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닭을 머리에 돌리며 "나"의 죄를 "닭"에게 전가하는 유대인 속죄예식
닭을 머리에 돌리며 "나"의 죄를 "닭"에게 전가하는 유대인 속죄예식 ⓒ 이강근
"이 닭이 나의 모든 죄를 대신 지고 죽고 나는 신의 은총 속에 편안히 살리라."

속죄예식 직후 닭의 목을 자른다. 양을 대신한 이스라엘 종교유대인들에겐 아주 거룩한 종교예식이다.

기자는 매년 찾아 이번이 다섯번째다. 그런데 올해는 돌발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2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마하네예후다에서 거행된 이 의식에서 피켓을 들고 찾아온 시위자들이 속죄 예식 반대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닭을 이용한 속죄예식 반대 시위. 피켓에 "닭을 학대 말라" " 닭이 속죄하지 않는다"고 써있다.
올해 처음으로 닭을 이용한 속죄예식 반대 시위. 피켓에 "닭을 학대 말라" " 닭이 속죄하지 않는다"고 써있다. ⓒ 이강근
"이것은 속죄가 아니다."
"닭을 학대하지 마라."

종교인 랍비가 뛰어나와 유대교의 가장 중요한 속죄 예식을 설명하며 열띤 논쟁이 시작되었다. 또 한 편에서는 속죄예식에 닭을 지원하던 건장한 남자 몇이 뛰어 나왔다. 닭을 팔고 죽이는 닭 장사들이다. 그리고는 물리력으로 시위대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시위자와 행사진행자들 간 폭력 싸움
시위자와 행사진행자들 간 폭력 싸움 ⓒ 이강근
이때 남자 시위자 몇 명이 저지하자 삽시간에 패싸움이 벌어졌다. 교통이 마비되고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이 달려와 싸움을 말렸다.

이스라엘은 유대 종교 국가다. 따라서 종교예식은 유대인의 삶의 뿌리로 일상 삶에서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종교와 관련된 예식에 관한 논쟁은 오랜 유대 민족의 종교 전통으로 아주 민감한 사항이다.

유대인 속죄예식으로 죽어나가는 닭
유대인 속죄예식으로 죽어나가는 닭 ⓒ 이강근
이 때문에 경찰은 이들을 떼어놓았을 뿐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다. 물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속죄 예식은 계속되었다.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56년 전에 유대인의 종교적 자유를 찾아 2천여년만의 방랑 생활을 끝내고 이 땅에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세웠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들이 생명을 걸고 지켜온 유대주의 내부에서 작은 논쟁이 시작되었다. 그 논쟁의 대상이 유대인의 가장 거룩하고 거룩한 대속죄일에 관한 논쟁이다.

속죄의 희생을 기다리는 닭장차의 닭들
속죄의 희생을 기다리는 닭장차의 닭들 ⓒ 이강근
대속죄예식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진행됐다.
대속죄예식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진행됐다. ⓒ 이강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