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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을 찾아 할머니들과 민요를 부르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윤양자(63)씨.(오른쪽에 장구를 치고 있는 사람이 윤씨)(사진.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경로당을 찾아 할머니들과 민요를 부르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윤양자(63)씨.(오른쪽에 장구를 치고 있는 사람이 윤씨)(사진.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 평화뉴스
청도에 살고 있는 윤양자(63.청도읍 월곡1리)씨는 오늘(23일)도 기차를 타고 대구로 향한다. 윤씨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매일 같이 대구로 오는 이유는 단 하나, 노인이나 환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서다.

대구시립노인요양소를 비롯해 달성공원의 노인무료급식소, 팔공산 파계사 아래에 있는 정심요양원, 동구자원봉사센터에서 소개해 준 동구 감사동의 경로당 등 일주일에 윤씨가 가는 곳만 해도 네,다섯 군데가 넘는다.

이렇게 대구에서 노인과 환자들에게 노래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 벌써 7년째. 노래를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흘러간 가요는 물론 최신 트로트까지 막히는 노래가 없어 사람들은 윤씨를 '가요 백과사전'이라고 부른다. 거기다 민요와 장구도 수준급이다.

윤씨가 노래로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15년 전 갑상선에 암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면서다. 노래를 유일한 취미로 삼고 있던 윤씨에게 갑상선 수술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후유증으로 예전처럼 목소리를 낼 수 없을까봐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회복하면서 목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 지금도 목 전체를 두르는 수술자국이 깊게 남아 있고, 약을 끼니때마다 먹어야 하지만 윤씨는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기에 남들과 함께 노래를 나누는 기쁨을 알았다"고 말한다.

노래로 노인과 환자에게 봉사하는 윤양자(63)씨.(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노래로 노인과 환자에게 봉사하는 윤양자(63)씨.(사진.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 평화뉴스
"그전까지는 나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렀지만 이제는 나보다는 남을 위해 노래하고 있어요. 그게 더 기쁘고 더 건강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게 알 게 된 거죠."

원래 윤씨는 허리와 다리가 자주 아프고 혈압까지 있어 건강하지는 못했다. 거기다 합창단이나 경연대회에 나가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윤씨의 노랫가락이 빠지지 않는 모습 때문에 시댁에서는 윤씨를 많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지금은 꾸준히 노래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는다. 또, 남편도 가끔씩 청도에서 대구까지 데려다 주며 지지해 줘 윤씨는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아직 청도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마음껏 활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8년 친구의 권유로 대구시 동구 입석동의 한 경로당에서 노래 봉사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이제는 대구 일대를 마음껏 다니고 있다.

윤씨가 특히 애착을 가지는 곳은 팔공산 파계사 근처의 정심요양원.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남녀노소 골고루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병명은 모두 다르지만 윤씨의 노래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윤씨는 어떤 관객보다도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 청도에서 대구, 거기에서 다시 팔공산으로 가는 길이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들 텐데 윤씨는 한사코 "하나도 멀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다른 일 때문에 한 달 동안 가지 못해 계속 마음을 쓰인다고 한다.

달성공원 근처 노인무료 급식소도 소홀히 하지 않는 곳이다. 길바닥에서 민요와 가요 등을 불러야 하지만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에 절로 흥이 난다. 그밖에도 동구자원봉사센터의 풍물봉사팀 '팔공농악단'을 이끌면서 10여 명의 단원과 함께 요청이 오는 곳이면 어디라도 달려가 신명을 풀어낸다.

"자기 돈 들여서 오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는 않아요. 먼 거리를 혼자 다녀도 노래와 함께 있기 때문에 혼자는 아니죠. 하루에 한 곳 정도밖에 들르지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번 추석 때도 노인들에게 노래나마 선물하고 싶지만 가정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는 윤씨. 앞으로 노래로 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요교실이나 민요교실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바람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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