒤 현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새로 부임한 조 교장은 "학생 중심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창조적 능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태도를 기르는 것이 교육목표다"고 강조한다.

또한 조 교장은 도교육청 지정 통합교육과정 연구학교라는 과제를 맡아서 도서지역 초·중학교 통합교육과정의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찾기 위해 선유도 초·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동분서주 하고 있다. / 소장환 기자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
[인터뷰] 선유도중학교 임기옥 교감

“그냥 지켜봤을 뿐인데 아이들이 해냈습니다.”

11명의 선유도중학교 리코더부가 도 대회에서 장려상을 타던 날 관객석에서 하염없이 뜨거운 박수를 치던 임기옥(57·사진) 교감.

지난달 선유도 섬마을 중학교에 발령을 받은 임 교감은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11명이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들과 조성국 선생님을 보면서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한다.

이후 임 교감은 뭍에 나오는 날이면 아는 이들을 만나 선유도중학교 리코더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으며, 도 대회에 참가하는 전날에는 학생 6명을 전주에 있는 집으로 데려가 재우면서까지 아이들을 곁에서 지켰다.

또한 대회 날에는 리코더부를 지도하는 조성국 교사와 함께 긴장한 아이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용기를 주기도 했다.

임 교감은 “이제 아이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보고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누구라도 꿈과 희망이 있으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소장환 기자

"영혼이 맑은 아이들..."
[인터뷰] 선유도중학교 조성국 교사

“다른 사람들은 어렵다고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해냈습니다.”

지난해 선유도중학교에 음악교사로 부임하면서 사재를 털어 리코더부를 창단한 조성국(41·사진)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고 강조한다.

조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목표를 제시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곳까지 가는 것은 순전히 아이들의 노력과 땀이 있어야 한다”면서 “묵묵히 따라주고 열심히 해준 아이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조 교사 자신은 여섯 살 때 부친으로부터 받은 장난감 피아노를 계기로 음악과 인연을 맺었으며, 원광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할 당시 사범대 전체수석을 차지한 수재이기도 하다.

또한 조 교사가 경기도지역 학교에서 근무 할 당시에는 수원전통문화예술단원으로 있으면서 TV방송에 출연해 북춤을 공연하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인물.

조 교사는 선유도중학교 리코더부의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음악을 사랑하고 꿈이 있으면 할 수 있다”면서 “값비싼 고급 악기가 소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는 사람의 영혼이 맑다면 아름다운 하모니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유롭고 싶어"
[인터뷰] 선유도중학교 이창민 학생

“많이 떨렸었는데, 이제 홀가분해요.”

제법 의젓한 티가 묻어나는 이창민(16·3학년)군이 털어놓는 속마음은 솔직함 그 자체.

이군은 “지난해 여름부터 음악선생님께 리코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홀가분하기도 하고, 상을 타서 기쁘기도 하다”고 말하며 맑게 웃는다.

해맑은 미소를 지닌 이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책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고 말한다.

“주인공 ‘제제’가 너무 순수해서 좋다”는 이군은 커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책방 주인’이다.

그래서 이군의 꿈은 틀에 박힌 듯 ‘무엇이 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하고 싶다’는 식이 아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군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완주 소재 ‘세인고’라는 대안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한다.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이군은 “선유도중학교 선배 가운데 세인고에 입학한 선배가 편지를 통해 와보면 좋다고 했다”면서 대안학교에 대해 설명한다. / 소장환 기자

"선생님이 될거에요"
[인터뷰] 선유도중학교 이소희 학생

“다른 친구들도 잘했어요.”

예쁘장한 얼굴의 이소희(16·3학년)양은 부끄러움 많은 요조숙녀.

대회 시작 전까지 “올해도 자신 있다”고 다짐했던 이양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다”면서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양은 “다른 친구들이 비싼 목재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부럽기는 하다”면서도 “주어진 조건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우리 선유도중학교 친구들이 훨씬 훌륭하다”고 말한다.

연약한 듯 하면서도 듬직한 이양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작은 섬마을 학교지만 모르는 얼굴 없이 전부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는 이양은 “나중에 커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이양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 엄마’라는 착한 심성을 그대로 간직한 효녀이기도 하다.

무녀도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선유도중학교에 진학했던 섬마을 소녀 이양의 순수한 눈에 비친 세상을 훗날 어린이들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줄 수 있는 훌륭한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 소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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