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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23일 4년 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로 사망한 성매매 피해여성 5명 중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업주 이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6700만원의 위자료를, 이씨 등 업주들은 손해배상금 5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23일 4년 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로 사망한 성매매 피해여성 5명 중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업주 이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6700만원의 위자료를, 이씨 등 업주들은 손해배상금 5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첫날인 23일,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국가와 업주들에게 각각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판결은 국가가 성매매 방지에 책임이 있으며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이날 오후 4년 전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로 사망한 성매매 피해여성 5명 중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업주 이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6700만원의 위자료를, 이씨 등 업주들은 손해배상금 5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매매 관련 국가의 책임 최초로 인정

지난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현장 당시 현장. 탈출을 막기 위한 쇠창살이 뚜렷하게 보인다.
지난 2000년 9월 19일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현장 당시 현장. 탈출을 막기 위한 쇠창살이 뚜렷하게 보인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의 예방과 제지에 관한 경찰관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감금 및 윤락강요행위를 제지하고 업주 이씨를 체포, 수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며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윤락업소의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윤락 및 감금행위를 방치한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하면서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로 인해 망인들이 이 사건 업소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게 됨에 따라 망인들 및 그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피고에게 위자료의 지급을 명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면서 "(국가의) 상고이유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상고를 기각하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1부 김영란(재판장), 이용우(주심), 윤재식·이규홍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모아졌다.

"화재로 죽은 5명의 희생자로 인해 오늘의 승소가 있었다"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3일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초로 인정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3일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초로 인정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이번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윤락업주와 결탁한 경찰공무원에 대해 성매매행위 방치에 대한 공동 책임을 물었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른 경찰의 단속활동 등 사회전반의 인식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 선고가 있은 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이 최초로 인정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무임으로 이번 사건의 원고측 변론을 맡아온 배금자 변호사는 "낡은 성매매 관련 법 아래에서 오직 성매매 여성만을 처벌하는 법이었을 뿐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의 '인권'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더 이상 인권유린되는 여성이 없도록 보호하고 우리나라의 인권을 높이는 계기된 판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 변호사는 "피해자의 한 맺힌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성매매와 관련된 특별법 시행과 함께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고, 4년간 재판을 진행해오면서 협박도 많이 받고 힘들게 싸워온 유족과 관련자들, 그리고 피해여성들에게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이 이제껏 외면하여온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성매매업소에 인신매매되어 감금 및 성매매강요, 착취행위를 당하는 피해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 이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구조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정 공동대표는 "성매매를 방지하고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오히려 업주들과 결탁해 직무유기를 한다면 이는 국가가 포주인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런 공동불법행위에 책임지어야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며 "지금까지 단속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유착비리로 인해 국가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던 많은 성매매피해여성들이 국가에 그 책임을 묻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기자회견 서두에 "대명동에서 화재로 죽은 5명의 희생자와 이땅의 피해여성들의 헌신에 의해 오늘의 승소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사건이란

지난 2000년 9월 19일 오전 전북 군사시 대명동 속칭 '쉬파리 골목' 무허가 건물 2층 성매매업소에서 화재가 발생, 그 건물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권아무개씨 등 여성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이에 같은해 9월 군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전북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12개 단체가 대책위를 발족하고, 10월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7월 1심 재판부와 2003년 8월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고 유족들에게 국가와 업주 이씨는 6억4000여만원의 위자료와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다음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데 시발점이 된 1심 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13부(김희태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문의 내용이다.

"관할 파출소 일부 경찰관들이 윤락업소 각 방의 창문에 쇠창살이 설치돼있어 윤락녀들이 감금된 채로 윤락을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업주들을 체포하는 등의 의무를 게을리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방치한 점으로 미루어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화재로 숨진 윤락여성들과 유족들에게 금전적으로 위로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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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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